한국일보

융자 대란 그 후

2011-05-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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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 받기가 점점 어렵다.
한동안 바이어들에게 각광을 받은 집값의 20%를 다운하되 VOE(직장 증명)가 되고 크레딧 점수 700점 이상이면 2년 치 세금보고 없이도 융자가 나왔던 알토란 융자회사가 정부 당국의 감사를 받고 문을 닫는 바람에 그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던 딜이 모두 깨진 일대 대란이 일어났다.

에스크로 클로징을 단 며칠 앞두고 벌어진 사태라 큰 혼란이 거듭됐고 그 후유증이 크다.
바이어들은 일단 다운 페이먼트 금액을 40% 가까이 올려 다른 융자 프로그램으로 가야하는데 갑작스럽게 올라간 준비되지 않은 목돈을 마련하지 못해 바이어가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 만으로도 집을 사려면 2년 치 세금보고서가 첨부돼야 하는데 자영업을 하는 바이어의 수입이 적다면 새로 살 집에 대해 모게지를 갚을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해서 융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 달 모게지 금액의 35% 이상의 수입이 가능한지 역으로 계산해서 바이어의 융자 가능을 따지기 때문에 20%를 다운하고 집을 사려던 바이어들이 사고자 하는 집을 일단 접거나 훨씬 싼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집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경우거나 그나마 지금 이자율이 좋아 투자를 검토했던 예비 바이어들까지 까다로운 융자조건에 이 시장을 관망한다.
융자 자격요건이 되는 바이어가 많지 않아 역으로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바이어는 지금 최상의 조건으로 딜을 끌어낼 수 있다.
은행에서도 융자로 인해 들어왔던 오퍼가 계속 바뀌거나 취소돼 일단 현금 오퍼를 선호하며 큰 금액을 깎아주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에 오래 나왔던 매물일수록 가격 흥정이 더 자유롭다. 4~5월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의 따스한 봄날이 아니다.
융자로 인해 딜이 깨진 에이전트들의 탄식과 당장 에스크로가 끝나 집을 옮길 예상으로 꼼꼼히 이사계획을 세운 바이어들도 맥이 빠진다.
차압방지에 나선 여러 정책으로 인해 은행이 내놓은 경매 매물이 충분하지 않고 은행으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기다리는 숏세일 매물의 정체현상이 긴데다 준비된 바이어가 많지 않아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조용하다.

새로운 융자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아 지금의 예비 바이어들을 흡수하지 못하면 팔려고 내놓는 매물만 계속 쌓이는 적체현상으로 인해 당분간 얼음벽의 거래와 함께 바이어 마켓이 될 것이다.

매물의 오랜 적체현상으로 이미 지난 해 보다 집값은 내렸는데도 은행에서 제안하는 감정가는 여전히 높아 숏세일이면 무조건 낮은 가격의 집만 예상하는 바이어들의 결정이 어렵다.

또한 그 집의 2차 3차로 이어지는 라인오브 크레딧 금액은 흥정자체가 은행이 혹은 콜렉션 회사가 특별히 지정된 가이드 라인 없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그들의 몫이 되어 숏세일 하는 조건으로 제시하는 금액을 일일이 맞추기가 쉽지 않다.

2차 융자의 흥정 금액이 높아지면 일단 바이어의 부담으로 되기에 1차 은행으로부터 낮은 금액의 숏세일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고단위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향후 몇 년간은 숏세일이 대세다.

5년 전 10%를 다운하고 산 집들이 집값이 떨어져 새로운 융자로 바꿔 타기 어려워 내 집을 지켜보려는 의지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셀러와 바이어인데 서로 어느 한구석 맘 편한 사람들이 없어 그야말로 봄날이면서도 한겨울 냉기가 감돈다.

이 얼음벽을 깰만한 획기적인 융자 상품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 그동안의 고충을 이겨내다 작은 인내심 하나 길러진 것을 선물로 여기며 애써 위안 삼는다.


카니 정
콜드웰뱅키 베스트부동산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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