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5-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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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가 눈 밖에 나는 거라면
세상에서 제일 아픈 게 눈에 밟히는 거라면
지극히 착한 것도 사람에게 있고
지독하게 독한 것도 사람에게 있어
내 눈으로 나를 닫아걸고
내 손으로 내 마음 닫아걸면
지금 내 손을 잡았다고
가까운 사이라고 믿지 마시라
손잡고 웃고 있어도 먼, 아주 먼 당신


정경남(1954 - ) ‘가까워서 먼’ 전문


수수께끼를 몇 개 연결해놓은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제일 아픈 게 무엇일까. 마음이다. 아무리 가까이 있다 해도 마음이 멀어져 있으면 제일 먼 거리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 알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 또한 마음일 것 같다. 그래서 몇 십 년을 같이 산 부부도 아주 낯설어 보일 때가 있고, 손잡고 웃고 있어도 아주 멀게 느껴지는 때가 있나 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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