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완동물 사랑의 이면

2011-05-2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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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께면 어김없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앙증스러운 말티즈 종 하얀색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을 지나간다. 요즈음은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유별날 것도 없지만 그 여인은 강아지와 커플룩으로 다니기에 유독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빨간색, 밸런타인데이에는 분홍색, 성 패트릭스 날에는 초록색으로 계절과 기념일에 따라 입는 옷 색깔이 달라지니 오늘은 또 어떤 옷을 입었을까 흥미로워져 나도 모르게 창가를 기웃거리게 된다. 결혼한 여자일까? 결혼했다면 아기는 없나 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내다보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언니, 나 개 손자를 봤어요”라며 가끔씩 연락하며 지내는 후배가 전화선 너머에서 깔깔 웃는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손자 낳아줄 생각을 안 한다는 딸이 회사일로 출장을 떠나면서 개를 데려다 놓았다 한다.


딸은 외지에 가서도 하루에 서너 번씩 전화를 걸어 밥은 주었느냐, 비타민을 먹이고 산보는 시켰느냐며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손자라도 안겨주었다면 기껍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보아 줄 수 있으련만, 개를 맡기고 나서 유난을 떨어대는 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단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참 재미있게 살아가는 듯싶다. 그러나 개인주의적 생활방식에 익숙한 세대여서일까, 자식을 기르자면 책임감과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어 자신의 삶에 걸림돌이 된다고 기피하는 듯싶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천성적으로 정을 교감하고픈 갈망이 있어 애완동물을 선호하는가 보다.

잉태와 산고를 거쳐 태어난 생명을 돌보고 키워내는 과정은 모든 생명체가 따라야할 자연섭리이자 순리일 것이다. 애완동물이나 보살피며 정의 갈증을 풀어보려 하기보다는 자식을 낳아 보듬어 안아보는 행복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조옥규/운송회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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