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 모기지 상승세 전망’왜 빗나가나?

2011-05-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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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율 결정 요인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모기지 이자율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4월 넷째주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평균 4.91%로 5%대 진입을 눈앞에 뒀으나 이번달 들어 4.63%까지 떨어졌다. 불과 한달만에 약 0.3%포인트의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올초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주택 구입 수요를 뒷받침 해 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처럼 빗나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모기지 이자율을 변동시키는 요인들을 이해하면 원인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기지 이자율은 자본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자본 시장의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융 상품 투자자들이 바로 모기지 이자율을 쥐락펴락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 금융 시장에서 프레디맥 등 정부 기관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같은 정부 정책의 변화에 의해서도 모기지 이자율 등락이 결정된다.


일본대지진·원전사고 등 안전상품 투자 선호
인플레 정부 금융정책 등 모기지 변동과 직결

■해외 요인

주택 융자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면 대출 발급 기관은 여러 주택 대출을 묶어서 이를 일종의 금융 상품화 한다.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이란 상품으로 둔갑해 금융 상품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방 정부는 금융 위기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던 MBS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본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들 금융 상품 투자자들에 의한 MBS 수요가 증가하면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하고 수요가 감소하면 이자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투자자들의 MBS 구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면 모기지 이자율이 어디로 향할 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도 금융 상품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항이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자연 재해, 정치 움직임, 경제 지표 등에 의해 투자자들의 투자 방향이 결정된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원전 사고가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을 보수적으로 바꿔놓은 것이 좋은 예이다.

일본대지진·원전사고 등 안전상품 투자 선호
인플레 정부 금융정책 등 모기지 변동과 직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의 원전 사고가 일본 경제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투자자들의 대대적인 자금 이동이 이뤄졌다. 비교적 투자 위험이 높다고 여겨지는 주식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 상품인 채권이나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모기지 담보부 증권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결국 모기지 이자율이 당초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현재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기지 시장 조사기관 HSH의 키스 검빙어 부대표는 “경제 주변 환경이 불안정할 수록 투자자들에 의한 이자율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며 “경제 환경 불안에 의한 이자율 하락 현상은 대부분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만 주택 시장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국내 인플레이션

최근 서서히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물가도 모기지 이자율 등락에 영향을 미친다. 공식적으로 미국 경제가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발표는 아직 없지만 지난 3월 중 에너지 비용과 음식 비용 등 가격 변동폭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인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이 약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에너지 및 음식비를 포함시킬 경우 물가 상승률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날 텐데 이 경우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정 이자율을 제공하는 채권이나 모기지 담보부 증권 등의 투자 상품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현재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기때문에 이자율을 끌어 올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온라인 모기지 업체 렌딩트리의 카메론 핀들레이 수석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은 국채와 같은 고정 이자율 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감소시킨다”며 “결국 고정 이자율 상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 심리를 원하는 투자자들로부터 이자율 상승 압박을 받게 되고 이로인한 모기지 이자율 상승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부실 채권화에 대한 우려로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대한 투자 열기가 급격히 식은 바 있다. 이로 인해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대한 이자율이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급격히 상승했으나 최근 주택 가격 하락폭이 줄어들며 두 상품간의 이자율 격차가 다시 줄고 있다. 국채의 수익률도 모기지 이자율을 변동 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두 이자율은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소매 금융 상품의 기준 이자율로 작용하는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모기지 이자율도 이에 영향을 받아 동반 상승한다.

■정부 정책

금융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에 따라서도 모기지 이자율은 출렁인다. 금융 위기 직후 오바마 행정부는 대규모 공적 자금을 금융 시장에 긴급 투입해 이자율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연방주택국(FHA) 등 정부 기관을 통한 주택 융자 보증을 늘려 주택 금융 시장에 불안감을 제거하는데 주력한 것이다. 결국 우려했던 급격한 이자율 상승은 발생하지 않고 현재까지 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FHA외에도 프레디 맥, 패니메이 등 국책 모기지 은행도 일차 발급된 모기지를 구입하여 대출 은행의 자금 유통을 원할히 하도록 하는 기능과 모기지 이자율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동시에 맡고 있다. 프랭크 노테프트 프레디맥 수석연구원은 “정부 금융 기관의 역할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대출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키스 검빙어 HSH 대표도 “주택 융자에 대한 정부 보증 프로그램이 없다면 모기지 담보부 증권의 위험이 높아져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오바마 정부가 이들 정부 금융 기관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따른 향후 모기지 이자율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핀들레이 렌딩트리 연구원은 “국책 은행들의 모기지 구입 활동으로 그간 낮은 모기지 이자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만약 주택 금융 시장에서 정부가 발을 뺀다면 모기지 이자율은 현재보다 약 0.5~0.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택 융자에 대한 정부의 보증이 사라지면 모기지 담보부 증권 투자자들이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결국 주택 융자 대출자들은 엄격한 융자 심사 기준과 높은 이자율이라는 이중고를 겪에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경제 전문가는 주택 금융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더라도 급격한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댄 말로프 주택 대출 부문 대표는 “급격한 이자율 변동이 나타나려면 대개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등의 현상이 뚜렷하게 발생해야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조짐이 없다”며 “당분간 현재의 안정된 이자율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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