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집을 뺏기는 것일까?

2011-05-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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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소위 ‘dual tracking’ 혹은 ‘double-cross’라고 한다. 페이먼트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페이먼트를 줄이기 위해 은행에 조정신청을 하는 도중이라도 은행은 계속해서 차압절차를 진행한다. 이는 숏세일도 마찬가지이다. 때를 놓치면 집을 차압당한다. 집을 잃는다. 채무자는 무섭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페이먼트를 내면서 협상하고 싶지만 페이먼트가 꼬박꼬박 들어온다면 은행으로서는 협상할 이유가 없다는 데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일단 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약점을 지닌 개인이 거대 기관인 은행과 협상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벌써 어렵다. 은행은 투자자들의 이익 창출이 그 목적이다. 그 목적에 따라 직원들에 의하여 정책방향이 결정되고 일이 진행되며 그 결과가 만들어진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조만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전화를 드는 개인과 직원일 뿐인 담당자와의 협상은 사뭇 일방적인 게임이다. 장차 일의 성과나 실적으로야 나타나겠지만 케이스에 따라 나의 월급이 깎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은 시간을 놓치면 차압 딱지가 붙는다는 부담을 안고 간다.


은행 직원은 때가 되면 책상에 쌓인 수백건의 서류를 뒤로 하고 점심을 하러 사무실을 나가지만 필요한 서류 하나를 더 제출하고 그것을 받았는지 확인하기에도 개인은 2, 3일을 허비한다. 은행 역시 고달프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하향 조정을 해주는 경우 다시 페이먼트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다시 융자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충분히 페이먼트를 할 수 있는 형편이면서도 무조건 페이먼트를 줄이고 싶어 하는지 그 진위 여부까지 가려야 한다.

이는 숏세일에도 해당된다. 제대로 팔고 있는지 혹시 거짓말은 없는지 단지 책상 앞에 앉아 서류에 의지해서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 형편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하는 진술서에서부터 재정 보고서, 세금신고 내용 등을 요구하고 심사에 들어가야 한다. 이만 저만 일이 많은 것이 아니며 또한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10가정 중에 한 집은 페이먼트를 하지 못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약 140만가구가 융자조정 신청을 시도하고 있다. 융자조정 대란이라고나 할까?

융자조정 혹은 숏세일 중에는 차압을 진행하지 말고 진행과정 자체를 빨리 진행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회복하거나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정당하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며 또한 여러 가지 법적 대응까지 많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고 있으나 아직 적당한 해결책이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결국 숏세일이 실패하거나 아무리 액수를 낮추어 주어도 어차피 페이먼트를 하지 못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몇 달 지나 나중에 가서야 차압절차를 시작한다면 1, 2년 동안 페이먼트를 받지 못하여 손해나는 돈 장사, 담보물인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거둬들이지 못해서 발생하는 손해가 있으니 이중 손해이다. 은행 역시 협상 중이라도 차압절차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은행이 이중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어려운 형편의 힘들고 겁에 질린 주택 소유주들을 상대로 해결사 역할을 자청하는 전문가들이 또한 늘고 있다.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무료 상담을 통하여 융자조정 프로그램을 돕는 비영리 단체가 아니라면 특히 일을 착수하며 선불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임을 알아야 한다.

귀에 솔깃한 너무 듣기 좋은 제안이라든가 필요 이상 겁을 주는 설명이라면 다른 전문가에게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수입이 줄거나 해고 및 이혼 등으로 페이먼트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로 인하여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되고 약해진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집을 뺏기는 것은 아닐까? 절박한 상황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대응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을 차리자. 집은 잃어도 마음과 가족과 건강은 잃지 말아야 한다.


(818)952-4989,
sunnyms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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