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뻔하게 비이성적인 인간

2011-04-2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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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은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끊지를 않거나 끊지 못한다. 물론 중독성분이 있어서겠지만 파고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행동을 바뀌게 하기 위해선 몸에 해롭다는 경고만으로는 턱도 없기 때문이다.

십대들이 효율적으로 담배를 끊게 하려면 흡연이‘왕따’를 초래하기 십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되는 것으로 사회적 실험을 통해서 증명된 바 있다. 이들에게는 소속감이 그 어느 건강 관련 경고보다도 중요하며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나는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회적 마케팅(Community-Based Social Marketing)이라는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바로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마케팅을 통해서, 즉 과학적으로 증명된 전략들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일이다. 오랜만에 안성맞춤의 일을 찾은 느낌이다.


‘S. Groner Associates’(SGA)라는 이 회사는 주로 정부기관들을 위해서 이런 여러 가지 캠페인을 떠맡아서 한다. 이는 전형적인 광고, 즉 소비자로 하여금 비누나 음료수를 사도록 만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재활용을 하게 할지, 혹은 강아지 뒤처리를 제대로 하게 할지 등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일을 한다.

댄 애리얼리 교수가 쓴‘뻔하게 비이성적인’(Predictably Irrational)과 행동심리학의 대부인 로버트 치알디니의 여러 책들과 기사들을 보면 인간은 참으로 묘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보자. 한 심리학자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게끔 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예방주사의 중요성을 전달만 받은 그룹은 단 한 명도 맞지 않았다.

파상풍이 걸리면 엄청나게 아프고 고생할 거라고 겁을 준 그룹은 3%가 주사를 맞으러 갔다. 같은 정보로 겁도 주고, 주사 맞을 장소로의 약도를 첨부한 다음 보건소 영업시간과 학생들에게 언제 올 예정이며 어떤 길을 따라 올 건지를 미리 계획하라고 요청한 그룹은 28%나 주사를 맞으러 갔다. 의외의 결과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보건소의 위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으나 주사 맞으러 가기까지의 모든 행동지침들을 알려주었을 때 더 쉽게 따랐다.

많은 행동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게을러서 뭔가를 안 하기보다는 명확한 지침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SGA라는 회사는 정부기관들의 환경운동을 도울 때 재활용의 중요성만 전달하는게 아니라 대상의 관점에서 재활용의 쉬운 점, 어려운 점, 귀찮은 점들을 조사해서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재활용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전개한다.

내가 떠맡은 컬버시티 정부 주도의 아파트 재활용 프로그램은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광고했다. 첫째, 집에서 재활용품들을 모은다. 둘째, 단지 내에 있는 큰 재활용통에 모은 것들을 비운다. 셋째, 이웃들과 함께 동네를 쾌적하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물론 어떤 것들을 재활용할 수 있고 없는지도 웹사이트를 통해서 알렸다.

실험을 통해서 또 한 가지 증명된 것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선택의 대한 생각이다. 우리는 선택할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한 심리학자는 고급 가게에서 파는 잼 소비행동 실험을 통해 실제는 그 반대임을 증명했다.

같은 표의 고급 잼을 가게 안에서 시식을 하게 했는데 한 번은 6개 종류를 내놓았고, 한 번은 24개 종류를 내놓았다. 시식할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24 종류의 테이블로 갔으나 막상 잼을 살 때는 6개 종류의 테이블로 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샀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행동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요소는 ‘사회적
관습’을 정하고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쓰레기를 제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인” 행동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남이 하면 괜찮은 것 같고, 아무도 하지 않으면 왠지 하면 안 되는 일 같다.

‘담배 끊기’운동도 건강을 해친다는 이성적인 광고보다 친구들이 ‘쿨’(cool) 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소속된 집단속에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행동은 삼가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마약 끊기 운동에도 적용됐다.


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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