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두막

2011-04-21 (목)
크게 작게
나는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 대하여 큰 지식도 없고 하나님이나 영원한 내세에 대하여 확실한 믿음도 없지만, 며칠전 우연한 기회에 회사동료의 추천으로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을 읽고 저자의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하나님에 대한 자유롭고 순수하며, 아름답고 무한한 상상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소설은 주인공인 “맥”이 자신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로 부터 받은 학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음속 깊은 곳에 안고 살아가는 가운데, 아내 낸과 결혼하여 슬하에 5남매를 거느리고 단란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날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이 어린이 연쇄 유괴범에게 납치되어 산속의 외딴 오두막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하면서 이 가족에게 시련과 갈등이 들이 닥쳤다.

그때부터 “맥”은 하나님에 대한 의문과 원망이 가득한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하나님으로 부터 자신의 딸이 살해되었던 그 “오두막” 집으로 오라는 초청장을 받고 맥은 그곳으로 간다. 그 “오두막”에서 하나님을 만난 “맥”은 자신이 그 동안 자신의 삶 가운데 품어왔었던 모든 원한과 궁금, 그리고 삶의 모순과 갈등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려고 노력하는데,,,,,


이 소설에서 하나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하얀 머리에 긴 수염이 달린 엄숙하고 근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흑인 빈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뚱뚱하고 덩치가 큰 흑인 아주머니로 나와 주인공 “맥’을 비롯하여 예수와 성령을 위하여 열심히 세상의 각종 맛있는 요리를 해다 주고 또 설거지를 비롯하여 부엌과 오두막을 깨끗이 치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예수는 음악을 좋아하는 백인 노동자로 나오며, 성령은 자유분방하고 생기 발랄한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 개성이 뚜렷하고 분야가 전혀 다르면서도 그들 사이에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대화를 나누는지 저자도 궁금해 하고 감탄할 정도로, 셋은 삼위일체로 항상 서로가 교통하고 의사와 감정의 소통에 서로 막힘이 없다.

소설에서 때로는 하나님과 성령은 세상 사람들이 예수만 잘 알아주고 예수만 인기가 많으며, 하나님과 성령 에 대하여는 상당한 선입견과 오해룰 가지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맥”은 이 성부, 성자, 성령과 함께 “오두막”에 기거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삶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의문과 갈등, 그리고 신에 대한 원망들을 기탄없이 내뱉으며 때로는 분노하고 또 때로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여 응석을 부리기도 한다.

마침내 “맥”은 하나님으로 부터 세상 사람들에 대한 모든 판결권을 위임받아 현재의 자신을 괴롭게 만든 연쇄 유괴 살인범을 비롯하여 주위의 사람들을 심판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심판하게 하는 권한도 위임받는다. 그리고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하나님도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자 하나님은 “맥”에게 이제 자신도 심판을 받으니, 그 심판의 잣대로 “그가 사랑하고 있는 다섯 자녀들 중, 세 명의 영혼을 지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와의 대화도 인상적이고 충격적이다.

예수는 “맥”과의 대화 도중 인간의 사회적 제도에 대하여 언급히면서 “종교를 비롯한 사회적 제도는 하나님 흉내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면서 예수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종교 이 셋은 지구를 파괴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인간이 만들어 낸 공포의 삼위일체”라고 혹평한다.

그리고 예수는 다시 “체제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한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령과의 대화도 아름답고 인상깊다. “하나님이 십계명을 만든 이유가 사람들이 그 율법을 지켜 스스로 정의로워지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율법을 지킬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은 예수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기를 위함”이라고 성령은 밝게 웃으며 잘 설명해 준다.
하나님이나 종교에 대하여 의문과 갈등을 겪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은 좋은 책이다.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렌스 지사
(310)968-8945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