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무 어려운 리스팅 가격 정하기

2011-04-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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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다른 사람이 부동산을 사고 팔 때는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내 일이 되면 괴롭다.

그 중에서도 가격 정하기가 가장 힘들다. 두부 한모 팔듯이 딱 부러지게 시장가가 있다면 좋으련만 현재 부동산은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얼마면 팔 수 있겠어요? 답답한 셀러가 묻는다.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른 가격 기준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1)셀러의 리스팅 가격: 너무 높은 값인지 아닌지 먼저 판단하고 움직이는 요즈음 바이어들이다. 바이어의 마켓이다.


다른 매물의 들러리를 서는데 그친다. 그러나 셀러는 옛날 산 가격, 고치는데 얼마가 들고 무엇보다도 얼마는 손에 쥐어야 하니까 등의 이유로 가격을 정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팔아서 다음 집을 사려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격은 셀러의 다음 집 살 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주어야 받는다. 깎아 주는 액수까지 미리 계산하고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 너무 비싸면 보자는 사람도 없을 텐데 쓸 데 없이 준비하는 셈이 된다.

(2)바이어의 희망 가격: 싸게 사야 한다. 불경기에 바이어의 마켓이다. 더하여 내가 아는 누구누구는 얼마에 샀고, 한 달 페이먼트, 다운페이먼트는 얼마까지 등이다. 더 싼 집으로 바꾸면 되는데 본인 능력 이상의 집이 꼭 마음에 들곤 한다.

(3)숏세일 가격: 상대적으로 쉽고 너그러운 담당자를 만나면 바이어가 싸게 살 기회가 더 높아진다. 그가 도중에 휴가라도 떠나면 결정이 그만큼 늦어질 수 있는 식이다. 은행지침이 강경해지는 철이라면 아예 승낙이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4)은행 차압매물 가격: 시세보다 20~30%까지 낮다. 은행은 지역 전문 에이전트의 개념이 없거나 그것까지 고려할 여지가 없다. 직원들에 의해 일이 진행되고 은행으로서는 오래 끌어 봤자 이득 되는 것이 없으니 가격보다는 시간상 빨리 처분해야 한다.

경쟁이 붙어서 올라가면 리스팅보다 더 높게 팔리고 또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내려서 공정가를 찾는다. 일반개인인 셀러로서는 하기 힘든 공정가 찾기이며 매매 방식이다.

(5)전문 감정가의 가격: 일정한 계산 방식을 취한다. 먼저 동네, 근처의 비교 매물, 크기, 지어진 연도 수 등이다. 가감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고 팔린 모든 매물을 시시콜콜 알기는 어렵다. 키와 몸무게가 같다 해서 어찌 모든 사람이 똑 같을 것인가? 그러나 바이어가 융자를 얻을 때 은행에서 신뢰하는 보고서이며 감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바이어, 셀러 그리고 에이전트가 보다 객관적이 되도록 돕는다.


(6)웹 사이트 감정가: 도시와 주소 그리고 크기를 입력하면 바로 나온다. 이는 사람의 키와 몸무게만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점수를 결정하는 수준이다.

(7)동네 이웃들의 가격: 일단 높은 가격이다. 실제 팔리는 가격보다도 팔리지 않더라도 옆집의 가격이 높게 있을 때 흐뭇하다.

(8)바이어의 친구나 친척 가격: 무조건 싸야 한다. 그럴 때 바이어가 행복해하고 진짜 바이어를 생각해 주는 바이어 편으로 나를 끼워준다.
(9)에이전트의 가격: 이상의 서로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되 진짜 가격을 찾아야 한다, 너무 낮으면 셀러가 리스팅을 주지 않을 것이고 너무 높으면 바이어가 도망간다.

셀러가 가격을 정하지만 바이어에게 너무 비싸다면 석달, 일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는다. 지치고 화난 셀러는 에이전트를 바꾼다. 그러나 그 뼈아픈 손실과 고통은 고스란히 셀러의 몫이다. 처음부터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셀러의 고민이 있다.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818)952-4989, sunnyms@pacbe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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