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외선거, 이대로는 안 된다

2011-04-1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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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도입돼 첫 시행을 1년 앞두고 있는 재외선거가 갖은 현실적 제약들로 인해 벌써부터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첫 재외선거가 오히려 참정권 행사를 제약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투표소를 재외공관으로만 한정한데다 두 차례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재외공관을 방문해야만 투표권 행사가 가능해 재외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수많은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나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 제도에 따르면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면 우선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 선거인 등록신청서부터 제출해야한다. 선거인 등록을 마치면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투표용지와 선거안내문 등을 우편으로 전달하고 재외국민은 이 투표용지를 지참하고 선거일 14일 전부터 6일간 시행되는 투표기간에 다시 공관을 찾아 투표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LA에서 실시됐던 모의선거 결과는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835명이 등록해 173명이 투표했던 당시 모의선거에서 LA총영사관의 관할지역인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원거리 지역에서 투표를 한 사람은 9시간 30분을 달려와 투표한 리노한인회 부회장인 노모씨 뿐이었다. 두 번이나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 투표할 수 있는 원거리 거주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총영사관이 가까운 LA나 오렌지카운티 거주 한인 유권자들도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열기가 뜨거울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가정해보자. 약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유권자들 중 50% 가 선거인 등록을 마치고 이들 중 다시 50%가 실제 투표소를 찾는, 투표율 25%를 가정하더라도 투표는 쉽지 않다. 25%에 해당하는 5만 여명이 투표하려면 투표기간 6일 동안 매일 8,500여명이 분산 투표해야 한다는 계산이지만 이마저도 공관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원거리 거주자와 근접지 거주자 모두 투표권 행사가 어려워 현행 제도아래에서는 재외국민 대다수가 투표할 수 없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해외 한인사회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
는 우편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순회투표소를 충분히 운영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OECD 회원국의 3분의 2가 허용하고 있는 우편투표제 도입은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새 제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이 시작되는 오는 11월 이전에는 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발상의 전환도 요구된다. 반드시 공관에서만 투표할 것을 강제하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에서 참정권 보장이라는 대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우편투표제 도입과 투표소 증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대리투표를 방지를 위해서는 ‘본인확인 서약서’를 첨부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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