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깔끔·담백·고소 “이북식 순대맛에 반하다!”

2011-04-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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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향순대

북한 출신의 동포가 개업한 식당으로 유명세를 탔던 유향순대(대표 김정희). 그러나 지금은 순대 맛이 일품인 식당으로 더 유명하다. 메뉴라고 해봤자 순대를 중심으로 한 몇 가지로 아주 간단하지만, 일단 맛을 본 사람이라면 순대의 특별함에 반하고 만다. 식당을 오픈한 지 불과 석 달 남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매일 순대를 찾는 단골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게다가 순대라면 쳐다보지도 않던 여성들조차도 유향순대의 순대만큼은 두손 들어 환영이란다. 냄새가 전혀 없고 깔끔하며 담백, 고소한 유향순대. ‘정말 그럴까?’ 라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유향순대로 가서 특급 순대 맛을 직접 확인해 보자.

머릿고기, 내장, 간 등이 함께 나오는 모둠순대.

신선한 부추를 넣어 먹는 순댓국은 잡내가 전혀 없고 개운한 뒷맛으로 여성들도 즐겨 찾는다.


우거지 선지 순댓국(왼쪽)과 내장전골.

김철, 김정희 부부는 둘 다 북한 출신으로 2002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북한을 탈출해서 미국땅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그 모든 과정을 인내심을 갖고 견뎌내면서 ‘유향순대’라는 본인들의 식당을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유향순대의 주인이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유향순대는 순대 맛에 반해 다시 찾는 손님들로 노상 북적거리는 타운의 명소로 이미 탈바꿈하고 있다.

모양은 흔히 보는 순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맛을 보면 그 뒷맛이 다르다. 일단 깔끔하고 담백하며 고소한 여운이 입안에 남는다. 함경도식 순대는 원래 당면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정희 대표는, 이북에서는 순 찹쌀과 야채류만으로 순대를 만드는데, 그 맛은 당면을 주로 넣어 부드럽긴 하지만 질고 느끼한 맛의 기존 순대 맛에 익숙해진 LA 사람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말하며, 그 때문에 순대 맛의 LA 현지화가 절실하게 필요했다고 전한다.

“찹쌀만 넣을 때의 순대 맛은 쫄깃하긴 하지만 약간 껄끄러운 느낌이 있지요. 주로 당면만 넣어 만든 순대 맛에 익숙해진 입맛에 맞질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정희 대표는 수차례의 실험을 통해 함경도 식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순대를 개발해 내었다고 전한다.

당면을 쓰지 않고 찹쌀과 내장, 야채를 넣어 만드는 함경도 순대를 LA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당면을 넣어 부드러움을 가미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결국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담백한 맛의 새로운 순대가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유향순대의 순대 맛을 결정짓는 플러스 알파, 즉 오랜 실험과정을 통해 만든 특제소스가 순대의 맛을 좌우한다. 순댓국의 국물을 만들 때도 이 특제 소스를 사용하면 비위를 건드리는 모든 냄새는 사라지고 구수하며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나, 평소 순대라면 질색하던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듯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김정희 대표는 당연히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전통적인 양념만으로 국물을 우려내는 북한식 조리법을 고집한다. 순대 외에도 육수와 만두, 김치와 밑반찬 등 모든 음식은 김정희 대표가 직접 만든다.

기본 메뉴는 순댓국과 순대접시, 그리고 머릿고기, 내장, 간 등이 함께 나오는 모둠순대. 김철, 김정희 부부가 직접 도매상을 찾아 신선한 돼지 대창을 구입해서 만든 순대는 적당히 부드럽고 쫄깃하며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돼지고기와 부산물을 넣고 밤새 고아 만든 육수가 기본인 순댓국은 특유의 텁텁한 맛이 전혀 없으며 우거지와 선지를 넣어 해장국처럼 시원한 맛이 난다. 특히 신선한 부추무침을 넣어 먹으면 부추의 식감과 시원한 국물맛이 잘 어우러져 뒷맛이 개운하기 때문에 여성 고객들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이밖에 전골요리도 일품이다. 곱창전골은 기본이며, 우거지를 넣어 끓인 감자전골과 이북식 김치만두를 푸짐하게 넣은 고추장 만두전골, 그리고 부추 돼지보쌈도 추천할 만한 메뉴다.

조만간 날씨가 더워지면 시원한 동치미국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하는 김정희 대표는,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맛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유향순대의 순대 맛에 반하고 보니 곧 선보인다는 동치미국수도 은근히 기대가 된다.


●유향순대 주소: 954 S. Norton Ave. 전화: (323)934-5677


<글·사진 안진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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