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기원전 3세기 초나라 사람이다. 현실주의 정치의 고전 ‘한비자’를 쓴 한비와 함께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가르친 순자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웠다. 진나라 재상 여불위의 눈에 든 그는 승승장구해 진나라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엄한 법가 정책을 통해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는 진왕이 자신을 제치고 한비를 등용할까 두려워하다 자신과 동문수학한 그를 옥에 가두고 독살하며 진시황제가 죽은 뒤에는 환관 조고와 결탁, 황제의 큰 아들 부소를 죽이고 못난 아들 호해가 권력을 이어받게 한다.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자신의 자녀를 모두 황족과 결혼시키고 천하를 호령하던 그도 결국에는 권력 투쟁에서 패해 고문 끝에 길거리에서 허리가 잘리는 벌을 받고 죽는다.
그가 행한 여러 못된 짓 중의 하나가 사상을 통일한다는 명목으로 의약과 농업, 점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책을 불살라 버리도록 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입을 막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후에는 수백 명의 유학자들을 생매장할 것을 진시황에게 건의했다. 소위 분서갱유다.
책이 불탄 다음 사람이 죽는 것은 동양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도서관은 근대 이전까지 최대 규모의 책을 보관하고 있던 곳이었다. 이곳이 수 백 년 동안 헬레니즘 문화의 정신적 수도 구실을 해왔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로마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은 이 도서관이 기원 4세기 말 그리스 로마의 다신교를 뿌리 뽑으려는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테오필루스에 의해 파괴됐다고 적고 있다.
이 도서관이 파괴된 후 얼마 후 고대 최초이자 최대 여성 수학자 겸 철학자의 한 명인 히파티아가 알렉산드리아의 길거리에서 기독교 폭도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폭도들은 마차를 타고 가던 그녀를 끌어내 옷을 벗기고 기둥에 묶은 후 도자기 조각으로 살가죽을 벗긴 후 불을 질러 죽였다고 한다.
독일 시인 하이네는 마치 앞날을 내다보기라도 한듯 “책을 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태워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한 후 독일에서 수많은 책이 불탔고 그중에는 하이네 책도 끼어 있었다. 그리고 불과 10여년 후 600만 명이 동유럽 곳곳에 세워진 강제 수용소에서 살해된 후 불태워져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책은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결정적인 물건이다. 문명의 탄생은 책의 탄생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책을 불태울 정도의 야만적인 정신 상태를 가진 집단이 사람을 불태울 생각을 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레이 브래드베리의 ‘파렌하이트 451’이나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이 미래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책을 불사르는 것이 정례화 돼 있다.
책은 자유로운 인간 정신의 상징이다. 사상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사회는 반드시 책을 통제하고 이를 보장하는 사회는 반드시 책을 보호한다.
지금 플로리다에서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한 목사가 코란을 불태워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유엔 사무실 근처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경찰과의 충돌로 1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 당국과 오바바 대통령은 코란 소각 행위가 알카에다 대원 모집 공고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즉각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이 목사가 말을 들을 지는 미지수다.
코란을 불사르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부도덕할 뿐 아니라 아프간과 이라크 등지에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미군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소행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 이런 무지몽매한 자가 목사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못난 짓을 그만두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