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모두 함께 일하는 때를 기다리며

2011-03-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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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모든 것은 변한다. 영원하지 않는 것이 경기이다. 그 중의 하나가 부동산이다. 좋고 나쁘고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경기가 붐을 이룰 때는 한동안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옆 집 부인부터 남편 친구, 교회 집사님 또한 손님의 사촌 누나까지 갑자기 부동산을 시작했어요 라는 사람이 많아진다. 철새 직업군이다.

부동산 경기는 에이전트의 숫자에서도 나타난다. 2011년 1월 현재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라이선스 소지자는 브로커를 포함 총 46만2,809명으로 매달 약 3,000명이 줄고 1년이면 약 3만명이 빠져 나간다. 1년 전에는 약 49만9,000명 정도, 2년 전에는 약 5만30,000명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던 2000년도에는 약 30만명이던 것이 2007년에는 약 55만명에 달한다(캘리포니아주 부동산국 자료). 약 25만명/7년, 약 3만6,000/1년, 한 달이면 3,000명의 자격증 소지자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직업이 부동산 에이전트 말고 또 있을까? 어리둥절할 만큼 너도 나도 해보자 하는 때가 호경기이다.


경기가 좋으면 하다가 나쁘면 그만 두는 부동산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공부해야 한다거나 특별한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훈련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남보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한다거나 혹은 많은 자본을 투자하며 시작하는 사업이 아니다. 혹자는 영어로 보는 시험이라서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하나 사실 의사나 변호사 시험처럼 어렵지 않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라이선스를 얻는다. 그리고 뛰어든다.

처음에는 다른 세일즈처럼 아는 사람, 친구, 친척 그리고 같은 교회 교인부터 시작한다. 연습이다. 잘 모르지만 배우면서 하면 된다. 회사의 매니저와 브로커가 돕고 에스크로 및 타이틀 회사가 있으니 그리 심하게 실수를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냥 부업이에요. 슬슬 하는 거예요. 미친 직업정신으로 치열하게 전력투구하는 자세가 아쉽다. 가정주부 겸 에이전트 하는 사람도 꽤 된다.

아이들은 모두 대학가고 시간도 남고 “저는 다른 집들 구경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집이나 빌딩을 두고 벌이는 전쟁 같은 세일이다. 본업은 따로 있고 그냥 시간이 남아서라는 에이전트라면 남는 자투리 시간으로 손님의 큰 재산을 다루는 셈이 된다.

서랍 속의 라이선스, 특히 비싼 저택인 경우 집 주인이 팔 의사를 내비치는 즉시 저도 라이선스가 있거든요 하고 서랍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단위가 크기 때문이다. 본업이든지 서랍 속의 라이선스이든지, 단지 소개비 정도라도 누구든지 아무나 잘할 있는 것처럼 굴러가는 때가 호경기이다.

손해나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드러나지 않는 채 넘어간다.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더 작아질 뿐이며 또한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남는 이익 때문에 묻히는 시절이다. 사람들이 대체로 너그럽다.


다시 경기가 하락하면서 이제는 집으로 본업으로 혹은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는 철새들이 늘고 있다. 어느 직업이든지 초년병 시절은 있다. 경기가 주춤 하더라도 견디고 살아남는 에이전트들이 일류 세일즈맨으로 자란다.

뼈를 깎는 인내와 노력 없이 성공하는 사업이나 직업인이 없듯이 부동산 에이전트 역시 어쩌다 한 건 아는 사람 것 해서 목돈 버는 직업이 아니다. 불경기일수록 더욱 극명해진다.

세일즈맨은 실적으로 말한다.

인간성이 나쁘고 일을 못하면 다음 세일이 없고 손님이 끊어지게 마련이다. 보장 없는 손님과 수입에 매달리는 몹시 험난한 여정이다.

자격증을 얻고 안면 있는 주위 사람들이 리스팅을 주고 도와주었다면 그를 바탕으로 불경기에도 더욱 분발할 때 다시 반드시 돌아오는 호경기에는 최고 에이전트가 되어 있으리라는 신념을 지녀야 한다.

경기와 무관하게 손님의 이익을 위하여 전력투구하는 에이전트가 되어야 한다. 철새들이 돌아오는 호경기가 어서 돌아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818)952-4989 sunnyms@pacbell.net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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