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융자, 부동산 사이에서 가증되는 바이어 부담

2011-03-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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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융자를 의뢰하는 부동산 에이전들 중 95% 이상이 아니 거의 모두가 융자를 성사시킴으로 받는 융자수수료의 50-60% 이상을 내어노라고 하며 떼어주지를 않으면 비즈네스가 전혀 없다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다가 어떤 못된 분이 이런 짓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는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80년대 초 까지만 해도 부동산 회사에서 직접 은행에 융자를 했기 때문에 매주 회사 미팅 때에는 은행에서 직접 론오피서들이 이자율 내역, rate sheet과 도너츠를 들고 미팅에 오고, 나의 손님에게 좋은 조건의 융자를 해 주었을 때에는 부동산하는 사람이 론 오피서에게 점심이나 저녁 대접을 잘 해주곤 했었으며, 융자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80년 중반부터는 부동산 에이전들의 일이 한 가지 줄어들게 되었고 융자회사에서 은행을 잘 찾아 좋은 조건의 융자를 성사시켜 주었을 경우 아주 융숭한 대접을 하곤 했었다.

융자하는 사람들도 부동산 면허소지자이어야 하며 강화된 법규에 의해 추가 면허까지 취득하여야 되는 전문인들인데 그 전문지식을 사용하여 벌은 대가를 왜 부동산 에이전들이 나누어 갖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비지네스를 주기 때문이라는 논리라면 부동산 에이전들은 매매를 성사시킴으로 받는 브로커리지 금액에서 50-60% 이상을 바이어나 셀러에게 떼어주어야 된다는 논리도 성립되겠다. 그저 조그마한 고리라도 걸리면 여기저기서 뜯어먹거나 갖다 바치는 전통(?)이 하필이면 LA에서 그것도 부동산휠드에서 만연되어 왔는지 서글픈 일이다.

한 가족이 가진 재산 중에서 제일 큰 재산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긍지는 어디다 팽개치고 다른 사람이 여기저기 뛰어다녀 만들어진 결실에서 몇 푼을 얻어가는 가련한 직업이 되었냐 말이다. 나에게 속하지 않은 그 몇 푼을 받을 때의 모습은 어떠할까? 위법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파렴치하고, 초라하고, 최소한 지키고 있어야 할 조금 남은 프라이드조차 팽개쳐버려 가련하게까지 보이는 모습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몇 사람의 부동산 에이전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가만히 있어도 융자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저는 몇 % 줄 테니까 저에게 론을 달라고 조른단다.

부동산 에이전에게 떼어준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융자하는 사람은 바이어에게 왜곡된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고 이자율을 팔분의 일 %라도 돌리어 fee를 더 벌려고 하니 결국은 부동산 에이전이 나누어 가진 돈을 융자 에이전에게 추가 지불하게 되는 결과인 것이다.

달라고 하는 사람이나 떼어주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피해자인 바이어의 추가 경비로 주고받게 되는 셈인 것이다.

가주부동산국에서 설문 조사결과 60% 이상이 부동산 에이전이 융자도 함께 하는 것을 찬성했다고 하니 융자 에이전으로서의 겸업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물론 또 다른 노력과 공부와 conflict of interest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서두에서 언급한 95% 이상이나 대부분의 부동산 에이전이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믿으며,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많은 부동산 에이전들이 있어서 교포사회의 재산 증식에 많은 기여를 해 왔음을 인지하여야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만연되고 있는 이 작태가 소수에 한정된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우리 모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주위를 돌아보며 하지 말아야 될 것들은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잠깐 사이에 세월이 가고 어느 덧 뒤돌아보아야 할 자리에 서 있게 된다. 되도록이면 덜 후회하도록 하자.
(213)748-8888


하워드 한
부동산 컨설턴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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