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인사들이 한인사회에서 개인이 아닌 단체의 장이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를 너무 쉽게 여기거나 소위 ‘공인’으로서의 처지를 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전 LA 평통이 부산 평통을 초청해 가진 ‘통일세미나’ 행사 과정에서 일부 LA 평통 관계자들이 보여준 행보가 그랬다.
14기 임기 막바지에 이른 LA 평통이 부산 평통위원들을 초청해 가진 이번 교류행사는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로 사상 최악의 재난이 발생해 한인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가 이를 안타까워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구호 활동이 펼쳐진 시점에 LA 근교의 카지노 시설이 있는 리조트에서 열려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LA 평통측은 이번 일이 보도되자 행사 일정 자체가 일본의 천재지변이 발생하기 오래 전에 계획된 것이라 변경이 불가피했고, 경비는 평통의 운영비에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모두 사비로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통일세미나 행사를 마치고 일부 참가자들이 간단한 술자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공식 일정이 아닌 자유시간에 멀리서 온 방문단과 소통을 위한 자리였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평통의 이번 카지노 세미나 파문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당사자들이 평통 위원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평통 위원들은 평소 평통이 일반 단체와는 달리 한국의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기관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여진 일부 평통 관계자들의 인식은 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다. ‘평통 위원들이 자유시간에 술 좀 마시고 게임 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자체가 이미 공인 의식은 잊은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집행부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처음부터 장소 선정 등에 있어 좀더 신중을 기해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평통측이 결단을 내려 행사를 취소하고 여기에 들어간 비용을 일본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성금으로 기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홀인원 파문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평통 14기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 이같은 봉사로 마감됐다면 한인사회에서 평통의 위상을 드높이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올 상반기가 지나면 이제 새로운 15기 평통이 출범할 것이다. 평통이 더 이상 존재 이유를 의심 받는 단체가 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한인사회와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