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언이 불여일행

2011-03-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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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사랑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선호하는 존재인지 모르겠다. 물론 사랑의 주고받음에 있어 어느 것이 먼저 오는가,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사람들은 ‘조건 없이 줄 수 있는 사랑’을 진정 위대한 사랑이라 말하곤 한다. 최근 기자는 한인사회는 물론 주류사회 주민들로부터 그런
‘사랑’을 잠깐 느껴보았다. 지난달 ‘버림받는 아이들 기획 시리즈’가 일주일에 걸쳐 본보에 보도된 후다.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미국인 군인이 자신의 아내가 LA에 거주한다며 한인 아동을 입양하고 싶다고 연락을 취해 왔고, LA로 이사와 아이들을 당장 입양하겠다는 한인 부부의 연락도 받았다. 수없이 많은 한인들의 각종 질문이 매일 같이 쇄도했고 이와 같은 상황은 LA카운티 아동보호국(DCFS) 입양과에도 마찬가지였다. 흐뭇했다. 버려진 아동들에게 ‘희망’이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런데 ‘희망’은 잠시뿐이었다. 지난 5일 아동보호국 측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입양 관련 특별 웍샵을 마련했지만 하루에도 두세 차례씩 전화해 “당장 입양하겠다”고 말하던 그들은 웍샵에 나오지 않았다. 웍샵 전날까지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단언하던 40여명은 온데 간데 찾을 수 없었고 참석자들은 10여명에 불과했다. 그 중 일부는 지인을 대신해 왔다고까지 했다.


아동보호국은 최근 재정적자로 평소 진행해 오던 일반 웍샵을 축소해 왔지만 이번 행사는 특별히 준비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뜨거운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에 버려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아쉬움만 남기고 말았다.

아동보호국 관계자는 “전화와 이메일을 달구던 뜨거운 열기에 비해 너무 저조한 참석률이지만 감사한다. 이 중 단 한 명만이라도…”라고 말을 잇지 못하다 결국 “과거에도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특별 웍샵이 있었는데 이와 비슷했다.
그때도 단 한 가정도 아이를 입양하지 못했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입양’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다. 아무 유익이 없어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런 사랑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사를 보고 연락을 취해온 독자들의 관심과 후원에 한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기대를 했다. 영향력은 어두운 방안을 밝히는 하나의 촛불 같은 것이고, 잔잔한 호숫가에 던져진 돌멩이 같은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입양’은 영향력을 끼치는 일이다. 버림받은 아이 한 명을 살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살리는 일이다.

‘백언이 불여일행’(百言이 不如一行)이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한인 커뮤니티가 되길 바란다.


양승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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