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브 레터

2011-02-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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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 개봉된 연애영화 ‘사랑과 다른 약들’에 나온 제이크 질렌할을 인터뷰할 때 나는 그에게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질렌할은 이에 “그것은 어차피 상투적인 것이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나는 같은 질문을 ‘업 인 디 에어’에서 실연에 오열하는 젊은 여회사원으로 나온 애나 켄드릭에게도 물었다. 켄드릭의 대답은 “그것은 무상한 진실일 뿐”이라는 것. 이 둘에 따르면 사랑이란 상투적이요 순간적인 진실에 지나지 않는데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 사랑의 해석 중 가장 명답이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오는 3월에 개봉되는 맷 데이몬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공상과학 로맨스 스릴러 ‘어저스먼트 뷰로’를 보면 사랑은 절대자마저 감동시키는 힘을 지닌 강한 것으로 그려졌다. 도깨비장난 같은 것이 사랑이니 만큼 그 해석도 구구각색이다.

내가 사랑타령을 하는 것은 오는 14일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스 데이이기 때문이다. 난 한국에 있을 땐 들어보지도 못한 이 날이 오면 약간 고민에 빠지곤 한다. 아내에게 사랑의 말을 적은 카드와 장미 한 송이를 줄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내 문제는 뒀다 생각하고 독자 여러분에게 연애영화를 한 다발 묶어 밸런타인스 데이 선물로 드린다.


제목에 따라 제일 먼저 소녀시절부터 성인이 되도록 자기가 짝사랑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낸 여인의 슬픈 이야기 ‘모르는 여인의 편지’(Letter from an Unknown Woman·사진)를 읽어 보시도록. 노턴 사이먼 뮤지엄의 창설자인 사이먼의 부인이었던 제니퍼 존스가 나온 ‘러브 레터’는 빅터 영의 음악이 감미롭다. 역시 존스가 나온 ‘모정’(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도 주제가가 달콤하고 존스가 저 세상 여인으로 나오는 ‘제니의 초상’(Portrait of Jennie)도 아름답다.

나의 올타임 페이버릿인 두 연애영화 ‘짧은 만남’(Brief Encounter)과 ‘자, 항해자여’(Now, Voyager)는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작품. ‘짧은 만남’처럼 두 남녀가 기차와 기차역에서 만나거나 헤어지는 영화들로는 ‘여정’(Summertime), ‘종착역‘(Terminal Station), ‘하오의 연정’(Love in the Afternoon) 과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 등이 있다.

역시 기차 안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우게 되는 두 젊은 남녀의 이야기 ‘동 트기 전에’(Before Sunrise)와 이 얘기로부터 9년 후의 두 사람의 재회를 그린 ‘해 지기 전에’(Before Sunset)도 삼삼하게 로맨틱하다. ‘짧은 만남’은 데이빗 린이 감독했는데 그의 ‘닥터 지바고’와 ‘라이언의 처녀’(Ryan’s Daughter)도 모두 슬프고 정열적이다.

문주란의 노래처럼 공항의 이별로 끝이 나는 것으로는 연애영화의 금자탑 ‘카사블랑카’와 나폴리가 무대인 ‘세프템버 어페어’(September Affair)가 있는데 ‘세프템버 어페어’에 나오는 ‘세프템버 송은’ 나의 넘버 원 연가다.

나폴리에서 북으로 올라가 로마에서 ‘로마의 휴일’과 지골로 워렌 베이티를 사랑하게 되는 한물 간 배우 비비안 리의 메이-디셈버 로맨스 ‘스톤부인의 로마의 봄’(The Roman Spring of Mrs. Stone) 그리고 주제가가 고운 ‘애천’(Three Coins in the Fountain)을 즐기자.

볼 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홈리스 채플린과 꽃 파는 눈먼 처녀의 애틋한 사랑의 얘기 ‘도시의 불빛’(City Lights)과 ‘망각의 여로’(Random Harvest) 그리고 같은 얘기를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든 ‘백 스트릿’과 역시 같은 얘기를 두 번 모두 간절하니 아름답게 그린 ‘러브 어페어’와 이의 리메이크 ‘잊지 못할 사랑’(An Affair to Remember) 및 최근 작고한 존 배리의 음악이 무성하니 로맨틱한 ‘섬웨어 인 타임’과 ‘러브 스토리’ 등은 세상사로 무디어진 마음을 세척해 줄 최루영화들이다.

‘러브 어페어’처럼 뉴욕을 무대로 한 연애영화들로는 ‘맨해턴’ ‘애니 홀’ 그리고 ‘문스트럭’(Moonstruck)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이 있다.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나오는 ‘라프소디’와 역시 음악가가 주인공인 ‘인터메조’ 그리고 ‘애수’(Waterloo Bridge)와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과 주제음악 ‘문글로우’에 맞춰 킴 노박이 관능적인 슬로댄스를 추는 ‘피크닉’ 및 고독이 몸부림치는 ‘인 더 무드 포 러브’(In the Mood for Love) 등도 모두 명작들이다. 아차 ‘로미오와 줄리엣’과 ‘사관과 신사’를 빼먹을 뻔했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영화들이 비련으로 끝이 난다. 슬픔 역시 고독처럼 사랑의 속성 중 하나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밸런타인스 데이에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도 이젠 컴퓨터화 해 이메일과 텍스트 메시지와 트위터로 하겠지. 어쨌든 ‘해피 밸런타인스 데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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