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리브 숲 거닐며 테이스팅 “와! 신선”

2011-02-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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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노마 밸리 ‘올리브 페스티벌’ 참가기

지난 주말 소노마 밸리(Sonoma Valley)의 올리브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소노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5분 거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와인 컨트리로 나파 밸리와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이미 관광지로 많이 알려진 나파에 비해 소노마는 얌전하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숨은 보석처럼 조용히 빛나는 곳이다.

나파가 ‘와인과 머스터드’로 대표된다면 소노마는 ‘와인과 올리브’를 대표 작물로 가졌다. 140년 된 올리브 나무가 있을 정도로 역사도 오래 되었으며, 집집마다 올리브나무가 있어 적은 양이라도 수확하여 가족만의 유기농 올리브오일을 만들어 쓰는 낭만이 있는 곳이다.


1800년대 중반,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의 캘리포니아 입성으로 그들이 교회와 함께 올리브나무를 심어 재배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미국 내 올리브 생산의 99%가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사업의 중심이 이곳 소노마이다. 캘리포니아에는 샌디에고부터 소노마까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올리브 그로브가 많이 있는데, 남가주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땅값의 상승으로 농부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올리브 농사가 불가능해졌으나 북가주는 지금까지 잘 관리되어 우수한 품질의 주요 농작물로 생산되면서 오늘날 미국 내 가장 대규모의 올리브 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소노마 밸리에서는 매년 겨울 풍성하게 재배된 올리브를 수확하여 미션에서 성직자가 올리브 농사의 축복을 기원하는 이벤트를 시작으로 올리브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겨울을 지나는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을 올리브 시즌으로 정하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통해 소노마의 올리브를 알리는 축제를 벌이고 있다. 장터처럼 하루 이틀에 걸쳐 펼쳐지는 다른 여느 푸드 페스티벌과는 달리 3개월 동안 이 아름다운 타운은 올리브만을 깊고 진지하게 즐긴다.

행사는 올해 10회를 맞이하며 더 많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 생산 가공업자들이 주체가 되어 갓 짜낸 신선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시음하는 수많은 테이스팅 기회를 제공하고, 올리브를 큐어링하는 웍샵, 큐어링 올리브 테이스팅, 올리브를 이용한 요리를 주제로 한 디너파티, 올리브 숲을 거니는 하이킹, 올리브로 만든 미용제품으로 즐기는 스파 등으로 자연 속에서 정서를 풍요롭게 만족시켜 줄 만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축제다. 다양한 고급 호텔을 비롯하여, 베드 앤 브렉퍼스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소규모의 호텔 등이 즐비하고 지역 농산물로 만든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한 것이 없다.

올리브오일은 이제 우리 부엌의 없어서는 안 될 아이콘이 되었다. 다른 어떤 오일보다도 불포화 지방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식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식재료이다.

모든 오일이 그렇듯이 올리브오일도 신선도가 생명이나 다름없는데, 흔히 유럽산을 떠올리기 쉬운 올리브오일이 캘리포니아에서도 생산되고 있으니, 올리브 시즌에 이곳 소노마를 찾는다면 미국 내에서 가장 신선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맛볼 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북적거리는 올리브오일 테이스팅 룸에서 잘 만든 올리브오일을 하나하나 천천히 시음하면서 내 입맛에 잘 맞는 제품을 골라보는 재미는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순간이다. 소노마에서 즐기는 올리브의 세계로 떠나보자.

‘소노마 밸리 올리브 시즌’의 정보와 2월 행사 캘린더는 www.sonomavalley.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의 (866)996-1090, (707)996-1090





140년 올리브나무가 있는 올리브 그로브와 더 올리브 프레스(왼쪽 위 작은 사진)의 시음장.


미국의 대표적 올리브 산지
와인과 즐기는 맛·향 낭만


●올리브오일 테이스팅과 주변 명소

*더 올리브 프레스(The Olive Press)-투어와 맛보기

1995년 시작된 이 회사의 오너인 데보라 로저스(Debora Rosers)는 올리브 퀸으로 불리기도 한다.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품질로 상을 받은 올리브오일, 식초와 타펜나드(tapenades)를 생산하는 회사로 올리브에 관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아름다운 건물 왼쪽으로는 자쿠지 패밀리 비녀드의 와인 테이스팅이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더 올리브 프레스의 모든 올리브오일을 맛볼 수 있다.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재미있다. 2010년 12월호 오프라 매거진의 ‘O’ 리스트에 추천되기도 했다. 바로 뒤쪽에 올리브오일을 짜내는 공장이 있어 유리 창 너머 구경할 수 있고, 그룹 투어도 할 수 있다.
주소-24724 Arnold Dr. Sonoma, CA 95476
전화-(707)939-8900 www.theolivepress.com

*피고니스 오브 캘리포니아(Figone’s of California)-아티잔 올리브오일 테이스팅

피고니스 올리브오일의 역사는 1907년 한 이탈리아인의 미국 이주로 시작되었다. 아스파라거스를 주요 산물로 농사를 지으며 그저 가족이 먹기 위해 심어두고 재배하던 올리브나무가 한세기가 지난 오늘날 4,000그루에 이르는 올리브 그로브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현재 피고니스를 경영하고 있는 증손자 프랭크 피고니(Frank Figone)는 캘리포니아 올리브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최초로 포도와 올리브의 복합영농에 성공한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자연의 이치에 맞도록 올리브를 재배하는 경영 마인드로 상업적인 느낌보다는 진정한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올리브오일을 맛볼 수 있다. 최근 켄우드에 새로 오픈한 테이스팅 룸은 이탈리아에 온 듯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프레싱 룸에서 신선한 올리브오일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올리브오일뿐 아니라 과일맛이 가미된 발사믹 비니거도 인기가 많다.

주소-9580 Sonoma Hwy 12, Kenwood, CA 95452
전화-(707)282-9092 www.figoneoliveoil.com

*비. 알. 콘 와이너리(B.R.Cohn Winery)-올리브오일, 식초와 와인 테이스팅
비알콘 와이너리의 오너인 브루스 콘(Bruce Cohn)은 어렸을 적 염소 농장에서 매일 하루 두 번씩 115마리의 염소젖을 짜고 페타 치즈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고 한다.

그는 현재 로큰롤 밴드 ‘두비 브라더스’의 매니저로도 일하고 있는데 음악과 와이너리 경영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언덕 위의 아름다운 와이너리에 살면서 7명의 자녀를 키워냈고 아직도 매일 좋은 재료로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진짜 음식과 와인 매니아다.

이곳에는 140년 넘은 올리브나무들이 있으며, 레드 와인과 개성있는 올리브오일, 용기가 예쁜 10가지가 넘는 과일 비니거와 20년 숙성된 초컬릿 맛 발사믹 비니거가 유명하다.

주소-15000 Sonoma Hwy 12, Glen Ellen, CA 95442
전화-(707)938-4064 www.brcohn.com

●소노마 지역의 호텔과 레스토랑

*더 라지 앳 소노마 르네상스 리조트 앤 스파(The Lodge at Sonoma Renaissance Resort & Spa):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카티지 룸은 도시를 탈출한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미국 내에서도 상위에 손꼽히는 스파가 유명하고, 호텔 내 카네로스 비스트로의 식사와 소믈리에의 와인 셀렉션이 훌륭하다.

*더 페어몬트 소노마 미션 인 앤 스파(The Fairmont Sonoma Mission Inn & Spa):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호텔의 품격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호텔 내 미슐랭 별 하나를 받은 산테 레스토랑이 있다.

*라미킨스 컬리너리 스쿨, 이벤트 앤 인(Ramekins Culinary School, Event & Inn): 취미로 요리를 매울 수 있는 일정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학생이나 관광객들을 위한 투숙시설도 갖추고 있다.


피고니스의 올리브 오일.


피고니스 올리브오일 회사의 외관.

비 알 콘의 올리브오일.


●올리브오일 테이스팅

*오일 맛보기 요령- 테이스팅 룸에서는 오일을 펌프에 담아놓고 스스로 작은 컵에 조금씩 따라서 맛보도록 되어 있다. 두세번의 펌프질로 오일을 따르고 손바닥에 놓고 빙글빙글 돌려가며 약간 따뜻하게 한 후 먼저 냄새를 맡아본다. 조금 들이켜 입안에서 첫 맛과 향을 느껴본다.

숨을 들이키듯 작게 습! 습! 소리를 내며 조금씩 삼키면서 식도를 넘어가며 알싸한 후추맛을 내는 정도를 느껴본다. 다양한 종류를 맛보면 맛이 다른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오일을 고를 수 있다. 빵에 찍어 먹어보아도 좋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가장 좋은 등급으로 당연히 가장 비싸다. 엑스트라 버진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열이나 기타 화학품을 첨가하지 않고 순수하게 기계의 압력으로만 짜낸 기름으로 산성 레벨이 1% 미만이어야 하며 전문가로부터 완벽한 맛을 지녔다는 검사를 통과한 것을 말 한다. 열을 가하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재미있는 올리브 팩트

*미국 내 올리브 생산량의 99%가 샌디에고부터 소노마를 아우르는 캘리포니아의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 올리브 생산량의 1% 미만을 생산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고 있는 주요 4가지 종류의 올리브는 미션(Mission), 만자닐로(Manzanillo), 세빌라노(Sevillano)와 에스콜라노(Ascollano) 종이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올리브오일 수출입 국가이지만, 세계 올리브 생산량의 45%를 생산해하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올리브나무는 지중해 지역에서 3,000년에서 6,000년 동안 재배돼 온 역사를 갖고 있다.

*올리브나무는 길고 뜨거운 여름 기후, 강렬한 햇빛, 따뜻한 겨울이 있는 지역이라면 척박한 땅에서도 작은 양의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억척스러운 나무다.

*좋은 음식으로서 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좋다. 화상을 입었거나 겨울철 갈라진 피부 등을 빠르게 회복시켜 주며, 모공을 막지 않으면서 촉촉하게 수분을 유지해 준다.

*올리브는 여러 문화 속에서 장수, 풍요, 성숙과 평화의 상징이 되어 왔다.

올리브 오일을 시음할 때는 먼저 손바닥의 열기로 살짝 데워 냄새를 맡아본다.


조금 들이켜 입에서 첫 향과 맛을 보고 숨을 들이키듯 목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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