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봉된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 감독의 웨스턴 ‘트루 그릿’(True Grit)에서 나이 먹은 외눈 주정뱅이 연방 마샬 루스터 칵번으로 나오는 제프 브리지스(61)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2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이 영화는 지난 1969년 존 웨인이 주연한 동명영화의 리메이크인데 웨인은 칵번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았다. 영화의 원작은 찰스 포티스의 동명소설. 감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을 한 브리지스는 의젓하면서도 원기왕성하고 쾌활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는데 질문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신중하게 답했다. 그의 말은 영화 속의 칵번처럼 입 안에서 웅얼대는 식이어서 다소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리메이크 작품이라
처음엔 망설였지만
‘새 작품 만들자’몰입
난 잘 용서하는 성격
좋은 마샬이 되기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
*영화의 주연을 제안 받았을 때의 느낌은.
-처음에 코엔 형제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존 웨인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것에 대해 별로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래서 각본을 읽은 뒤 그들에게 왜 ‘트루 그릿’을 리메이크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리메이크가 아니라 포티스의 책에 따라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 내가 존 웨인에게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이 코엔 형제에게 딱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의 사법제도와 요즘의 그 것을 비교해 볼 때 차이가 무엇이며 옛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선한 자와 악한 자 간의 구별이 뚜렷치가 않았다. 그 점에서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권력이란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 사람들은 그것을 얻으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당신은 좋은 마샬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잘 용서하는 사람이어서 좋은 마샬 되기엔 부적절하다. 매우 흥미 있는 일임엔 틀림 없으나 영화에서나 재미있지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다.
*당신이 지난해에 오스카상을 받은 ‘크레이지 하트’로 인해 음악가로서의 당신의 생애가 어떻게 재 점화됐는가.
-그 영화는 전적으로 음악에 관한 영화다. 내 친구인 T. 본 버넷이 작곡한 음악이 상을 받은 후 우리는 음악을 만들 기회가 더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주에 우리는 새 앨범을 만들었다. 또 하나 오스카상의 장점은 그 것을 받음으로써 내가 보다 세상에 많이 알려져 나는 지금 굶는 아이들을 없게 하자는 운동인 ‘노 키드 헝그리’의 전미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다.
*코엔 형제와 일한 경험은.
-난 그들과 전에도 ‘빅 르보스키’에서 함께 일했는데 그들은 아주 침착한 스타일이다. 그들은 한 번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다시 일하기를 좋아한다. 코엔 형제는 크게 흥분하지 않는 사람들로 화도 안 낸다.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면서 그런 분위기 안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들이다.
*당신은 맡은 역을 스스로 창조해 내는가 아니면 감독에게 맡기는가.
-감독에게 나를 다룰 수 있는 힘을 줘 내가 갖고 있는 역에 대한 관념을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나는 감독을 그렇게 이용한다.
*이 영화는 첫 크레딧 장면에 성경 구절이 나오듯이 성서적 주제를 지니고 있는데.
-그렇다. 특히 인과응보의 의미가 강하다. 죄 값을 지불한다는 말인데 영화 속 주인공인 소녀 매티의 아버지를 사살한 악인은 매티에 의해 살해됐고 매티도 이 자를 살해한 뒤 죽을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다분히 성서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여러 수퍼 스타급 여배우들과 일했는데 그들 중 누구를 가장 좋게 기억 하는가.
-이 영화에서 일한 14세난 헤일리 스타인펠드다. 정말로 대단한 소녀다. 나이에 비해 매우 성숙했고 또 넉넉하게 수용하는 큰마음을 지니고 있다. 하는 일에 진지하게 매어 달리고 또 매우 순진한 보기 드물게 잘 자란 소녀다. 난 처음에 매티 역이 사실은 주인공이어서 누가 맡을 것인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헤일리와의 첫 장면 후 난 “우린 참 운이 좋구나”하고 감탄했다.
*영화에 나오면서 존 웨인의 그림자를 피하려고 어떻게 애썼는가.
-영화가 그의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닌 만큼 나도 웨인을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볼 때 물론 웨인을 생각할 것이다. 그 것이 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나도 모르겠다.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는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가.
-부엌과 식사 하는 방 사이의 선반에 있다.
*당신은 음악가요 배우요 시각 예술가이자 사회 활동가인데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당신 체질에 맞는가.
-모두 마찬가지다. 난 그 것들을 모두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부터 도전을 받는다는 일이다. 뭔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을 때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쁘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공포에 질리곤 한다.
*오스카상 수상자로서 팬들의 이미지에 영합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과 진지한 배우로서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두 가지의 입장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는가.
-난 영화를 만들 때 그런 것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일하면서 그런 문제는 스스로 풀어져 나가도록 맡겨놓는다. 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잘 하려고 할 뿐이다.
*당신이 맡은 역중 기념비가 될 만한 것은 어느 것인가.
-‘트루 그릿’이다.
*젊은 배우들에게 해 줄 조언은.
-난 언제나 실베스터 스탤론을 존경해 왔다. 그는 ‘로키’를 본인이 쓰고 또 주연을 고집해 뜻을 이뤘다. 젊은 배우들에게 이를 본받으라고 조언한다. 자기가 각본을 쓰고 주연도 하면서 스스로 그 것을 영화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가.
-난 늘 개들을 키우며 살아왔는데 지금도 두 마리의 개가 있다.
*왜 웨스턴이라는 장르는 변함없이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어렸을 때 배우인 나의 아버지(로이드 브리지스로 ‘하이 눈’ 출연)는 많은 웨스턴에 나왔다. 아버지는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도 영화 속 주인공의 복장을 하고 왔는데 그 때마다 난 아버지의 옷을 입고 친구들을 불러다 그 앞에서 자랑하곤 했다. 이렇게 우리가 어릴 때 장난하던 것에 익숙해 커서도 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겐 앞으로 ‘트론’(브리지스는 최근 개봉된 ‘트론’의 속편 ‘트론: 레가시’에도 출연) 같은 컴퓨터 영화가 웨스턴이 될지도 모르겠다.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그냥 순리대로 살 뿐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농담은.
-보이지는 않고 벌레 냄새가 나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것은 새의 방귀다.
*좋아하는 장르는.
-특별히 한 장르를 좋아 한다기보다 여러 가지를 즐긴다. 장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것을 어떻게 잘 만드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리웃의 결혼은 보통 오래 못 가는데 당신은 어떻게 30여년을 지켜왔는가.
-결혼은 끊임없는 연습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실습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걸림돌을 만나게 마련이지만 그 것을 보다 견실한 결혼생활의 디딤돌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 문제가 있을 때면 가까이 마주보고 앉아 먼저 한 사람이 자기가 갖고 있는 문제와 상대에 대해 할 말을 모두 한 다음 그 다음 이번에는 다른 한 사람이 자기의 할 말을 하는데 한 번으로 부족하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반복한다. 결혼이란 같이 있는 것과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의 연습이다.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에게 한 것처럼 세 딸에게 배우가 될 것을 권고하는가.
-나는 직업을 사랑하지만 딸들에게 그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배우라는 직업은 한 편으로는 아주 멋있는 점이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그래서 그냥 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맡겨둔다. 어쩌다 딸들에게 너희들의 유전인자엔 연기가 포함돼 있으니 배우 한 번 안 해 볼래 라고 건의하면 딸들은 전부 “노”라고 대답한다. 어쨌든 딸들은 지금 모두 20대 후반이어서 이제 와서 배우로 일하기엔 다소 늦었다고 생각한다.
외눈 주정뱅이 루스터 칵번 연방 마샬 역의 제프 브리지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