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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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야기/필자가 본 모기지 융자의 문제점

2010-11-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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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M&T Bank Sr. Loan Officer

2007년 말 이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서 모기지시장과 주택시장이 경색이 되기 시작하여 아직까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굴지의 모기지 융자 은행들이 간판을 내렸고 정부에서는 수많은 모기지 융자 부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사태 후 2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모기지 시장을 한번 돌아보면 과연 지금까지 정부나 은행에서 한 노력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가 상당히 의문이 든다. 그럼 과연 2년이 넘게 그렇게 많은 정책을 바꾸고 부양책을 내놓았는데 왜 아직 주택시장은 답보 상태이며 예측이 어려운 상황인가? 이번 시간은 필자가 모기지 진단을 미국 전체보다는 뉴욕과 뉴저지 지역 그리고 한인들의 융자 상황 등을 토대로 몇 가지 짚어본다.

1. 홈에퀴티 문제점
2000년 초중반에 은행에서 홈에퀴티라는 재미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주택 소유주를 위해 주택의 에퀴티를 담보로 라인 오브 크레딧(Line Of Credit)을 만들어 주었다. 아직 라인 오브 크레딧이 무언지 모르는 고객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이것은 본국의 마이너스 통장 같은 것으로 5만달러의 라인이 은행에 만들어지면 5만달러 한도내에서 얼마든지 사용하고 갚고 또 사용할 수 있는 어카운트이다. 대부분 프라임(정부 기준금리에 3.25%를 추가시킨 이자)금리로 사용한 금액에 한해서 이자만 내고 원금은 본인이 알아서 갚아가는 형식이다. 사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미국의 소비의 큰 축은 홈에퀴티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만 갖고 있으면 심지어 감정의 100%까지 홈에퀴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갖고 있는 주택의 홈에퀴를 100%까지 꺼내 또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물론 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서류는 나쁘지 않는 신용점수와 현재 직장을 갖고 있다는 증빙 정도였다. 즉 구체적인 수입이나 현재 재정 상태의 고려보다 향후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의 예상과 당시 8%가 넘는 홈에퀴티의 이자의 유혹에 은행이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2007년 말 서브 프라임 사태 후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은 것이 홈에퀴티 융자 은행들이다. 90%나 100%까지 무분별하게 발행해 준 홈에퀴티는 프라임 이자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모기지 페이먼트 의욕을 상실한 오너들 속출했기 때문이다. 즉 50만달러를 홈에퀴티까지 해서 100% 가까이 융자를 얻었는데 지금 40만달러 초반으로 주택가격이 내렸다면 페이먼트 동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불어 닥친 실업의 한파로 구성원 중 한명이라도 직장을 잃으면 곧바로 깡통주택부터 포기해 버리고 만다.

이로 인해 많은 은행들이 고전은 물론이고 홈에퀴티 동결 또는 라인 축소 등으로 주택 오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홈에퀴티로 소비를 즐기는 오너들은 무차별적으로 라인을 동결한다는 통고를 받았고 고통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충분히 가져왔고 경기침체의 일차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또다시 주택시장을 경색시켜 침제의 전반적인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문제는 부실한 홈에퀴티 때문에 은행들의 조치가 양질의 오너들까지 전부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감정의 75~80%까지 라인을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엄청나게 까다로운 잣대로 홈에퀴를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3%초반의 낮은 홈에퀴티를 이용하고 싶어도 그 자격 미달로 얻는 고객이 극히 미미하다.

2.수입 증빙 융자
돈을 빌려주며 은행에서 고객이 갚을 여력이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이 불과 몇해전에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단순히 크레딧 점수만 좋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을 구입한다면 100% 융자는 물론이고 클로징 비용까지 융자를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 이면에는 기본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현재 구입가를 현저히 앞선다는 위험한 계산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주택 거품이 빠지면서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융자 프로그램 상품이
80/20 융자였다. 1차 모기지 80%, 2차모기지 20% 즉 100%전부 융자를 해준 프로그램들이었다. 클로징 비용까지 은행에서 융자를 받았는데 주택가격이 내리면 그 뒤는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수입 증빙 없이 무리하게 내준 융자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로 인해 80/20융자는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수입증빙 없이 크레딧 점수만으로 융자를 해주는 프로그램까지 완전히 사라졌다.(일부 지역 은행의 포토폴리 융자는 제외) 여기서 짚어봐야 될 것이 수입 증빙 융자이다.

필자는 이 수입 증빙융자 자체는 인정을 하나 그 지역과 다운페이 정도에 따라 유연성을 두자는 것이다. 좀 설명을 하면 같은 뉴욕주라고 하더라도 버팔로나 시라큐스 등 윗 지방의 주택가격과 뉴욕시내와 그 주변의 주택가격은 3~4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의 수입 즉 학교 교사라든지 우체국에 종사한다던지 간호사라던지 이럴 경우 지역에 따라 수입이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특정 지역은 지방 중소 도시들 보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부과 수입의 가능성이 많다. 융자 은행이 국세청이 아닌 이상 굳이 고객의 주머니 사정을 샅샅이 뒤져서 융자 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고객이 안전한 수준까지만 다운페이먼트가 가능하면 기존이자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좀 올려서 융자를 해주자는 것이다. 현행 융자 기준으로는 90%를 다운하고 10% 융자를 해주는데도 철저한 자금 출처와 수입조건을 똑같이 따져 융자를 해주고 있으니 이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는가?

지금 FHA는 수입 증빙만 되면 3.5%를 다운하고 97.5%를 융자를 해주고 있다. 그냥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자 50% 다운을 하고 수입 증빙이 어려운 고객과 3.5% 다운하고 수입 증빙이 가능한 고객이 있다면 과연 누구에게 돈을 빌려줘야 될지 탁상에 앉아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간절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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