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 (뉴욕 함소아한의원 원장)
어린이는 열의 기운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어른보다 뜨겁기 마련이다. 이 열을 발산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많이 흐르거나 반대로 전혀 땀을 흘리지 않을 때는 뭔가 문제가 있어서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가 정상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한방에서는 과도한 땀을 ‘지나친 속열’로 인해 오장 육부의 불균형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아이가 땀을 흘리면서도 다음 증상을 동반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금만 놀아도 금새 지치고 피곤해하는 경우, 소변 색이 진하거나 안 좋은 냄새가 나는 경우, 변 모양이 동글동글 염소똥 모양 같은 경우, 변 색깔이 검고 짙은 경우, 잠자기 전 자주 등을 긁어 달라고 보채는 경우, 코딱지가 많이 생기고 코피가 자주 나는 경우, 겨울에도 이불을 걷어차고 얼음물만 찾는 경우 등이다. 가끔 기운이 막혀 속열이 있는데도 땀을 잘 흘리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료가 우선이다.
속열을 부추기는 원인은 지구 온난화 그리고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은 몸속 열기를 더욱 불타오르게 하며 당분이 많은 음식은 몸 안에 열과 습기를 만들어 과도한 땀 외에도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먹는 방식도 중요하다. 몇 끼를 굶었다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빠르게 먹는 폭식을 즐기면 소화
도 어렵고 속열이 쌓인다. 항상 지나치게 많이 먹는 과식 역시 마찬가지인데 살이 찐 아이가 땀을 더 잘 흘리는 것도 속열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음식을 먹고 바로 누우면 자는 내내 위장이 쉬지 못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열이 생긴다. 따라서 땀이 많은 아이라면 야식, 과식, 폭식만큼은 삼가야 한다.
땀은 체내 수분의 하나이다. 지나치게 많이 땀을 내고 나면 몸속 수분이 마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이가 땀을 많이 흘렸다면 물을 먹여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속열을 부르지 않기 위해서는 탄산음료나 주스 같이 당 성분이 든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보리차나 생수 등이 좋다. 수분 섭취와 땀 흘리기를 반복하면 몸 안의 열과 노폐물을 배출할 수도 있다. 수박, 참외, 살구, 자두, 복숭아, 포도 등 여름철 제철 과일은 수분 함량이 높다. 이런 과일들은 땀으로 고갈된 수분섭취에도 좋을 뿐 아니라 몸 속 열을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시금치, 상추, 고추, 치커리, 로메인 등 시고 떫은맛이 나는 푸른 채소는 간과 혈액의 힘을 강하게 해주면서 속열을 식혀주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게 좋다.
간혹 진료를 하다 보면 아이 열이 많은데 한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한약재 중에는 여름철 몸 속 열기를 잡는 시원한 성질의 한약이 있기 때문에 어느 방법보다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다. 예를 들어 석고는 위와 폐의 열을, 황금은 심장의 열을, 목단피는 혈액 속 열기를 내리며 현삼은 진액을 보충하는 효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