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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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개혁 대책

2010-08-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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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적 정부 지원 관행 사라진다

오마바 행정부가 이르면 내년초 발표할 예정인 주택 시장 개혁 대책이 지난 70년간의 주택 정책 근간을 뒤흔들 파격적인 내용이 담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년 고정 모기지 시스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부터 양대 모기지 거인인 프레디 맥과 페니 매를 없앨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대책이 구체화될 때까지 이해당사자간의 치열한 찬반토론과 로비가 펼쳐지겠지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정부가 지금처럼 주택 시장에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던 관행은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주택 구입 요건 더욱 강화될 듯
30년대까지 은행들은 주택 구입자에게 50%의 다운페이먼트를 요구했고 모기지 상환 기간은 불과 5~6년에 불과했다. 집을 살 때도 목돈이 필요했고 모기지를 내는 것도 커다란 부담이 됐다. 2차 대전이후 정부의 주택 정책은 주택소유자를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내 집’이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중산층의 기본 바탕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 정부의 지원으로 안정적으로 모기지를 매입할 수 있는 프레디 맥과 페니 매가 설립됐고, 각종 세제 혜택, 보조금은 물론 주택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여됐다.

이같은 정책은 30년대 40%에 불과하던 주택보유자수를 2004년 69%까지 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한 주택의 확대는 자동차, 가구, 주방, 가전, 생활 용품 등 각 제조업 부분의 생산 및 판매를 촉발해 전체적인 미 경제 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하지만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원 위주의 정책이 미국인들이 주택 구입에 무리한 투자를 하게하고 시장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되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경기를 살려야 할 명분도 줄어들었다. 또한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실직을 했을 때 일자리를 찾아 이주할 수 있는 여건이 줄어들어 실업률을 올리는 부작용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내년초 발표될 대책에는 크레딧 기준을 올리고 다운페이먼트 액수를 높여 집을 구입하기 훨씬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반면 주택 구입이 힘든 저소득자들은 렌트를 할 때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프레디 맥과 패니 매의 존속 여부
두 모기지 공룡을 어떻게 개혁할 지 아니면 아예 없앨지가 큰 관심사다. 두 회사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에 대한 보증을 주 임무로 하고 있고, 은행이나 다른 금융권의 모기지를 구입해 채권화(주택저당채권. MBS) 한 뒤 투자자들에게 파는 역할을 한다. 패니매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쉽게 하기 위해 정부가 만들었다가 68년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며 민영화했다. 2년 뒤 독점을 막기 위해 같은 일을 하는 프레디맥이 만들어졌다.

미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수월해진 것은 두 기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택 위기 이전까지 구입자들은 집값의 80% 때로는 90% 이상을 대출받기도 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게 바로 MBS다. 이런 MBS를 가장 많이 발행하는 기관이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고 이들과 경쟁하던 투자은행 등 순수 민간업체는 문을 닫거나 사업을 크게 축소했다. 두 기관의 대표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았고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두 회사가 발행한 증권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선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와중에서 엄청난 부실이 불거졌고 주택 시장의 붕괴를 우려한 정부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두 회사에 투여했다. 현재는 실제로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상태.

두 회사의 폐지 혹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측의 논리는 단순하다. MBS의 가치 상승으로 얻는 이익은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하락으로 생기는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져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회사를 100% 민간화 하던지 100% 국유화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30년 고정 모기지의 변화 가능성
하락 기록을 거듭 하고 있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12일 4.4%로 다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과연 이같은 고정 저이자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지도 큰 관심사다. 30년 고정이라는 이자율 시스템이 정착된 것도 사실은 프레디와 페니 두 회사의 출현으로 가능했다. 어떤 민간 은행도 장기 고정 이자율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자율이 올라갈 경우 은행은 자산은 고정된 반면 예금과 펀드 등에 지불해야하는 액수가 늘어나며 반대로 이자율이 떨어지면 주택소유자들이 재융자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리스크를 감수할 민간 은행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리스크를 보전해주는 기관이 있을 때만 가능한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준비중인 정책에 따라 ‘장기 고정’이라는 주택 융자 시스템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적어도 이자율의 상승이 유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 렌트 지원은 늘어난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결국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지금까지처럼 정부는 주택의 구입과 보유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것이 유권자들의 다수가 집 소유자들이며 집이 가장 큰 재산인 중산층들의 이익에 반대되는 정책을 낼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렌트 거주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만 해도 모기지에 대한 세금 공제 등 집 소유자들을 위한 지원에는 2,300억 달러가 소요됐지만 렌탈 마켓에 관한 지원은 600억달러에 불과했다. 저소득자들이 무리하게 주택 구입에 나서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시 유발하기 보단 렌트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모기지가 수입의 30%를 넘는 집 소유자는 30%인 반면 렌트비가 30%를 넘는 세입자는 45%로 훨씬 높기 때문에 렌트비에 대한 세금 공제 확대를 통해 세입자에 대한 지원이 늘 가능성이 많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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