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순모밀 평양식 냉면 ‘입안에 착~’

2010-07-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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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회관

강남회관 이상헌 대표는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외모와 안경 넘어 반짝거리는 눈매가 인상적이다. 강하지만 선한 기운이 넘치는 그 눈을 보면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으로서 오랜 세월 한인타운 한 귀퉁이를 지켜온 장인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나아질 줄 모르는 경기침체로 다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과 그 아픔을 인사로 건넸다. 강산이 세 번 변할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요식업계의 베테런에게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만 같았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고소한 돼지고기 수육, 냉면과 찰떡궁합
푸짐한 모둠구이부터 신선한 스시까지
맛깔스러운 다양한 메뉴 ‘타운 터줏대감’

29년 전 이 대표가 올림픽과 브론슨 코너에 강남회관을 개업할 때의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됐다. 당시는 한인타운도 변변치 않았지만, 강남회관 부지 주변은 흑인들이 주를 이루는 낙후된 동네이며 건너편에는 흑인 갱들의 아지트격인 클럽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모두가 말리던 시작이었지만 이 대표는 자신 있었다고 말한다.


30년 한결 같은 강남회관의 이상헌 대표.

LA로 이주하기 전 오하이오에서 직장생활을 통해 주변과의 유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미 터득한 때였으므로 두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그들과 소통하고 서로 도움이 되는 신뢰관계를 먼저 구축하였다고 한다. 식당 개업과 장사보다도 이웃과의 유대관계를 다져놓기를 가장 처음 해야 할 일로 삼았다고 했다.

말이 쉽지 선뜻 되지 않는 일임을 알기에 그 방법을 물어보았더니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우리 민족이 가진 순수한 정을 바탕으로 성실과 근면한 모습을 보여주어 믿음을 쌓았다고 한다. 미주 한인의 이미지가 좋게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은 단체나 기업이 아닌 결국은 우리 개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잘 되는 길은 결국 ‘공생’이라는 것, 함께 살아남아 나와 내 주변이 두루 편하고 잘 되는 것, 어려울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며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는 것, 그것이 사람 사는 것이고 진정한 성공이며 오래가는 행복이라는 지론을 들려주었다. 강남회관이 오랜 세월을 지나며 단지 식당 이상의 가치를 지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강남회관은 많은 메뉴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음식 맛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한국 음식다운 참한 맛을 낸다. 한결같이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식재료를 고르고 양념을 만들며 소소한 부분까지 관리해 온 덕이다. 본인의 근면과 열정을 음식에 고스란히 담았고, 음식 장사는 노력한 만큼 고객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에 보람도 크다.

즉석 반죽해서 뽑아내는 순모밀 냉면 .

더운 여름, 타운에서 유일하게 강남회관에서 맛볼 수 있는 평양식 순모밀 냉면이 인기다.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순모밀 냉면은 주문과 동시에 반죽이 시작되고, 면을 뽑아 시원한 냉면으로 만들어 내온다. 즉석 반죽이니 면발이 다를 수밖에 없고 탱탱, 꼬들, 쫄깃거리는 식감이 예술이다. 갈비뼈와 사골에 각종 채소를 넣고 푹 우려내어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시원하고 깊이 있는 육수 맛이 일품이다.
냉면으로 점심을 때우기에 손님들이 허전할 것 같아 잡내 없이 부드럽게 삶아낸 돼지수육 한 접시를 서비스로 대접한다. 양파를 듬뿍 올려 새우젓과 함께 먹는 고소한 수육이 냉면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함흥냉면도 단골손님들의 애용 메뉴이다.

쇠고기 및 식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통갈비는 7년 전 가격인 24.99달러로 제공하고 있다. 손해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 “내가 조금 더 일하면 되는 문제”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모둠구이 스페셜은 100달러로 안심, 안창살, 부채살, 토시살로 4인분의 고기와 함께 산 전복으로 만든 전복죽, 수삼, 밤, 은행이 듬뿍 들어간 영양솥밥이 제공되어 푸짐하고 고급스럽다.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스시런치.

강남회관의 신선한 일식은 직접 스시칼을 잡았던 이 대표의 자존심을 지키듯 공들여 관리하는 부분이다. 한 가지 롤과 큼직한 6피스의 스시가 서브되어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스시 런치로 점심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런치도시락.

직장인들의 건강하고 푸짐한 런치도시락도 꾸준한 인기를 얹고 있는데 사시미, 장어구이, 닭구이, 연어구이, 생선전, 샐러드 등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집 밥 먹듯 정갈한 반찬들과 직접 정성들여 담그는 열무김치와 백김치 맛도 일품이다.

강남회관은 친절하기로도 유명하다. 이 대표 부부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식당을 지키며 반가운 인사로 손님을 맞는다. 올드타이머 고객이 유난이 많은 이유도 이들 부부의 한결같이 친절한 서비스 때문이다. “강남회관을 찾아준 손님은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갑게 맞이해도 부족한 마음”이라며 “내 식구 같이 여겨지니 오직 손님들의 건강과 만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대한 임무라고 생각한다”는 이 대표의 음식은 참 따뜻했다.

◆강남회관 안내
▲영업시간: 주 7일,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30분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
▲주소와 전화번호: 4103 W. Olympic Blvd. LA, (323)937-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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