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 참숯 BBQ

2010-07-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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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툼한 9인치 통갈비 참숯에 ‘지글지글’

한인타운에서 15분 거리 인근의 역사 깊은 아름다운 동네 라 카냐다에는 인근 한인들의 보석 같은 단골집 ‘서울 참숯 BBQ’(대표 박형만·제니 부부)가 있다. 언제든지 들러 집 밥 먹듯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이 식당은 라 카냐다와 라크레센타에서 한인타운까지 나가지 않아도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점 때문에 동네 주민들의 기쁨과 고마움이다. 박형만, 제니 부부는 요식업계 10년 차 베테랑으로 이 부부에게는 특별한 경험과 이를 통해 얹은 값진 신념이 있다.


적절한 양념맛과 푸짐한 양의 9인치 길이의 양념갈비.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맛의 아구찜.



인심 넉넉한 옛날 불고기. 푸짐한 야채와 즉석해서 썰어주는 부드러운 고기가 일품이다.


한약재 양념으로 살짝 재운 삼겹살도 인기
멸치육수 떡볶이·만두 등 ‘골라먹는 재미’


요식업계에 뛰어든 이유가 “하고 싶어서”이기에 일단 시작이 좋다. 일식집을 거쳐 손칼국수와 만두로는 남가주를 대표해도 될 만큼 이름을 떨쳤던 ‘시누랑 올케랑’을 6년간 운영하면서 전성기를 누렸고, 발렌시아에 ‘소공동 순두부’를 개업하면서 지난 시간들 속에 한국음식을 한국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법을 터득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날개 돋친 듯 타주까지 팔려나가는 만두와 칼국수는 음식 만드는 일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었고, 불경기를 지나면서 음식의 질에 대해서만은 타협 없이 지켜나갔을 때 손님이 먼저 알아준다는 것, 정성과 손맛에서 나오는 음식의 맛 때문에 수작업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 등 조금 포기하면 크게 표 안 나고 편해질 만한 일들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빼곡히 들어찬 메뉴 판 속에 그저 구색만 맞추는 메뉴들이 아니라 칼국수 한 그릇, 순두부 한 뚝배기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어 그 맛이 사뭇 진지하다.

서글서글 인상 좋고 인심 넉넉한 부부가 함께 일하며 더 나이지도록 기울이는 노력이 언제나 진행 중이니 식당은 활기가 넘친다. 박형만 사장은 주방을 책임진다. 재료서부터 양념, 요리, 청결까지 꼼꼼히 직접 챙기기에 빈틈이 없다.
제니 박 사장은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한다. 위치적인 장점으로 단골손님이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함께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니 단골이 되었지 싶다. 단골손님에게는 필요를 알고 먼저 채워주는 서비스를 할 수 있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단다.

좋은 고기를 준비하고 BBQ는 참숯으로만 한다. 구입, 관리, 비용 모든 것이 까다롭지만 참숯을 사용해서 업그레이드되는 그 ‘불 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9인치 길이의 통갈비는 손님들이 담요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집의 명물이다. 그야말로 갈비 먹을 맛이 나고 양도 많을 수밖에 없다. 딱 하루 숙성시킨 진하지 않은 양념갈비는 특히 인기가 많으며, 제니 박 사장 본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오리고기 또한 꾸준한 베스트셀러다. 돼지고기와 궁합이 맞으면서 찬 성질을 보완해주는 한약재로 소스를 만들어 살짝 재운 한방소스 삼겹살은 잡내 없이 부드러운 육질 때문에 참숯 서울 BBQ의 특별메뉴로 별미다.


무제한 메뉴는 없고, 질과 양까지 자신 있는 생고기 모둠 콤보(A)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콤보(A)가 준비되어있다. 서울 참숯 BBQ를 사랑하는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고루 맛 볼 수 있는 차돌, 양념갈비, 치킨, 새우, 불고기로 구성된 콤보 메뉴도 만들었다.

주방에는 진하게 우린 사골국물과 야채멸치 육수가 항상 끓고 있는데, 모든 요리의 깊은 맛을 내주는 기본양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돌솥비빔밥을 업그레이드 시킨 돌판 비빔밥은 비빔밥의 재발견이다. 지글거리는 넓은 돌판 위에 근사한 담음새가 훌륭하고 슥슥 섞어 한입 가득 채워보니 재료가 함께 어우러지는 식감이 훌륭해 진짜 비빔밥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넓은 돌판이라 바삭한 누룽지가 많이 생기는 것도 특별한 기쁨. 낙지돌솥 또한 이것만 먹는 매니아 손님이 있을 정도로 잊을 수 없는 맛을 낸다.

자타공인 타운에서 제일 맛있다는 떡볶이가 여기 있었다. 야채멸치육수를 기본으로 한 고추장 소스를 숙성시켜 깊은 맛을 내는 떡볶이는 ‘바로 이 맛’이다.

2인분 기본인 옛날불고기는 놀랄 만큼 양이 많아 3~4명이 충분히 먹을 정도이며 바로 썰어낸 고기와 푸짐한 야채가 소스에 즉석 버무려 나오는 인심 좋은 메뉴이다. 정갈하고 기름을 적게 써서 만드는 정갈하고 건강한 밑반찬과 잘 익은 김치가 훌륭하며 만두, 칼국수, 순두부는 전문점의 비법과 전통을 그대로 이어 만족하기에 충분하다.

인근 NASA연구소 JPL의 필리피노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들렀는데 4년 째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꼭 들릴 정도로 이곳의 한국음식이 좋단다. 친구들에게도 한식을 알리기 마다않고, 항상 먹는 매운 돼지불고기와 불고기, 고추장찌개는 본인의 몸이 원한다니 음식으로 하나가 되어 통하는 기쁨을 나누었다. 타운을 조금 벗어나 더욱 경쟁력 있게 맛있고 건강한 우리 한식을 제대로 만드는 좋은 식당이 오래도록 사랑받기 바라는 마음이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담음새부터 멋진 돌판 비빔밥.


돼지불고기와 고추장찌개를 즐기는 필리피노 손님들. 한국음식 칭찬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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