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행가 이형숙의 실크로드를 가다 <5>

2010-07-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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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황의 명사산과 월아천

사막 모래산 바람불면 신비한 소리


모래알 너무 부드러워 무릎까지 ‘푹’
‘월아천’은 수천년 마른적 없는 오아시스
그 속에 그림 같은 도교 사원 잘 어울려


명사산은 막고굴(Mogao Grotto)에서 시작되어 당상 강(Dangxiang River)에서 끝이 나는데 남북이 20킬로미터, 동서가 40킬로미터, 넓이가 600평방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모래 산이다. 고비사막의 작은 모래와 돌이 퇴적된 명사산의 평균 높이는 100미터이지만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715미터나 된다고 한다.
바람이 부는 대로 시시각각 변하는 사막의 모습과 더불어 바람이 불 때 모래가 움직이며 소리가 난다해서 ‘명사산’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이 명사산은 하늘에서 보면 마치 크나큰 황금색 용이 하늘에서 하강하는 모습이라 한다. 입구에서 낙타를 타고 모래 산 둔덕까지 갈 수도 있으며 어떤 이들은 그냥 걸어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무릎까지 오는 발 덮개를 빌려 신고 가지 않으면 모래에 발을 다칠 수도 있어 신발을 감싸는 덮개를 신고 모래 산으로 올라가기를 권장한다. 모래가 너무나 부드러워 모래 산을 올라갈 때는 무릎까지 모래 속으로 빠지니 눈 속을 걷듯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모래 산을 쉽게 올라가도록 만들어놓은 나무계단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일인당 15(2달러)인민폐를 지불하고서야 비교적 쉽게 모래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비용은 내려올 때 이용할 대나무 썰매 사용료도 포함된 것이다.
어렵사리 모래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강하게 불어오는 모래바람 때문에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눈, 코, 귀 그리고 머릿속으로 모래가 마구 들어간다.
정상에 올라간 후에 내려올 때는 대나무로 만든 썰매를 타고 양 손으로 모래를 저어 방향을 조절하며 모래 산을 내려올 수 있다. 마치 눈썰매를 타고 눈 덮인 산을 내려오듯이…
올라갈 때는 힘들게 나무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는 대나무 썰매를 타고 너무 쉽게 내려왔다.
무릎까지 빠지는 모래 속에서 걷는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걸어서 올라갔다가 걸어서 내려오는 젊은이들도 간혹 있었다.
이 사막에는 뱀이나 독충들이 살고 있다고 하여 육봉이 두 개인 낙타를 탔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계속 걸어가는 낙타 등에서 사진을 찍어서인지 나중에 보니 좋은 사진이 별로 없었다.
또 모래 산 정상에서는 모래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카메라 렌즈에 모래가 들어갈까 조심스러워 사진다운 사진을 찍지 못하고 머릿속에만 저장하고 내려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모래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월아천으로 갔다.
이 명사산과 월아천에는 3가지의 명물이 있다.
첫째는 월아천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 둘째는 이곳 호수 속에서 자라고 있는 칠성초, 그리고 마지막은 오색모래이다.
물고기와 풀은 보지 못했지만 기념품 가게에서 팔리고 있는 오색모래는 볼 수 있었다. 이곳의 모래 색깔은 노란색, 붉은 색, 파란색, 하얀색, 그리고 검은 색의 5가지 색깔의 모래가 있다고 한다. 이 오색 모래를 조그만 병에 넣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을 붙여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월아천’은 초승달 모양처럼 생긴 명사산 안에 있는 오아시스로서 천년이 넘도록 한 번도 마른 적이나 넘친 적이 없는 샘인데 일명 ‘만천’이라 부른다.
길이가 100미터, 넓이가 25미터, 평균 깊이가 5미터인 이 월아천은 철조망으로 담을 만들어놓아 아무도 가까이 가서 물을 만져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옆 모래 언덕에 비스듬히 누워 뜨거운 모래찜질을 하며 월아천과 도교 사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월아천에 얽힌 애틋한 한 선녀의 전설에 의하면 옛날 이 곳 둔황 지역이 사막이 아닌 숲이 있는 아름다운 동네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황량한 사막으로 변해 버렸다고 한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선녀는 너무나 슬퍼 울었고, 그 선녀의 눈물이 모여 샘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하늘에 떠 있던 초승달을 뚝 따서 샘에 던져 지금까지 그 샘이 초승달 모양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둔황 남쪽에 있는 곤륜(Kunlun)산에 눈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 흐르다가 지대가 낮은 이곳으로 솟아 나와 샘이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작은 호수가 수천 년을 내려오며 마르지 않고 거세게 불어대는 모래바람으로 인해 덮이지도 않고 초승달 같은 모양의 호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이 호수 속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iron back fish)와 더불어 자라고 있는 칠성초(seven star grass)는 영약으로 불린다.
월아천 옆에는 오래 전에 곱게 단청을 칠한 것 같은 몇 채의 사원이 있었다. 이는 당나라와 송나라 때 번성했던 도교(Taoist)의 사원으로 청나라 때 지었는데, 그 후 훼손된 것을 1986년에 와서야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고 한다.
막고굴이 불교의 성지였다면 이 명사산과 월아천은 도교의 성지였다고 한다.
조나라부터 당, 송까지 수백 년을 내려오며 많은 사람들은 불교와 도교 이 두 종교를 숭상하며 살아 왔고 천하 명산에 불교와 도교의 승려들은 수많은 사원을 지었다.
그러기에 이 명당 오아시스가 빠질 리가 있겠는가?
황량한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수천 년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은 샘! 이 길을 지나간 수많은 카라반 상인들과 낙타들에 쉼을 제공했던 오아시스! 도교의 중심지로 도교 행사를 행했던 곳.
그 월아천은 오늘도 그 예전의 오아시스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거대하게 솟아있는 빤짝이는 모래 산, 그 속에 그림같이 놓여 있는 사원과 호수,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자라고 있는 나무들.
정녕 이 모두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였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모래뿐이다. 그래서 그 중 높은 곳을 골라 산이라 했다. 관광객들이 낙타를 타고 명사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사막 한 복판에 자리 잡은 월아천과 도교 사원. 선녀의 전설이 사실인 것처럼 자연의 신비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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