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체리 태양의 ‘달콤한 선물’

2010-06-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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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절염에 berry good

캘 리포니아의 여름은 체리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체리는 반갑고 귀한 계절 과일이다. 한국에서 방문한 가족이나 지인들도 한번 맛보면 캘리포니아 여름의 이미지와 동일시된 강렬하고 행복한 기억을 남겨줄 만큼 체리는 특별하다. 체리시기를 놓치고 방문하는 친지들을 위해 신선한 체리의 씨를 빼고 손질하여 얼려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체리는 많은 추억과 이야기 거리를 선물해 주기도 한다.

여름에 나는 체리의 종류는 빙(Bing), 레이니어(Rainier), 스키나(Skeena), 스윗하트( Sweetheart), 코랄 샴페인(Coral Champagne) 정도가 있다.

빙 체리는 알이 굵고 진한 붉은색을 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로 강렬한 단맛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된다. 많이 익을수록 색이 검붉어진다.


가장 맛있는 체리를 택하라면 단연 레이니어 체리를 고르겠다. 레이니어는 상큼한 노란색에 빨간 볼 터치를 한 듯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으며 껍질이 얇고 즙이 많은데 표면에 상처가 쉽게 생기기 때문에 보존이 까다롭다. 당도가 높으며 섬세하고 풍부한 맛을 지녀서 가장 맛있는 체리 종류이다.

스키나 체리는 과즙이 많고 검붉은 색에 과육도 색이 짙으며 보통 체리보다 조금 늦게 수확된다.

스윗하트 체리는 두루뭉실 귀여운 하트모양으로 검붉은 점이 있고 늦게 수확된다.

코랄 샴페인 체리는 아름다운 코랄 빛깔을 가졌고 조금 일찍 수확되는 종류로 단맛이 강하고 과즙도 풍부하다.

파머스 마켓에 수북이 쌓여 있는 체리를 보고 먹을 만큼 골라 담는 일은 여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계절 과일인 만큼 시즌이 아닐 때는 통조림이나 잼 등으로 밖에 볼 수 없는데 시판용 통조림(체리파이 필링 따위의 제품)은 그야말로 설탕과 색소 범벅의 상태이므로 여름이 아닌 계절에는 아예 체리를 잊고 사는 편이 낫다.

통풍을 앓고 있는 지인이 먹는 약이 바로 이 체리를 주원료로 해서 만들어졌고, 모 업체의 천연비타민 C 제품도 감귤류가 아닌 체리 추출물로 만들었다고 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건강에 매우 이로운 과일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어떤 점이 좋을까?

먼저 당뇨병과의 관계다. 동물실험 결과 체리가 많이 들어 있는 사료를 먹은 쥐가 체내 산화작용이 크게 감소했으며 공복 혈당수치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미시간 의대의 연구팀이 밝혔다.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계절과일 체리.


토핑·잼·스무디… 디저트 장식 ‘꽃’

■체리, 불면증·다이어트에도 좋아


체리에는 항산화 영양소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한데, 이 안토시아닌은 췌장에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자극해서 인슐린의 생성량을 약 50% 정도 늘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체리를 많이 섭취함으로써 당뇨병의 전조증상이나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결과다.

체리에 풍부한 섬유소인 펙틴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빠른 시간 내에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발휘했고,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체리의 안토시아닌은 아스피린보다 10배나 높은 소염 효과가 있어 통풍환자나 관절염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통풍환자의 염증을 줄이기 위해 체리를 먹도록 권하기도 한다.

체리는 노폐물 증가를 억제하고, 세포가 암이나 종양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준다. 혈액을 맑게 해 세포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세포의 성장과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또한 체리에 멜라토닌 성분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섭취 때 수면을 유도하는 기능을 강화해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편두통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체리 잼 만들기>

1. 힘들지 않게 씨를 뺄 수 있는 정도의 신선한 체리를 구입한다. 3파운드 정도 사면 넉넉하지만 1파운드 정도의 양으로도 작은 사이즈의 잼 병에 딱 맞는 만큼의 잼을 만들 수 있다. 검붉은 빙 체리가 좋고 신맛이 강한 체리도 잼으로 만들면 매우 맛있다.

2. 혹시 튈지 모르는 체리주스를 대비해 빨간색 옷을 입고 체리 피터를 이용해 씨를 뺀다. ¾정도의 양을 작은 크기로 썰고 나머지는 둥근 체리 모양 그대로 둔다. 나중에 먹을 때 신선한 체리를 사 직접 씨를 빼고 만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3. 큰 냄비에 체리를 넣고 불을 가열하고 체리주스가 끓어오르면 레몬 2개 분량의 레몬즙을 짜 넣는다. 레몬즙의 다당과 산도가 잼이 젤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을 도와준다.

4. 중간 불에서 한 번씩 저어주면서 체리를 익히고 완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린다.

5. 2½컵 정도의 흑설탕을 넣어 불을 강하게 하여 잘 녹도록 저어준다. 설탕이 너무 많이 느껴지지만 잼의 특성상 맛이나 보존을 위해 필요하다.

6. 센 불에서 냄비의 바닥에 눌어붙어 타지 않도록 잘 저어준다. 잼도 스테이크처럼 오버 쿡 하면 실패하는 종류이다. 너무 오래 끓이면 설탕이 카라멜라이즈드가 되어 맛과 질감이 좋지 않고 회복이 불가능하다. 설탕을 넣은 이후로는 센 불에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좋으므로 맛을 보면서 시간을 조절한다.

7. 잼이 점점 끈적끈적해지는 것이 보이면 스패출라를 넣었다 빼서 스패출라 표면에 두꺼운 젤리 막을 형성하면서 잘 붙어서 나오는지 본다. 질감이 맞게 나오면 불을 끄고 체리 브랜디 커쉬(Kirsch) 또는 아몬드 엑스트렉트를 약간 넣어주면 상큼하고 감미로운 향이 살아난다. 단 아몬드 엑스트렉트는 많이 사용하면 싸구려 음식 맛이 나므로 한두 방울 정도가 적당하다. 불을 끄고 따뜻하게 식힌다.

8. 잼 병에 넣고 뚜껑을 닫아 완전히 식힌 다음 냉장고에 보관한다.


하트모양이 귀여운 스윗 하트 체리.


<체리를 근사하게 사용하기>

- 넌 팻 요거트 또는 바닐라 요거트와 함께 씨 뺀 체리를 곱게 갈아 아침용 스무디로 만들기.

- 마스카폰 치즈 약간에 씨 뺀 체리를 얹고 초컬릿 긁은 것을 살짝 뿌려 디저트로 내기.

- 크리미하며 무게감이 있는 그리크 스타일 요거트나 리코타 치즈에 꿀을 조금 뿌리고 파운드 케익이나 토스트한 빵에 바르고 씨 뺀 체리를 올려내기.

- 씨 뺀 체리에 설탕 조금, 레몬주스와 민트를 곁들여 섞고 와플이나 팬케익 또는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으로 얹어내기.

- 씨 뺀 체리를 컵에 넣고 약간 으깨어 진저에일과 레몬 라임소다를 섞어 레모네이드 만들기.

- 씨 뺀 체리를 버터, 양파와 함께 볶아주다가 살짝 졸여서 닭고기나 생선요리의 소스로 사용해 보기.

-곱게 갈아 얼려서 체리 빙수 만들기.




씨 빼는 체리 피터 “참 유용하네”

체리는 그냥 먹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씨를 빼주는 체리 피터(cherry pitter)가 있으면 체리를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체리 씨를 도구 없이 제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다. 체리 피터는 다음의 두 가지가 쓸 만하다.

#옥소 굿 그립스 체리 앤 올리브 피터
(Oxo Good Gribs Cherry and Olive Pitter) 12.99달러

크기가 가장 큰 체리까지 커버가 가능하다. 체리가 고정되어 아래로 떨어지는 부분에 주스가 튀지 않도록 보호장치가 되어 있다. 물 묻은 손도 꽉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납작하게 닫히기 때문에 보관도 용이하다. 디시워셔 세이프 제품.




#프로그레시브 체리 잇 피터
(Progressive Cherry-It Pitter) 14.99달러

큰 것 4개, 작은 것 4개 총 8개의 체리 홀더가 있고, 비슷한 크기의 체리 4개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다. 윗부분을 뚜껑같이 덮어 눌리기만 하면 가볍게 4개의 체리 씨가 빠지고, 씨가 빠진 체리는 아래에 플래스틱 통으로 빠지면서 주스가 튈 염려도 없다. 뚜껑, 체리 트레이, 아래쪽 트레이가 모두 쉽게 분리되어 간단하게 디시워셔에 넣으면 된다.



<이은영 객원기자>


코랄 샴페인 체리.

가장 맛있는 체리라 할 수 있는 레이너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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