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션쇼, 거리로 나오다

2010-06-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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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광장·육교에서… 명품 브랜드, 행인들의 시선 붙잡아

뉴욕선 ‘패션 나잇아웃’
파리서도 겐조의 로드쇼
도시인의 일상 패션과
럭서리 명품 대중 곁으로


화려한 조명, 인공적으로 연출된 무대에서 펼쳐지던 패션쇼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원이나 광장, 육교 등 일반인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거리 곳곳에서 명품 브랜드 패션쇼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뉴욕 패션위크가 경기침체로 불황에 빠진 패션산업을 살리기 위해 ‘패션 나잇 아웃’(Fashion Night Out)이란 이름으로 공공장소에서 패션쇼를 열고 있고, 올해 초 겐조(Kenzo)가 2010년 파리 남성복 가을·겨울 컬렉션을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아니라 자동차 소음을 음향효과로 파리의 도심 한 가운데에서 펼쳐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프랑스 남부 생 트로페에서 열린 샤넬 패션쇼에서 모델들과 함께 피날레를 선사하고 있다.



유명 휴양지인 생 트로페의 도로통행을 차단한 뒤 도로 전체를 런웨이로 사용한 샤넬 리조트웨어 패션쇼에서 두 모델이 휴양지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다이앤 크루거와 조슈아 잭슨이 샤넬 패션쇼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황을 맞은 명품 브랜드가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의 표현인 셈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구입해 입는 옷은 화려한 조명 아래 잘 짜인 워킹라인에 맞춰 캣 워크를 하는 모델들의 의상보다는 거리 쇼윈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상이다.

물론 로드 패션쇼는 도시 거주 젊은층의 일상 패션을 주제로 한다.

느슨하고 편안한 실루엣의 클래식 스포티 룩으로 올 봄 남성복 시장을 점령한 겐조(Kenzo)는 지난 1월 2010년 가을·겨울 파리 컬렉션 장소로 파리의 광장을 선택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렇다고 패션쇼를 이유로 도로통행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사이로 ‘겐조’가 새겨진 노란 버스 한 대를 운행하며 모델들을 운송해 겐조의 즐겁고 자유로운 패션철학 ‘인생은 결국 건강해야 한다’를 그대로 표현한 로드 패션쇼였다.

반면에 샤넬, 에르메스 등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자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절대 명품 브랜드의 로드 패션쇼는 취지부터 다르다.


샤넬의 리조트웨어 컬렉션처럼 요트나 유람선을 타고 여행을 즐기는 부유층을 겨냥한 라인이 길거리로 나오면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

칼 라거펠트가 이끄는 샤넬(Chanel)은 지난해 베니스 리도 해변을 첼로와 바이얼린 선율로 뒤덮은데 이어 이번 시즌 프랑스 남부 생 트로페에서 2011년 리조트웨어 컬렉션 패션쇼를 개최했다.

한 도로의 통행을 차단한 뒤 도로 전체를 런웨이로 사용했고, 빨간 나무의자에 수백명의 초대 손님들을 앉혔고 몰려든 구경꾼들은 바리케이드 넘어 패션쇼를 지켜보았다.

모델들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트를 타고 패션쇼장에 도착해 캣워크를 선보였다. 컬렉션 테마도 휴양지와 잘 어울리는 1960~70년대풍의 고급스러운 카프탄과 튜닉, 망사 소재로 섹시함을 더한 비키니와 원피스 수영복이 주를 이루었다.



2010년 겐조 남성복 컬렉션은 파리 도심 한가운데서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영감을 받은 로맨틱 러시안 룩을 선보였다.


롤링스톤스의 전설 믹 재거의 딸인 모델 조지아 재거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샤넬 리조트웨어 패션쇼장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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