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여름에 딴 복숭아·멜론 달콤한 과즙 ‘꽉’

2010-05-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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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여름에 가장 맛있는 청과류들

캘리포니아는 따뜻한 기후 덕분에 사계절 내내 거의 모든 종류의 야채와 과일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캘리포니아라고 하더라도 특정 계절과일이나 야채는 제철이 아닐 때는 도대체가 무슨 맛인지 모를 정도로 이상한 맛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딸기는 봄, 여름 과일인데 겨울에 사먹었더니 식감은 무를 베어 먹는 듯 딱딱하고 단 맛은커녕 신 맛조차도 나지 않아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 캘리포니아도 이럴진대 사계절이 뚜렷한 중동부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모모푸쿠의 데이비드 장 셰프도 겨울에 마켓에서 볼 수 있는 야채와 과일이라고는 후지사과, 양배추, 감자 정도 밖에 없어 ‘사과 김치 샐러드’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금 더 건강하게 자연 친화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가장 저렴하고 맛있는 제철 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일부 레스토랑들도 마치 집에서 만든 듯 자연스럽고 이치에 순응하여 몸에도 이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데 주력을 다하고 있다. 계절 메뉴를 개발하고 좋은 식재료가 있을 때 특별히 만들어 내는 음식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제철이 아닐 때는 셰프들조차 사용하기 꺼려하는 몇 가지 재료를 알아보자.


딸기·아스파라거스 봄이 제철…
다른 계절에는 남미서 주로 수입


◇토마토- 자연의 속도대로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크고 탐스럽게 익었을 때 비로소 수확해야 하는 종류 중 하나이다. 온실 재배가 아닌 햇볕을 받으며 자연 그대로 길러서 여름철에 먹는 토마토만이 제대로 먹는 토마토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길러진 토마토를 한번 맛본다면 토마토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좋다.



여름철에 먹는 토마토만이 제대로 먹을 수 있는 토마토다.


◇아스파라거스- 봄이 제철인 아스파라거스이지만 멕시코 등지의 따뜻한 기후의 나라에서 사계절 내내 길러낸다. 그곳에서 수확하여 미국 중북부의 도시까지 배달되기 위해서는 보통 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수확한지 3주나 지난 아스파라거스를 굳이 먹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멕시코 등지에서 사철 재배되는 아스파라거스는 봄이 제철이다.


◇옥수수- 어린 시절 한여름에 먹던 옥수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그 아무리 수퍼 스위트 콘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소용이 없을 만큼 그 맛을 그리워한다. 동물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대량으로 재배되어 자꾸 변질되어 가는 옥수수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동물사료 용으로 대량 재배되어 맛이 변질돼가는 옥수수.


◇복숭아-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여름이 아닐 때 먹는 복숭아의 맛과 향은 제철 복숭아의 발끝도 따라오지 못한다. 풍성히 퍼지는 달콤한 향기와 줄줄 흘러내리는 과즙은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3월의 복숭아와 8월의 복숭아는 이름만 같았지 같은 과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이 다르다.


◇멜론- 겨울철에 좋은 질에 맛이 보장되는 멜론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 하다. 도무지 먹고 싶지 않을 만큼 겨울에는 맛, 향기, 식감 모두 엉망이다. 계절의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무척 무더운 날씨가 아니고서는 생각조차 나지 않기도 하다.


여름에 가장 맛있는 멜론으로 만든 과일 샐러드.


◇딸기류- 무엇보다 제철이 아닐 때는 무척 비싸다. 맛은 앞서도 말했듯 무를 씹어먹는 듯 딱딱하고 건조하다. 시즌이 아닐 때는 대부분 남아메리카에서 재배되어 오는데 껍질이 없어 속까지 스며들었을지도 모를 각종 농약과 살충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철에 맛있는 딸기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시즌을 기다렸다가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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