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아이 입냄새 , 양치질 탓 아냐
2010-05-11 (화)
뉴욕 함소아한의원 조현주 원장
귀엽기만 한 내 아이 입에서 이상야릇한 냄새가 난다면 어떻게 할까? 대개 입 냄새가 나면 치과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충치나 염증 같은 치주질환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경우 냄새가 난다. 그러나 의외로 입 냄새의 원인은 다양하다. 감기나 비염 등으로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쉴 때에도 입속에 세균이 달라붙어 특이한 냄새가 날 수 있다. 더 중요한 원인은 소화기에 문제가 있을 때이다. 한의원을 찾은 민정이(7)도 그런 아이였다. 보약을 지으러 왔다가 아이 입에서 구취가 난다는 엄마의 하소연에 진료를 해보니 민정이는 소화기가 약한데다가 체기(滯氣)가 있었다. 보통 밥 먹다가 체했을 때나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할 때 ‘체기가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비
슷한 의미라 보면 된다. 정확히 말해 이는 장이나 간 등의 기운이 순환되지 못하고 막혀 있는 상태를 뜻한다.
한번 체하고 바로 회복되는 경우 ‘급체’했다고 하지만 체기는 1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다. 증상이 오래되면 신장 기운까지 막힐 수 있는데 하수도가 막히면 싱크대까지 냄새가 올라오는 것처럼 몸속 기운이 막히면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같은 이치이다. 체기가 있는 아이는 밥을 먹어도 영양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된다. 체기가 심하면 구취와 함께 변이나 방귀에서도 기분 나쁜 냄새가 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비위를 거쳐 소화된 음식물이 장에서 간으로 흡수되어 생명활동에 필요한 원기를 만든다.
그런데 기운이 막히면 간에 어혈(노폐물이 많고 정체된 피)이 생겨 제대로 흡수가 안 된다. 흡수되지 않고 장에 남아 있는 음식물에는 영양이 많아 쉽게 부패되고 가스를 만들기 때문에 변과 방귀에서도 심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체기가 오래되지 않은 경우 지실이나 대황 등의 약재가 들어간 탕약을 처방하여 막힌 기운을 뚫어주면 2~3일 후 마법처럼 구취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만성화되어 묵은 체기가 있는 경우 치료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체기를 만드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TV나 컴퓨터를 보면서 밥을 먹는 습관을 없애고, 최소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는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또 육류나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탄산음료 같이 당 성분이 높으면서도 위장을 자극하는 식품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입 냄새가 나면 즉시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