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선하고 푸짐한 활어회 ‘가격부담 쏙’

2010-04-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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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전문식당 섬

운송시설의 발달로 미국에 살면서 싱싱하게 살아 있는 한국산 낙지나 새우, 광어 등을 맘대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식당 내에 설치된 수족관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생선들을 바라보노라면, 일부러 바닷가를 찾지 않아도 외딴 섬에라도 와 있는 듯한 특별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베벌리와 킹슬리에 위치한 일식 전문식당 ‘섬’은 그 이름부터가 비릿한 바다 냄새를 연상시키면서,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하게 만드는 곳이다. 불경기의 여파를 가장 많이 타는 곳이 일식당이라지만, 이곳 섬은 끝까지 최상의 신선도와 맛, 서비스를 고수해 온 탓에, 지금은 도리어 불경기 이전보다도 훨씬 더 많은 손님들이 찾는 유명 식당이 되었다.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다는 줄리 고 대표의 프로 근성이 일군 일식당 섬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과 섬세함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한국산 산낙지·멍게·개불 등 맘껏 맛 봐
제철 만난 산새우 마리당 5.99달러에 세일



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수족관이다. 그 안에는 각각 새우와 낙지, 랍스터, 전복 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랍스터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커다란 새우들이 까만 눈알을 껌벅이며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산새우 한 마리면 사람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다 갖추고 있다지만 비싸다는 인식에 선뜻 주문하기가 꺼려진다. 그러나 섬에서라면 그런 염려는 없을 듯. 원래 한 마리 당 8.99달러 하던 것을 5.99달러에 제공하니 말이다.

싱싱한 새우 살은 발라 먹고 머리 부분은 바삭하게 튀김으로 만들어준다고 하니, 5.99달러에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최고의 진미가 아닐까 싶다. 특히 산 새우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 제철이란다.

한편 섬이 자랑하는 최고의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풀코스로 나오는 섬 스페셜 코스와 스페셜 콤보 패키지라고 하겠다. 산낙지, 아나고, 멍게, 성게, 랍스터, 개불 등 싱싱하게 살아 있는 한국산 회를 미련 없이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시미 스페셜 코스는 따라 나오는 음식 종류만도 20가지가 넘는다.

에피타이저 형식으로 등장하는 소라 죽은 섬에서만 맛보는 별미. 그 외 폰즈소스와 함께 먹는 생부추, 고구마채 튀김 등으로 입맛을 돋우면, 산전복을 비롯해 각종 회 무침이 잇달아 등장한다. 손님들은 이미 배가 부르지만 사실 아직 코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 분량이다.

그때부터 조개탕, 주꾸미, 참치갈비, 도토리 부침 등으로 메뉴가 이어지면서 바야흐로 메인코스로 들어간다는 것. 이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도토리 부침이다. 도토리 가루로 부친 거무스름한 도토리 부침 맛에 반해 섬을 다시 찾는다는 손님이 생길만큼, 도토리 부침은 인기 메뉴다.

모든 종류의 회를 골고루 맛보게 되면, 야채 튀김과 튀김 롤, 꽁치구이, 다이나마이트, 아구찜, 오뎅탕, 매운탕 등이 마지막으로 서브되면서 고소한 누룽지로 코스를 마무리한다는 스페셜 코스는 일인분이 55달러. 콤보 패키지로 주문하면, 2인분 79달러를 시작으로, 3인분 99달러, 4인분 129달러, 5~6인분 159달러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으로, 각종 소주가 5.99달러, 핫사케는 4.99달러. 양으로 보나, 질로 따져보나, 가격으로 보나 섬이 넘버원이다.

그런가 하면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점심으로 회덮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섬에서는 회덮밥을 런치스페셜로 4.99달러에 제공한다. 푸짐한 양과 싱싱한 재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회덮밥에 들어간 야채 또한 다양한 것이, 주방의 정성을 느끼게 한다. 채 썬 사과까지 회덮밥 재료에 포함되어 있어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향기가 그만이다.


4.99달러짜리 회덮밥 한 그릇을 먹어도 소라 죽과 미소국, 생두부 무침, 에다마메, 폰즈부추 등이 곁들여져, 한결같은 섬의 서비스를 알 수 있다. 해가 길어지면서 심신이 피곤해지기 쉬운 점심시간에 섬에서 주는 회덮밥 한 그릇이면 원기회복으로는 최고일 듯. 게다가 식후에 서빙하는 시원한 식혜까지 쭉 들이켜고 나면, 남은 오후 시간은 에너지가 넘칠 것만 같다.

▲주소: 4356 Beverly Blvd.
▲전화: (323)953-1740


싱싱한 산낙지, 아나고, 멍게, 성게, 랍스터, 개불 등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활어회 스페셜 코스.

4.99달러에 제공되는 런치스페셜 회덮밥

수족관에서 금방 잡아 올린 산새우.


다양한 맛 ‘모둠회’ 인기

섬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추천하는 또 다른 메뉴는 역시 모둠 사시미다. 광어 한 마리를 통째로 주는 활어회와는 달리 모둠회는 신선함을 유지하기가 힘든 메뉴라는 것이 줄리 고 대표의 설명이다. 구입한 생선을 하루 이내에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식당 운영이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 그렇다고 다음 날까지 생선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모둠회는 많은 일식당들도 꺼려하는 메뉴. 그러나 섬은 광어 반 마리와 하마치, 한국산 도미, 연어, 청어, 알바코 등 5 종류의 생선이 포함된 모둠회가 싱싱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유일한 식당이다.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미루는 법 없이 장보기는 매일 자신이 직접 한다는 줄리 고 대표는, “그동안 불경기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최상의 재료만을 사용해서 음식을 만들고 생선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 불경기를 이기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섬을 찾는 고객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 안진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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