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용꽃 향과 색으로 봄을 먹는다

2010-04-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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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을 눈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도 즐길 수 있다면 기쁨이 두 배가 되지 않을까. 꽃잎을 입에 넣고 오물거려 향과 맛을 느껴 본다면 얼굴에 미소가 절로 퍼지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봄이 되면 화전을 부쳐 먹으며 보기에도 아름다운 봄꽃을 요리에 이용하였다. 찹쌀반죽에 진달래나 국화 등 먹을 수 있는 꽃을 붙여 납작하게 지져내어 꿀을 뿌려 후식으로 달콤하게 먹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궁녀들이 중전을 모시고 비원에 나가 화전을 부쳐 꿀물이나 오미자 화채와 함께 먹으며 봄을 즐겼다고 한다.


꽃술 없애고 꽃잎만 사용… 카나페·비빔밥·샐러드에 좋아



모든 식물은 개화시기에 가장 많은 양분을 저장해 번식에 대비함으로 꽃의 영양학적 가치 또한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장미, 팬지, 국화 등 실제로 우리 흔히 보는 종류의 꽃들도 식용이 가능한데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일단 이 꽃이 식용이 가능한지 확실한 지식이 있을 때 사용해야 하는데 정보가 없을 때는 인터넷이나 식용꽃 참고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철죽과에 속한 봉선화, 베고니아 등은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확신이 없을 때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둘째, 꽃집·화원·가든센터 등에서 구입한 꽃은 일반 살충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다.

셋째, 길거리 등에서 채집한 꽃에는 제초제가 뿌려진 경우가 많으므로 이 역시 함부로 음식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넷째, 꽃가루에 앨러지를 유발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암술과 수술을 제거하고 꽃잎만을 먹도록 한다.

다섯째, 처음 식용꽃을 접할 때는 적은 양으로 한 종류씩만 먹어보기를 권한다. 개인의 체질에 따라 심각한 앨러지를 유발할 경우에 대비하여 많은 종류를 한꺼번에 먹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장미·팬지·라벤더 만찬 ‘봄의 호사’
식용꽃으로 만드는 요리


■꽃마다 독특한 맛의 차이는 무엇?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몇 가지 꽃의 맛 평가와 이용법을 알아보자.

*장미(roses): 그 종류와 색깔, 흙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많다. 딸기나 그린애플 같은 향기가 나고 기본적인 단맛에 바탕은 과일 향에서부터 민트의 느낌도 난다. 모든 종류의 장미는 식용이 가능하며, 작은 미니어처 장미는 그대로 디저트나 아이스크림의 장식으로 사용하고 큰 장미는 잎사귀를 떼어 샐러드에 뿌리거나 시럽, 젤리, 버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팬지(pansy): 아주 옅은 단맛이 느껴지며 풀과 같은 맛이 난다. 두께 감이 느껴지는 잎사귀를 아삭 씹는 맛이 있다. 잎사귀만 먹을 때는 부드러운 맛이지만 꽃 전체를 먹었을 때 훨씬 강한 맛이 난다. 과일 샐러드, 그린 샐러드, 디저트나 수프에 장식으로 많이 사용된다.

*라벤더(lavender): 달콤한 꽃의 느낌과 시트러스의 맛이 어우러진다. 꽃이 너무나 예쁘기 때문에 우아한 샴페인 그라스에 넣을 수도 있고, 초컬릿 케익, 셔벗, 아이스크림에 장식으로 사용한다. 와인소스나 커스터드를 만들 때 아름다운 향을 선사한다.

*제비꽃(violets): 달고 향이 강하다. 제비꽃과 모양이 흡사하면서 크기가 1~1.5cm정도로 작은 것은 viola라고 하며, 강한 보라나 노랑 색에서부터 여러가지 파스텔 등으로 색상이 뛰어나기 때문에 디저트나 시원한 음료수에 장식하기에 아주 좋다. 샐러드에 뿌려 먹어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국화(chrysanthemum): 약용으로도 쓰이는 국화는 혈압을 낮추고 소화기능을 돕는다. 백색, 노랑, 주황색 등의 색상에 따라 맛의 차이가 조금씩 있는데 향기로우면서도 약간의 쓴맛과 후추와 같이 톡 쏘는 맛과 부드러운 컬리 플라워와 같은 맛이 난다. 꽃 전체를 튀겨서 쓰기도 하고 말려서 차로 가장 많이 음용된다.

*각종 허브 꽃: 모든 종류의 식용 허브에서 피는 꽃을 먹을 수 있다. 이파리와 같은 맛이 나는데 꽃의 향이 훨씬 강하다.

*딸기 꽃: 달콤한 딸기 향이 난다. 딸기를 이용해 만든 딸기 파이, 딸기 쇼트케익 등에 장식으로 사용했을 때 제대로 빛을 발한다.

*마늘 꽃: 자칫 음식의 맛을 방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이 강하지만 마늘이 많이 들어가 맛이 강한 고기 요리나 야채 볶음처럼 담백하고 고소한 음식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음식에 사용하기

*꽃 카나페: 아삭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꽃과 달콤한 꿀맛이 잘 어우러진다.

눈으로 먹는 꽃 카나페

*꽃 비빔밥: 깻잎, 부추, 무순 등과 꽃을 고명으로 곁들이는데 양념장은 고추장도 좋지만 가벼운 간장양념도 잘 어울린다. 밥을 먼저 양념장에 비벼 그릇에 담고 위에 야채를 올려 내면 꽃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꽃 비빔밥.

*국화 차: 4~5송이씩 넣고 차를 우려내면 향이 좋다.

국화를 말려 만드는 국화차.

*꽃 샐러드: 민트, 오레가노, 베이즐, 딜 같은 허브에 스프링 믹스와 함께 섞어 샐러드를 만들면 좋다.

허브와 함께 만드는 꽃 샐러드.


마켓 구입 가능… 집에서 딸 땐 아침이 적당

■꽃을 구하는 방법과 보관은 어떻게


식용꽃은 일반 마켓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며 허브나 유기농 야채가 진열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을 구입하도록 하고 보통 시판용은 꽃술을 제거한 기본 손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간편하다. 봄이 되면 가격도 저렴해져서 더욱 좋다.

꽃을 집 뜰에서 딸 경우 꽃 자체에 수분 함량이 가장 높은 아침시간에 채집하는 것이 좋다.

꽃을 씻을 때는 일단 살살 털어 잎사귀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벌레들을 제거하고 암술과 수술을 제거한 후 흐르는 물에 씻어낸다.

페이퍼 타월로 물기를 제거하는데 재빨리 씻고 말려야 고유의 향기와 색상이 그대로 유지되며 건조시키면서 직사광선을 피하도록 한다.

냉장고에서 보관할 때는 젖은 타월에 싸서 밀봉하면 10일 정도 유지가 가능하다. 꽃이 시든 경우 얼음물에 잠깐 담가 놓으면 싱싱하게 살아나지만 오랫동안 담갔을 경우 완전히 시들어 버리므로 효과가 없다. 하루 밤 정도 보관할 때는 물을 담은 컵에 넣어두면 된다.

요리에 사용할 때는 장식적 기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열을 가해 익히는 요리에는 마지막에 넣어 최대한 향기와 모양을 보존하도록 한다.

꽃을 요리의 주제로서 살리고 싶을 경우에는 부재료를 강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하여 섬세한 꽃의 향기와 맛을 해치지 않도록 한다.


홀푸드 마켓에서 유기농 식용꽃을 구입할 수 있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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