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우 컨디션 대비 안하면 크레바스 빠질 수도
30분쯤 걸려 평지(불어로 Col “Saddle”)로 내려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밧줄을 풀고 하강준비를 한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주의를 준다. 절대 옆으로 나가지 말고 자기 트랙만 따라 올 것, 절대 자기를 지나 내려가 서지 말것, 눈에 보이는 큰 크레바스는 피해갈 수 있지만 눈에 덮혀서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다. 스키하나가 빠졌을 경우 절대 다른 스키를 벗지 말 것, 스키를 벗으면 몸무게가 좁은 곳 (스키부츠)에 모아져서 더 깊이 빠지기 때문에 스노우 브릿지(snowbridge)가 무너지면서 크레바스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해마다 7-8명 정도 크레바스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나는데 스노우 보더들이 많다고 한다. 스
노우보드를 벗고 걸어 가다가 빠지기 때문에 스노우 보더들은 줄였다 폈다하는 폴 두개를 준비
해서 평지를 지날 때 사용해야한다.
발레 브랑쉬의 스노우컨디션(snow condition)은 일기에 따라 다르므로 대비를 해야 된다.
정상부근은 항상 바람이 세어서 단단하게 다져진(wind packed hard snow), 중간쯤은 대개 깊
고 부드러운 파우더(deep soft powder), 아랫쪽 빙하 위는 눈이 바람에 날려서 울퉁불퉁한 얼음
위를 타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옆의
크레바스에 빠져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50년 안나푸르나 정상정복으로 인류최초로 8000미터 이상의 히말라야 봉우리에 올랐던 불란
서 산악인 루이 라쉬날 (Louis Lachenal)이 1955년 11월 동료 한명과 함께 발레 블랑쉬에서 스
키를 타다가 크레바스에 빠져 사망한 사건은 그 당시 큰 뉴스였다.
작가 빅토르 유고(Victor Hugo)가 이곳에 관광을 와서 경험 없는 가이드를 따라 나섰다가 아주
좁고 위험한 스노우브릿지(snowbridge)를 따라 깊은 크레바스를 건너가야만 될 위기를 당해서
혼났던 경험을 후일 자기부인의 회고록에서 밝혔던 일화도 있다.
발레 블랑쉬를 내려가는 길은 6개 코스가 있다. 샤모니 쪽에서 내려가는 코스 4개와 이태리쪽
에서 내려가는 코스 2개이다. 정상 콜두미디(Col du Midi) 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발레 블랑
쉬 클라씩(Valle Blanche Classic)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쉬운 편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이다.
다만 세락두제앙(Seracs du Geant)을 지날 때 길이 좁고 경사가 급해서 모굴이 많이 생겨 이
코스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Seracs은 빙하가 급경사를 내려오면서 깨져 생긴 집채만한 큰
얼음덩어리들을 말하는 것으로 이 지방에서 생산되는 네모난 치즈 세락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
쳐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밑에 살라 만제이(Salle a Manger “dinning room”)라는 평평한 빙하위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곳에서 쉬면서 점심 먹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이 가끔 굴러 내려오기 때문에 이곳을 지날 때는 서둘러야 되기 때문
이다.
첫번째는 날씨가 흐려서 발레 블랑쉬 클라씩 코스를 따라 내려갔으나 두 번째는 날씨가 좋아서
거리는 조금 짧으나 경사가 훨씬 더 급하고 왼쪽으로 에귀두플랑 (Aig du Plan)기슭을 따라 내
려가는 그랑 앙베어(Grand Envers)코스를 택했다.
전날 눈이 많이 와서 무릎까지 빠지는 깊은 파우더 스노우(deep powder snow)를 4마일 이상
S자를 그리면서 즐길 수 있었다. 일행 중 행크라는 친구가 파우더 스노우 경험이 없는지 7-8
번 곤두박질을 하는 바람에 미안하지만 나는 그 사이에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서 좋았다.
중간에서 잠시 쉬면서 준비해온 점심을 먹고 계속 하강, 드디어 발레블랑쉬하반부, 유럽에서 가
장 길다는 빙하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 “Sea of Ice”)에 도착한다.
여름철에 보면 회색과 흰색의 띠가 번갈아 가면서 바다 물결모양처럼 보여서 생긴 이름이다.(빙
하가 계속 흘러 내려오면서 여름에는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먼지모래와 다른 불순물들이
크레바스사이에 쌓여서 회색 띠가 생기고 겨울에는 눈얼음이 쌓여서 흰색 띠가 교대로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겨울에 눈에 덮혀 있어도 희미하지만 물결모양의 흔적을 볼 수가 있다.
첫번째는 눈이 바람에 날려버려서 얼음위에서 스키를 탔지만 두번째는 눈이 좀 덮혀 있어서 훨
씬 쉬웠다. 빙하가 끝나는 곳에 왼쪽위로 예전에 지어놓은 관광호텔 (지금은 박물관)과 샤모니
에서올라오는기차종점역이있는몽땅베어(Montenvers)가있다.
30년전만 해도 빙하의 높이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해마다 4미터씩 줄어들어 지금은 샤모
니로 돌아가기 위해 호텔보다 훨씬 아래 능선까지 300피트이상 가파른 언덕을 스키를 들고 다
시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서도 스키를 맬 수 있는 배낭이 있으면 훨씬 편하다. 힘이 지치거나
눈이 없을 경우 곤돌라를 타고 기차역까지 올라가서 기차를 타고 샤모니로 내려가는 방법도 있다.
능선을 올라가면 작은 휴게소(des Mottets) 가 있고 잠깐 쉰 뒤에 숲속 길을 따라 샤모니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길이 좁고 얼음판이 많아 조심해야 된다. 지그재그 스윗치백(switchback)이 많고 턴하기가 어려워서 사이드슬립(sideslip)을 많이 해야 한다.30분쯤 내려가서 조그만 스키장(Les Planards)을 만나고 아래로 내려가면 샤모니로 돌아오게 된다. 아침 출발시각부터 대개 5시간쯤 걸린다. 중급 이상의 스키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한번 해
볼만 하고, 평생 추억에 남을만한 스키 경험이다. 특히 스키인에게는 성지순례라고 할 만한 오욷 루트(Haute Route”high Route” 프랑스 샤모니에서 스위스 제르맡 [Zermatt]까지 65마일을 스키를 타고 중간 산장에 머물면서 가는) 알파인 투어링(Alpine Touring)을 해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습코스로 좋을 것이다.
최순채(정형외과 전문의, 미동부스키스노우보드협회 고문)
뒤로 몽블랑 정상, 가운데 오른쪽 에귀 두 미디 두 타워, 왼쪽 빙하위로 발레블랑쉬 내려오는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