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지, 지금은 뉴욕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쿨한 지역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첼시’지만 사실 이곳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만 해도 우중충한 분위기가 감도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과거 공업지역의 유물인 ‘하이라인’ 철도의 흉물스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치 서울의 청계천 일대가 어수선한 혼잡지역에서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었듯이 지난해 다시 태어난 하이라인은 맨하탄의 새로운 산책로로 인기를 얻으며 첼시, 더 정확히 말하면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지역을 새롭게 하고 있다.
* 하이라인의 역사
1800년대 중반까지 맨하탄의 최대 공업지역이었던 첼시 지역의 원활한 물자운반을 위해 건설된 것이 지상으로 운행하는 철도였다. 하지만 이 열차가 운행되었던 1851년부터 1929년까지 사고가 너무 빈번해 선로가 있던 10 애비뉴는 죽음의 거리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뉴욕주와 시는 1929년부터 32에이커에 달하는 인근 리버사이드 공원조성과 함께 철도를 지상위로 운행하는 하이라인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트럭이 대부분의 물류를 담당하면서 하이라인의 역할은 축소되었고 80년 마지막 기차 운행이후 하이라인은 50년만에 원래의 기능을 잃고 방치되었다.
80년까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를 운행했던 하이라인 기차
* 버려진 철도길 시민들의 노력으로 재탄생
하이라인은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와 로버트 해몬드(Robert Hammond)라는 두 시민의 주도로 되살아나게 됐다. 이들은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비영리단체를 결성해 이곳을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꾸미고자 지난 10여년간 이 계획을 진행해 왔다.마침내 3년 이상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6월 공개된 하이라인은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개막식에서 불룸버그 시장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철도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재조성한 신개념 공원인 하이라인은 뉴욕시의 침체된 경제를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 및 웨스트 첼시 지역
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원은 오리지널 철로의 모습과 오랫동안 잡초투성이로 버려져 있던 역사를 최대한 살려 디자인됐다.
* 현재 개장중인 1구간
이처럼 하이라인은 지난 30년간 폐쇄돼 버려졌던 고가 철도길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공원으로, 뉴욕 시민들은 물론 뉴욕을 찾는 전 세계 방문자들이 9m 상공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야외 공간이다. 2.3km의 이 지상공원은 미트패킹부터 34번가까지 약 20블록을 커버하게 된다. 오랜 공사 끝에 지난 6월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현재 미트패킹의 갱스부르가(14스트릿)부터 20 스트릿까지 개장돼 이곳을 그 어느 때보다 붐비게 한다. 나머지 2구간은 2010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 인공과 자연의 조화
이 공원의 디자인은 제임스 코너 필드와 딜러 스코피도 &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가 합작했다. 오리지널 철로의 모습과 오랫동안 잡초투성이로 버려져 있던 역사를 최대한 살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콘크리트 바닥의 직선적 형태, 자연스러운 들꽃풍의 가든 풍경이 함께하고, 전면으로는 맨하탄의 마천루가, 뒤편으로는 허드슨강의 전망이 그리고 남쪽 끝으로는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인근의 야외 바와 레스토랑, 수많은 갤러리를 함께 탐방하며 주말 하루를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박원영 기자>
* 자료협찬- 패션비즈 최진선
하이라인내 목조계단에서 봄날의 망중한을 즐기는 젊은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