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넌 보니? 난 먹어! “꽃 지면 착한 향신료”

2010-04-14 (수)
크게 작게
파피꽃은 아름다운 색과 모양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데 그치지 않고 꽃이 시들어 고개를 숙인 후에는 깨알보다 작은 씨들을 쏟아낸다. 베이글에 마치 까만 모래처럼 뿌려져 있는 것, 봄날의 쿠키나 케익에도 빠지지 않고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이 바로 이 파피꽃 씨앗이다.

파피 씨는 꽃이 시들고 씨 주머니가 말라서 자연적으로 열렸을 때 수확하게 된다. 아편이나 마취제로 알려진 바도 많은데 중세 시대부터 향신료로 음식에 사용되어 왔고 지금도 대부분 향신료로 재배되고 있다. 의료용 약물 재료로는 진통, 진정, 마취, 지사제 용도로 재배되는데, 줄기나 잎에서 나오는 하얀색의 진액에 모르핀, 코데인 등 약 25종류의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관계 기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규제가 있는 가운데 재배된다. 또 씨에는 지방유가 50%나 함유되어 있어 식용이나 의료용 기름으로도 가공되어 시판된다.

모래처럼 잔잔한 씨이지만 영양적인 면에서 제법 유익함을 가지고 있다.
1큰 술의 파피 씨에 칼슘 126mg, 단백질 1.6mg, 포타슘 62.9mg, 마그네슘 30.4mg, 탄수화물 2.5g, 열량은 49.5kcal로 마그네슘, 아연, 칼슘과 같은 필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의 모든 내장기관들이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함유된 질 좋은 탄수화물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지방산은 위 속에 음식물을 잘 분해시켜 소화를 돕는다.


여러 가지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리노레익 산과 유방암을 예방해 준다는 오레산도 함유되어 있고 다른 향신료에 비해 칼로리도 낮은 편이다.

알칼로이드가 극소량이지만 씨에도 함유되어 있어 신경질환을 안정시켜 주고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고도 하는데 몇 파운드씩 대량으로 먹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독일산 파피 씨가 가장 맛과 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금 저렴한 제품으로는 유럽이나 호주산도 무난하게 사용되고 있다. 흰색의 인디안 파피 씨는 구하기도 어렵고 약간 쓴맛이 난다. 조금 덜어 씹어 먹어보면 톡톡 터지면서 이내 고소함이 입 안을 채우는데 최고의 맛을 원한다면 마른 팬에 살짝 볶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으깨거나 갈아서도 쓸 수 있는데 인도나 중동 음식에도 잘 어울리고 곱게 갈아서 소스에 넣어 소스를 걸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제과류 뿐 아니라 과일 샐러드, 달콤한 드레싱 등에도 잘 어울리며 생선, 감자, 야채요리 등에 가니쉬로 사용하면 특별한 풍미를 더 해 줄 수 있다.

식용으로 음식에 사용하기 위해 집에서 직접 길러 볼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파피, 오리엔탈 파피 종류를 키우는 것이 좋고 꽃이 시들면 꽃을 꺾어 매달아서 완전히 말린 후 줄기를 흔들어 씨를 털어내어 밀폐용기에 보관한다.


<글 ·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파피꽃


화사한 색깔의 꽃들이 들판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계절, 세상에는 없는 하늘의 물감으로 색칠 해 놓은 듯 주황, 노랑, 보라색으로 허했던 들판이 날아갈 듯 화사한 봄 옷을 입었다. 바람불어 날아온 씨가 땅의 도움으로 다시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자라 고운 색깔 꽃잎을 피우기까지 말없이 제 할 일만 다하는 자연이 참 경이롭다. 캘리포니아에는 이제 곧 파피꽃 페스티벌이 펼쳐지는데 눈과 마음에 상쾌한 봄바람을 불어넣어 주고 싶을 때 이만한 나들이가 없다.

파피 씨.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