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채 정형외과 전문의, 미동부스키스노우보등협 고문세계에서 가장 길고
유럽의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1만5,770 피트) 바로 동북쪽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 샤모니 (Chamonix)는 프랑스의 동쪽 끝 스위스와 이태리의 경계에 있고 제네바 공항에서 한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인구 만명 정도의 작은 동네이지만 유럽 최초의 스키리조트이고 1924년 제1회 동계 올림픽을 처음 개최했으며 남쪽 이태리와는 몽블랑 턴넬(Mont Blanc Tunnel)로 연결되어있다.
빙하가 파놓은 동서로 기다란 협곡에 위치한 동네는 거의 수직 절벽으로 1만2,000피트이상 되는 장엄한 연봉들이 남북 양면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서 유럽 스키장 중에서도 경치가 가장 장관이다. 기암절벽 사이로 곳곳에 달려있는 거대한 빙하 끝의 큰 얼음덩어리들이 언제라도 한순간에 굴러 내려 올 것만 같다.실제로 예전에는 양쪽 산에서 큰 눈사태가 동시에 내려와 온 동네를 뒤덮어 버린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자연조건 때문에 이곳은 산악등반의 메카이고 익스트림 스킹(extreme skiing)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동네 주위로 크고 작은 스키장들이 여러 개 있고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대상으로는 에귀 두 미디 (Aiguille du Midi)와 메르 드 글라스 (Mer de Glace “ Sea of ice”) 빙하가 있지만 스키 타는 사람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13마일), 가장 높고(9,205피트 vertical), 가장 아름답다”는 발레 블랑쉬(Valle Blanche “White Valley”) 스키 코스가 유명하다. 에귀 드 미디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제앙빙하(Glacier du Geant), 타쿨빙하(Glacier du Tacul),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빙하 세 개를 타고 내려와서 샤모니까지 다시 돌아오는 코스이다. 코스가 재미있고 그 경치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기 때문에 일년에 수만 명의 스키어와 스노우 보더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물론 표지판도 없는 고산지대에서 눈사태(avalanche), 크레바스(crevasses), 세락(seracs, 집채만한 얼음덩어리)등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사전 준비와 가이드가 절대 필요하다.
샤모니에는 가이드 서비스(Vallee Blanche 가이드서비스 한사람당 75유로) 회사가 많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회사는 콤빠니 데 기드 드 샤모니(Compagnie des Guides de Chamonix)이다.1821년 설립된 이 회사는 가장 권위 있고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4등급의 가이드가 있는데 정회원은 멤버투표로 일년에 3-4명 정도만 가입이 허락되고 최근까지만 해도 정회원은 샤모니 출생자라야만 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단 두 번 예외가 있었는데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 개최에 큰 공헌을 한 독일인 로져 프리슨-로쉬(Roger Frison-Roch)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인이었고 불란서 최고 훈장을 받았던 가스통 레부파(Gaston Rebuffat) 두 명이라고 한다. 레부파도 첫번째는 거절 당했다가 두번째 신청 후에 정회원으로 받아 주었다고 한다.
가이드 의뢰가 들어오면 헬리콥터 스킹 (heli-skiing)등 인기있는 가이드는 상급 멤버가 먼저 골라가고 나머지 “찌꺼기”는 하급멤버가 순서대로 배당받는다고 한다.발레 블랑쉬 스키 타는 것(Vallee Blanche skiing)은 위험율도 줄이고 경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첫째 날씨가 좋아야 된다. 날씨가 맑아도 바람이 세면 케이블카를 닫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밖에 기회가 없다. 다음날 일기예보에 날씨가 좋다면 호텔에서 그룹예약(최소 4명 필요)을 하거나 시내에있는 샤모니 스키학교 (Ecole de Ski Chamonix )오피스에 전날 오후7시 전에 가서 신청하면 다른 그룹에 끼어준다. 불어를 모르면 영어 사용 그룹에 넣어 달라고 부탁해야 된다. (그룹예약을 하면 가이드가 케이블카 터미널까지 교통편을 마련해 주지만 혼자인 경우는 버스를 타고 가거나 걸어가야 된다).
스키패스는 기본패스보다 40유로를 더 주면 샤모니 주위의 모든 스키장, 관광기차에 귀두 미디케이블카, 스위스의 버비어(Verbier), 이태리의 쿠르마이어(Courmayeur)스키장까지 사용할 수 있는 몽블랑무제한패스(Mont Blanc unlimited pass)를 사는 것이 편하다.금년 3월 샤모니 스키여행에서 발레 블랑쉬(Vallee Blanche) 를 두번 탈 기회가 있었다.첫번째 날은 일기예보와 달리 바람이 불고 구름이 끼어 시야가 흐렸고( 우리 일행 중 영국에서 온 여자가 크레바스에 빠졌으나 다행이 눈이 깊게 쌓여있어서 큰 사고는 면했다) 두번째는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였다.아침 8시반 에귀 두 미디 터미날에서 가이드 쟝 루이와 우리 일행이 될 다섯명과 만났다. 눈사태 구출용 신호기(Avalanche beacon)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밧줄을 맬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날씨가 좋기 때문인지 수백 명이 케이블카 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블카 하나에 66명밖에 타지 못하기 때문에 번호표(Boarding pass)를 받고 한 시간쯤 기다렸다가 에귀 두 미디로 올라갔다. 중간에서 한번 갈아타고 12,605피트정상까지 20분 이내에 거의 수직으로 올라간다.
귀가 막히고 현기증이 나는 사람도 있다.에귀 두 미디(Aiguille du Midi “Needle of High Noon”)는 남과 북 두개의 큰 바위탑으로
되어있는데 샤모니에서 바라 볼 때 정오가 되면 해가 바로 이 바위탑 뒤에 떠있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라고 한다. 남쪽 타워에 도착해서 바위 속으로 뚫어놓은 통로를 따라 절벽사이로 연결해 놓은 다리를 건너서 북쪽타워로 간다. 곳곳에 전망대를 많이 만들어 놓아 항상 관광객들이 붐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동쪽 멀리 스위스 제르맛(Zermatt)의 마터호른(Matterhorn)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북쪽타워 굴 안에서 나갈 준비를 한다. 밧줄로 서로 연결하고 스키폴은 가이드가 모아서 묶어 가지고 간다. 얼음굴을 지나 출구로 나가면 눈 덮인 광활한 빙하 주위로 알프스 준봉들이 눈이 닿는 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그 경치를 즐길 여유도 없이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유명한 에귀 두 미디능선(Aig.du Midi Ridge 불어로 Arte)를 내려가야 한다.경사가 아주 급한 폭이 1.5미터정도 되는 좁은 능선, 양쪽으로는 천길 낭떠러지 벼랑이다. 한손으로는 스키를 들고 한손으로는 밧줄을 붙잡고 옆걸음 또는 뒷걸음으로 한발자국씩 조심조심 내려 간다고도때문에 이곳은 항상 바람도 차고 매섭다.
가끔 눈에 살짝 덮힌 얼음을 밟고 미끄러지기도 한다.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스키를 잡아맬 수 있는 배낭을 미리 준비했더라면 두 손을 다 쓸 수 있어 훨씬 쉬웠겠지만 이미 늦었다. 일 년에 수천 명이 내려 가기 때문에 해마다 꼭 사고가 난다고 한다.지금은 북쪽면에 갈지자로 길을 하나 더 만들어 놓았지만 아찔하기는 마찬가지다.<계속>
샤모니에 내려와서 가이드와 함께. 오른쪽이 최순채씨.
메르 드 글라스 빙하위를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