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암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첫손으로 꼽힌다. 현재 1년에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명에 이른다.
1950년 미국의 의학자인 그레이엄(E. Graham)과 원더(E. Wynder)는 ‘오랜 기간 계속되는 흡연, 특히 필터 담배의 사용이 기관지에서 발생하는 암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 이듬해인 1951년에는 영국의 의사인 돌(R. Doll)과 힐(B. Hill)이 ‘흡연과 폐암’이라는 논문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폐암 발생률이 10만명당 7명인데 비해 피우는 사람은 90명으로 무려 13배가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로 1993년 미국에서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약 14만명인데, 그 가운데 90%가 흡연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일찍 죽을 확률은 70%가 더 높다. 하루에 두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평균수명이 8년 이상, 한 갑을 피우는 사람은 6년 감소된다.
담배는 벤조피렌·벤조안트라센 등 발암물질 40여종을 포함해 유해물질이 100여종이나 들어 있는 발암물질 덩어리다. 이 발암물질들은 담뱃진의 진득진득한 성분인 타르 속에 주로 들어 있는데, 타르는 담배를 피울 때 극히 작은 입자의 상태로 폐 깊숙이 들어가 붙는다. 그리고 흡수된 타르는 피에 섞여 온몸으로 퍼져 인체의 조직 곳곳에 달라붙는다. 담배에는 또 니켈·폴로늄 등 발암성을 가진 중금속도 함께 들어 있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무게 기준으로 0.5g의 연기를 마시는데, 연기에는 미립자인 타르가 180mg, 개스 성분이 320mg 정도 들어 있다. 따라서 하루 한 갑씩 30년을 피운다면 몸에 들어가는 타르의 양은 40kg에 이른다.
담배 연기는 폐 조직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숱한 유독물질이 체내에 흡수되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손상을 입힌다. 따라서 담배를 직접 피우지는 않으나 주위의 흡연자로 인해 간접적으로 담배 연기를 마셔야 하는 간접 흡연자의 경우도 안심할 수 없다. 간접 흡연자는 담배 연기를 마실 일이 없는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5~8배가 높다고 한다.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모든 암, 즉 구강암·방광암·식도암·후두암·인후암·췌암의 주된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흡연으로 폐암 이외의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은 후두암의 경우 8배, 구강암 4배, 식도암 3배 등으로 높아진다.
백 남 선 /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