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 러너웨이즈 (The Runaways)

2010-03-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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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 록그룹 ‘센세이션’

▶ 1970년대 10대여성 그룹의 전기영화

★★★½ (5개 만점)


1970년대 중반 조운 제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10대 여성 하드록 그룹 ‘러너웨이즈’의 결성과 공연과 내부 갈등 그리고 해체에 이르기까지 이 그룹의 파란 많은 짧은 역사를 그린 전형적인 스타일의 록그룹 전기영화로 직선적인 서술방식으로 흥미 있고 에너제틱하게 얘기를 이끌어간다. 술과 약물과 섹스가 범람하던 당시 록뮤직 세계의 실상을 다채롭고도 힘차게 그렸는데 남성 위주의 록뮤직계에 여자들 특히 10대 소녀들이 밀고 들어와 성의 구분을 깨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러너웨이즈’의 자초지종이 충분한 관심을 이끌 만하다.


좋은 연기와 함께 사운드트랙으로 록뮤직을 즐기면서 방탕기가 있던 70년대의 미국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러너웨이즈’의 리드 싱어였던 셰리 커리의 자서전 ‘네온 천사’(Neon Angel)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틴에이저들인 리듬 기타리스트인 젯(크리스튼 스튜어트)과 그의 친구로 드러머인 샌디 웨스트(스텔라 메이브)는 빈둥거리며 세월을 보내는 불우한 가정의 소녀들. 이들이 작곡가이자 음반 제작자로 입 걸고 성질 급한 킴 화울리(마이클 섀넌)에게 10대 소녀 하드록 밴드를 결성하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러너웨이즈’가 잉태된다.

그룹에 합류하는 소녀들이 진짜 여자 로커의 모델이 된 수지 콰트로와 매사에 호전적인 리타 포드(스카웃 테일러-캄튼) 그리고 베이스 기타 로빈(알리아 셔캣) 등. 리드 싱어로는 금발의 조숙하고 섹시한 셰리 커리(다코타 패닝)가 발탁되는데 셰리는 처음에 노래 실력보다 섹시한 모습 때문에 팀에 합류하게 된다.

오디션에서 셰리는 페기 리의 히트곡 ‘피버’를 부르는데 열기 없이 맥 빠진 창법이다. 셰리는 오디션 때 즉석에서 작곡된 ‘체리 밤’이 후에 자신의 18번이 된다. 그런데 그룹 중에는 당시 13세짜리도 있었는데 모두 불우가정 출신이다.

이들은 독재적이요 간교하고 짠 화울러의 인솔 하에 클럽 등을 순회공연 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데 ‘러너웨이즈’는 당시 록뮤직 팬들로부터 진짜 노래가 좋아서라기보다 10대 소녀들의 그룹이라는 파격성 때문에 더 인기가 있었다.

그룹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멤버들은 명성이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술과 섹스와 약물을 남용한다. 여기에 자신의 성적 매력을 마음껏 이용한 커리가 리드 싱어로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를 얻으면서 커리와 작곡가인 제트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 간에 알력이 생긴다.

커리는 특히 불우한 가정(그의 이혼한 어머니로 테이텀 오닐이 잠깐 나온다)에서 성장해 정신적으로 심히 방황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주로 커리의 방탕을 집중 묘사하고 있다.

그룹은 내부적으로 심한 진통을 겪으면서도 연주를 계속하면서 일본 순회공연에 나서 팬들의 광적인 호응을 받는다.


그러나 그룹은 결국 커리의 도중하차가 계기가 되어 해체된다. 젯은 커리의 그룹 탈퇴 후 리더로 활약하다가 팀 해체 후 솔로로 성공하는데 지금도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튜어트와 섀넌과 패닝의 연기가 돋보이는데 특히 아역 배우 출신인 패닝이 맹렬한 연기를 한다. 이 영화는 그래서 젯의 영화라기보다 커리의 영화 같다. 여류 플로리아 시기스몬디 감독. R.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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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제트(크리스튼 스튜어트)와 셰리 커리(다코타 패닝·가운데)가 리허설을 하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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