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드라마처럼 만들어볼까

2010-02-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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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타 요리 이것이 궁금하다

안 먹던 파스타가 먹고 싶다며 졸라대는 딸아이, “엄마는 왜 그런 거 못 만들어!”
따지기까지 한단다. 부엌에는 얼씬도 않던 남편이 파스타 만든다고 프라이팬을 태워 먹었다는 선배까지, 그저 드라마일 뿐인데, 그 드라마가 참 맛!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음식 드라마 ‘파스타’ 말이다. 화면 속 그들이 파스타 면을 꼭꼭 씹어 먹을 때면 내 입이 따라 움직이기까지 하니, 이것 참! 나도 제대로 만든 파스타 한번 먹어 보고싶은 욕망이 불끈 생긴다.

3년 차 주방보조가 드디어 프라이팬을 잡게 된 주인공 서유경(공효진)은 파스타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진짜 요리사로 성장해 가며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카리스마 셰프 최현욱(이선균)을 만나면서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사랑도 예쁘게 이루어간다. 드라마 파스타는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요리사들이 각자의 고집은 있으나 다들 참 착하고 맛에 대해 정직하려고 노력하며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각자 자리에서 열심이라 볼거리 많고 웃을 거리 많아 좋다.


#면 삶을 때 소금을 굉장히 많이 넣어야 한다?

그렇다. 바닷물 정도의 짜기로 소금을 넣어주어야 면에 간이 잘 배어 소스와 어우러진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면에 간이 되어 있으면 실패할 확률도 많이 줄어든다.


#면 삶을 때 오일을 넣어야 하나?

아니다. 삶을 때 오일을 넣으면 면들이 서로 들러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지만 기름막이 형성되어 소스가 잘 배어들지 않아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단, 익혀서 차게 보관하는 샐러드용 파스타에는 오일을 살짝 버무려두면 비니그렛 등의 드레싱이 심하게 배어 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떤 소스에는 어떤 파스타가 어울릴까?

펜네 등의 파스타 겉면에 난 자국은 소스를 잘 묻힐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크림소스에는 넓은 면적의 파스타를 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앤젤 헤어 같이 얇은 면은 무거운 느낌의 크림소스 파스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해산물 파스타에는 약간 납작한 링귀니 면이나 스파게티 면이 무난히 잘 어울린다.



#한인의 취향에는 왜 알단테가 별로일까?

파스타는 밀 중의 가장 간단하고 아교질이 많은 듀럼 밀(durum wheat)을 사용하여 밀가루 면처럼 쉽게 퍼지지 않으며 소화되는 속도도 느리다. 면의 단면을 잘라 보았을 때 심지가 살아 있는 상태가 알단테인데 이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아 ‘덜 익었다,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면의 맛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꼬들꼬들하게 면을 삶는 것이 중요하다.


#파스타가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냉장고에 던진다?

절대 금물. 익은 파스타는 던졌을 때 모두 냉장고 겉면에 들러붙는다. 반드시 먹어보고 확인해야 한다. 파스타는 세 번 익는다는데, 처음은 가공과정에서 두번째는 삶으면서 세번째는 먹으면서라니, 삶은 직후 먹어보고 판단하자.


#해산물 익는 속도가 다른데 어느 것부터 넣어야 할까?

해산물은 수분 함량이 높아 제법 큰 사이즈의 새우도 오래 익혀버리면 1/3사이즈로 줄어버리곤 한다. 값비싼 해산물은 적당히 조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익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종류부터 넣어야 한다. 해물 파스타를 만들 경우 조개>새우>스캘럽의 순으로 넣는 것이 좋다. 새우는 겉면은 익었으나 속은 투명하게 비칠 때 뜨거운 파스타를 넣어 그 스팀이나 소스를 넣어 익히면 탱탱하고 부드러운 새우 요리를 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이런 장면들 사실일까?

재미로 보는 드라마이지만 진짜 그럴까? 하고 궁금해지는 장면들이 있다. 그 몇가지를 풀어보니.


★셰프에게 절대 복종

실제 그렇단다. 불, 칼, 기름이 있는 위험한 장소인 주방에서 사고 나기도 십상이고 주문에 맞춰 최단시간에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총 주방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부정확한 모든 것이 곧장 결과로 드러나는 장소인지라 소리 지르고 싶지 않아도 셰프의 역할은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셰프가 드라마에서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인격 모독에 가까운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지는 않을 것이다.


★쉴새없이 프라이팬을 흔들어대는 것?

이것은 사테(Saute) 테크닉이다. 프랑스어로 튕긴다는 뜻으로 나무 주걱으로 섞어주는 것보다 훨씬 내용물을 고르게 익히고 면에 소스를 고루 코팅해 주는 중요한 기술이다. 최현욱이 서유경에게 팬에 동전을 올려놓고 한번 흔들 때마다 동전의 양면이 뒤집어져 보이는 연습을 하게 하는 장면은 이 때문. 잘 숙달되면 조개가 한 순간 에 입을 벌리게 될 정도가 되어 해산물 요리 때 실수하기 쉬운 오버 쿡을 방지하여 탱탱하게 육즙이 고여 있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포크질 두 번이면 끝날 것 같은 분량?

드라마 속 식당 ‘라스페라’가 파인 다이닝 개념의 이탈리안 식당이라 프리젠테이션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여주는 장면일 뿐. 한국과 이곳 미국의 포션 자체가 다르기도 하지만 아무리 고급 식당의 파스타라 해도 그보다는 많다. 파스타는 고급 음식으로의 이미지보다 푸짐하게 패밀리 스타일로 나눠먹어야 제 맛인 것을 잊지 말자.


타운에 가볼만한 파스타 전문점 ‘파크 온 식스’

자, 이쯤 공부했으면 나도 제대로 된 파스타가 먹고 싶어진다. 파스타를 먹으면서 맛있다, 맛없다, 평가도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데 이럴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 한인타운 6가와 베렌도의 카페 ‘파크 온 식스’(Park on 6th).

바리스타 커피와 맛깔스런 샌드위치, 한인타운 유일의 와인 바로 유명한 ‘파크 온 식스’는 2월부터 파스타 메뉴를 집중 개발, 또 다른 스페셜티를 추가해 파스타 전문점으로 거듭났다.

드라마에서 서유경이 비겁한 음식에 대해 나열한 적이 있는데 “맛은 있으나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것, 맛은 있으나 첫 맛과 끝 맛이 다른 것, 맛은 있으나 머리카락이 나오는 것, 맛은 있으나 속이 편치 않은 것”이라니 공감 100배다. 그 서유경도 분명 입맛을 다시고 돌아갈 ‘파크 온 식스’ 카페의 ‘정직하고 당당한’ 파스타, 클레어 임 셰프가 쉽고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공개했다.

‘파크 온 식스’에서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갖가지 파스타를 맛 볼 수 있는데 런치(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에는 8~13달러에 봉골레, 크림소스, 매콤한 해물 등의 다양한 파스타를 주문할 수 있다. 해피 아워(오후 5-7시)에는 20% 할인된 가격에 와인을 즐길 수 있으며 저녁시간에는 파스타+와인의 콤보메뉴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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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스타’의 주인공 최현욱(왼쪽)과 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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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의 진한 맛이 일품인 쫀득한 랍스터 라비올리.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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