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매력에 넋 잃고...
▶ 27~4월11일 ‘쿠바 인 플라워’ 주제
뉴욕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축제들은 역시 각 지역 보태니컬 가든의 연례 프로그램들로 시작된다. 브루클린 식물원의 3월 벚꽃 쇼가 확연한 봄을 느끼게 해주는 행사라면 브롱스의 뉴욕 보태니컬 가든(NYBG)이 매년 2월 말에 개최하는 양란쇼(Orchid Show)는 길었던 겨울이 끝나감을 알려주는 화려한 봄소식이다. 지난해 브라질을 컨셉으로 열렸던 오키드 쇼는 올해 쿠바를 내세웠다.
뉴욕 보태니컬 가든의 제8회 오키드 쇼가 ‘쿠바 인 플라워(Cuba in Flower)’을 주제로 27일부터 4월 11일까지 가든 내 ‘에닙 A. 햅트 컨서버토리’에서 열린다. 제목대로 남미 출신의 플로리스트 호르게 산체스가 큐레이팅을 한 이번 쇼에는 오랜 시절부터 하바나와 쿠바 교외 지역에서 서식하며 남국의 화려한 매력을 한껏 뽐냈던 1,000 여종의 희귀 난이 전 세계에서 온
난들과 아름다움을 경쟁할 예정이다. 오키드 쇼를 찾은 이들은 또한 각종 야자수가 전시되고 있는 ‘Palms of America’갤러리를 들러 볼 수 있다.
오키드는 화려한 컬러와 고상한 자태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식물이다. 원초적인 아름다움에 이국적인 모양 때문에 단순히 꽃이라기보다 예술 작품처럼 대접받기도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는 동양란에서부터, 유럽, 라틴, 아프리카의 정글, 열대 아프리카 지역에서 자라는 양란 등 전세계 수천 가지의 오키드를 한자리
에 서 감상할 수 있다. 또 식물원의 에버렛 아동 가든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초콜릿과 바닐라 어드벤처’가 진행돼 어린이들이 오키드의 추출물인 바닐라의 생성과정을 배우고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린이들은 ‘레인 포레스트 커러’ 프로그램을 통해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
오 열매와 바닐라의 주원료인 오키드 바니랄 클래니폴리아 씨앗을 직접 갈아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밖에 식물원 도서관 내 오키드 원형 도움은 전 세계에 1000여종이 자생하고 있는 책생란 덴드로븀으로 가득 채워지며 오키드 전문가들이 수집한 각종 서적과 연구 자료도 전시돼 쉽게 오키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식물원은 각종 정보 표지판과 오디오 투어 기기 등을 준비해 방문객들이 아름다운 오키드를 육안으로 감상하는 것은 물론 가세한 학술 정보까지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준비했으며 집에서 제대로 오키드를 재배할 수 있는 웍샵 ‘내집에 맞는 오키드’, ‘오키드를 건강하게 기르는 법’등도 무료로 진행한다.
* 오키드의 기원
오키드는 아직 지구상에 공룡이 번성하고 있던 1억2000만년 전 나타났다. 각종 지질변화를 거치며 동물들이 멸종되거나 대체됐을 때 오키드 종은 오히려 확장됐다. 오키드는 남극대륙을 제외한 지구상 곳곳에 퍼지고 나무 위, 땅 속, 열대 우림 그리고 목초지에서 고산지대 또는 습지에서 무성하게 자라났다.
오키드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700여년 전 문학 작품과 중국의 화병에 있는 그림으로 전해진다. 당시 오키드의 뿌리는 약초처럼 질병 치료제로 쓰였다. 우리가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바닐라향은 바로 오키드의 일종인 ‘바닐라 플래니폴리아’의 씨앗으로 만들어진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오키드는 약 3만5000여종에 이르고 있다. 하이브리드(잡종)는 20만여종 이상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오키드의 효과
오키드(orchid)는 라틴어로 남성성기 고환을 의미하는 ‘orchis’에서 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오키드 뿌리로 만든 약은 성욕촉진제이자 불임치료제로 믿었다고 한다. 1640년 존 파킨슨이 지은 ‘식물사전’에는 남자가 큰 오키드덩이 줄기를 먹으면 많은 자녀를 얻을 것이다고 적혀 있다. 인도인들은 1800년대 오키드 뿌리로 만든 음료 ‘살렙’과 ‘살룹’을 즐겨 마시기도 했다.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서양에는 오키드 채집이 유행이었다. 한국의 산삼처럼 오키드는 큰 재산을 축적하는 기회가 되기도 목숨을 잃는 계기도 됐다. Bronx River Parkway (Exit 7W) and Fordham Road. <박원영 기자>
*입장료: 일반 20달러, 시니어와 학생 18달러, 어린이 8달러.
*개장 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문의 : 718-817-8700, 또는 www.nybg.org
*가는 길: 자동차로 운전하고 갈 때는 브롱스리버 파크웨이에서 7W 출구로 나가 포담로드(Fordham)를 따라 가면 사인이 나오고 따라가면 오른쪽에 입구가 나온다. 기차 이용시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메트로 노스 레일로드(할렘노선)를 타고 보태니컬 가든 역에서 내리면 된다. 뉴욕시 전철 중에서는 B,D 그리고 4번 노선을 타고 베드포드 팍 블러바드역에서 내린 후 브롱스 26번 버스를 타고 모솔루 문으로 들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