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게 맞는 요리책은?

2010-0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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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고민과 정성 깃든 ‘레서피 보고’


인터넷 검색만으로 원하는 레서피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요즘 굳이 요리책을 따로 구입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한 권의 책으로 집필되어 출판되기까지 들인 요리책의 정성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진부한 짜깁기에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의 창의성, 음식에 관한 자신만의 고집된 생각, 일상에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좋은 요리책들은 아직도 많이 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는 책, 따라 하고 싶은 요리책, 부엌에서 바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가득한 책, 사진과 스타일링이 너무나 멋져서 소장하고 싶은 요리책 등 구입에 앞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게 꼭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부터 하고 화려한 요리책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미국 요리책

99센츠 온리 스토어 쿡북이 있다는 사실은 아마 잘 몰랐을 것이다. 또 한인들도 많이 찾는 그로서리 마켓 트레이더 조스 쿡북도 5개나 있다. 그런가 하면 뉴욕의 자랑스러운 한인 스타 셰프 데이빗 장의 요리책을 읽고 있노라면 시끄럽게 북적이는 누들바 한 중간에 앉아 있는 듯 느껴지고, 명실공히 미국 최고의 요리사 토마스 켈러도 한결 편안한 모습과 음식으로 대중에게 다가 왔다.


◆The 99Cents Only Store Cookbook

믿거나 말거나 ‘더 99센츠 온리 스토어 쿡북’도 버젓히 반스 앤 노블스에 나와 있다. 그런데 의외로 리뷰들이 괜찮다. 책 표지에 써 있는 것처럼 고메이(gourmet)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아이들과 재미로 요리하기에 적당하고, 식재료 비용을 줄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환영 받고 있다. 하지만 야채 같은 신선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99센츠 스토어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 가격은 12달러99센트. 온라인에서 5달러대에 구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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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der Joe’s Cookbook

유기농 먹거리와 뭐가 달라도 다른 특이한 제품들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급성장하고 있는 트레이더 조스의 요리책은 무려 5가지나 된다. 2008년 5월에 출간된 ‘쿠킹 위드 올 띵스 트레이더 조스’(Cooking With All Things Trader Joe’s)를 선두로 같은 해 11월에 ‘3개월 트레이더 조스 라이프스타일 오디세이’(Three Month at Trader Joe’s a Life Style Odyssey)를 비롯하여, 2009년 발간된 ‘퀵 앤드 헬시 밀스 프롬 트레이더 조스’(Quick and Healthy Meals from Trader Joe’s), ‘아이 러브 트레이더 조스 쿡북’(The I Love Trader Joe’s Cookbook), ‘트레이더 조스 컴패니언’(The Trader Joe’s Companion) 등이다. 트레이더 조스에서 그로서리 샤핑을 즐기는 사람,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 그러나 부엌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은 이들에게 필요한 요리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넘겨보며 메뉴를 정하고 트레이더 조스에 가기만 하면 되므로 바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대부분 얇고 가벼운 핸드북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좋으며 가격 또한 10달러 대 초반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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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OFUKU

2004년 모모푸쿠 누들바를 오픈하여 짧은 시간에 화려하게 스타 셰프의 반열에 오른 데이빗 장이 지난해 11월 그를 닮은 요리책을 펴냈다. 일본 전통 라멘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 겪은 일들, 뉴욕으로 돌아와 ‘모모푸쿠 누들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쌈 바’에 이어 그의 거침없는 창의력을 파인 다이닝으로 새롭게 옷 입힌 ‘코’가 탄생하기까지의 고민, 결정의 순간과 위기를 헤쳐나간 노력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읽는 재미가 좋다.

생동감 넘치고 꾸밈없는 사진들과 함께 김치를 다양하게 이용한 음식들에 절로 감탄이 나오며 한식이나 일식 또는 퓨전으로 불리기를 거부하는 그의 자유로운 음식세계를 이해하고 탐험할 수 있다. 김치찌개라고 굳이 우기고 싶지 않은 떡국떡과 찢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스튜’, 신선한 야채가 부족한 겨울 한정된 재료 덕에 탄생한 김치, 사과와 베이컨으로 만든 ‘후지 애플 샐러드’, 쌈장과 간장을 섞어 만든 코리안 드래곤 소스로 맛을 낸 ‘로스티드 라이스 케익’, 굴과 돼지삼겹살이 맑은 국물김치 콩소메에 담겨 있는 ‘코 김치 콩소메’, 리치와 잣 브리틀과 함께 서브되는 곱게 간 ‘쉐이브드 프아그라’ 등은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 꼭 따라 만들어보고 싶은 메뉴이다. ‘밀크 바’까지 4개의 레스토랑에 90여명의 식구를 거느리고 있는 스타 셰프 데이빗 장의 모습을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준다. 가격 4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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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장의 모모푸쿠.


최고 요리사에 배우는 재미있는 음식세계

토마스 켈러의 ‘애드 혹 앳 홈’ 데이빗 장의 ‘모모푸쿠’
99센츠 스토어·트레이더 조스의 ‘쿡북’ 오랜기간 인기
‘착한 밥상’‘공부밥상’등 한식은 웰빙 강조 속 전문화

◆Ad Hoc at Home 애드 혹 앳 홈

토마스 켈러의 가장 캐주얼한 패밀리 레스토랑 ‘애드 혹’의 요리책이다.
클램 차우더, 치킨 덤플링 수프, 프라이드 치킨,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등 집에서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아메리칸 클래식 디시들을 소개했다. 따라 하면 나파밸리에 있는 그의 유명한 식당 프렌치 런드리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집에서 그 맛을 느낄 수 있게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프렌지 런드리 스타일의 중후함을 벗어던진 토마스 켈러의 밝고 귀여운 표정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프로페셔널 키친으로부터 배우기 코너’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빼먹거나 실수하기 쉬운 소금 간 잘 하는 법, 제대로 재료 다루는 방법 등 기초적인 설명들이 잘 되어 있어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다른 요리책들과는 달리 독자들이 따라 하기가 ‘가!능!한!’ 요리책이라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출판 된지 약 한 달 만에 품절됐다가 다시 판매 중이다. 가격 50달러.


■한국 요리책

단연 웰빙 건강요리가 돋보인다. 채식과 건강식에 중점을 두고 한식 고유의 장점들을 잘 살려낸 책들이 많아 좋다. 건강한 빵 만들기, 간식도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며 샌드위치 파스타 등 특정음식 하나를 주제로 한 책들도 전문적으로 깊이가 있어졌다. 아이들을 위한 요리책, 쉽게 할 수 있는 푸드 스타일링이 담긴 책도 눈에 띈다.


◆윤혜신의 ‘착한 밥상 이야기’

시골에서 ‘미당’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며 오직 비, 바람, 햇볕의 자연의 허락 하에 만들어낸 재료만을 사용하여 소박하지만 진정 잘 먹고 잘 사는 그녀 윤혜신씨가 쓴 착한 요리책. 먹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음식과 육신의 관계에 우리가 얼마나 소홀히 여기며 살고 있는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바쁘게만 돌아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살기 쉬운 요즘 세상에 쉼표를 찍어주는 듯한 책이다.

요리책 소개 문구 중 ‘자연의 속도로 살며’라는 말이 가슴이 와 닿는다. 토마토 하나 직접 길러만 보아도 꽃이 지고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면 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예쁘고 커다란 토마토 보기가 불편할 때가 있다. 제철이 아닌 때 나는 딸기는 진짜 딸기가 아닌 ‘딸기 맛 나는 딸기’라고 말하는 그녀가 세세히 알려주는 고마운 제철 재료들과 쉽게 풀어놓는 요리법을 보고 있자니 연근, 우엉, 마, 무, 고구마 등의 재료로 요리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든다. 자기 몸에 맞는 재료를 고르는 법부터 다듬기, 씻기, 양념과 조미료 만드는 법, 조리 방법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채소, 곡식, 과일, 고기 그들도 생명이기에 행복하게 길러진 것을 먹으면 우리도 행복하다고, 오염된 먹거리로 우리 몸 고생 그만 시키고 바르게 먹어야 할 것은 그 밥에 그 나물,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에 우리 몸도 살아난다고 말한다. 1만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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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착한 밥상 이야기’.


◆김수연의 ‘기적의 공부밥상’

‘엄마의 밥상이 아이의 성적을 바꾼다’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가 붙어 있기도 하지만 “밥 안 먹을거면 학교 가지마” “ 엄마, 엄마, 엄마 아~ 배고파~” “아니! 왜 도시락을 절반도 안 먹었다니?” 엄마라면 매일 하고 듣는 이야기들로 재미있게 구성된 이 책은 한창 공부할 나이의 자녀를 둔 엄마라면 당장 집어 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구성되어 있다. 성적뿐 아니라 자신감을 키워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아이 기분도 살려주는 인기 만점 도시락 싸기, 별미요리 등 아이들의 감성을 만져주는데 노력을 기울인 충실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김수연씨는 여성 월간지, 육아 전문지 등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겸 기자로 바쁘게 활동하다 해외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온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면서 오직 아이 밥상 차리는 일에 에너지를 쏟으며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전문 요리학교에 입학하고 식생활 지도사 자격증, 일본 요리학교 요리기술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열정을 내었는데 그 노하우를 아이의 밥상에 그대로 적용하고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공부 우등은 물론이고 예술, 외국어에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으며 예쁘기까지 한 고교 2학년 딸을 두고 있다. 1만4,800원.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푸드 스타일링 ‘소울 키친’

저자 이진호씨는 뉴질랜드에서 14년 동안 생활하면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유명호텔의 셰프로 일하면서, 프라이빗 셰프, 각종 요리대회 입상 등 요리에 있어서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블로그(Cooking Jazz)를 통해 요리와 푸드 스타일링 노하우를 공개해 스타 블로거로 떠오르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리뷰가 모두 별 5개를 받아 독자의 만족도가 높은 책이다. 사진은 고급 호텔요리 같은데 쉬운 레서피에 예쁘게 담아내는 푸드 스타일링까지 겸비하여 제목처럼 ‘따라 하니 진짜 된다’는 식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링이 매력적이고, 결코 가볍지 않은 젊은 감각, 탄탄한 경력에서 우러난 많은 경험과 함께 동서양의 재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만들어내는 요리들이 탄산수처럼 통통 튄다. 서양 재료를 쉽게 사용하므로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포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막 요리를 시작하는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며 가정주부들도 좋아 할만한 정보가 많은 예쁜 책이다.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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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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