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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잘못된 식습관이 감기 증상 불러

2010-0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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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함소아 한의원 조현주 원장

치료해도 낫지 않는 호흡기 질환, 만성식체증후군 의심해야
잠자리 들기 두 시간 전 찬 음식, 야식 금지

“식사 습관에 문제가 있어서 아이 감기가 안 떨어지는 겁니다.” 기침, 콧물이 끊이지 않는다며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에게 이렇게 설명하면 열이면 열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의아해한다. 감기는 호흡기 질환이 아닌가? 하는 표정들이다. 물론 그렇긴 하다. 하지만 때때로 소화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잘 모른다. 소화기와 호흡기는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서로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위장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거나 부어 있다 보면 바로 위에 인접한 횡경막의 움직임을 막아 폐 기운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이런 상태를 ‘식적(食積)’ 혹은 ‘만성식체증후군’이라고 한다. 설사나 구토, 열 등의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급성식체’와는 달리 더부룩 답답한 것 외에는 증상이 없어 소홀히 넘기기 쉬워서 문제다.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잔기침이나 코막힘 등이 지속되면서 비염, 천식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먹는 음식은 만성식체를 유발하기가 쉽다. 햄버거, 피자, 소시지 등을 비롯한 기름진 음식이나 빵, 파스타 같은 밀가루 음식 등이 대표적이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쿠키, 케이크, 사탕 같이 단 음식은 몸속에 열을 쌓이게 해 소화를 방해한다.

식사 습관도 중요하다. 시도 때도 없이 폭식, 야식을 하거나 찬 음식을 즐기는 습관은 식적을 만든다. 아이가 돌이 지났는데도 분유나 우유를 하루에 0.25gal 이상 마시고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켜버리는 경우에도 식적이 생긴다.


내 아이의 감기 증상이 식적으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물론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금세 알 수 있지만 집에서도 부모가 체크할 수 있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식적이 있는 아이는 대부분 누워 있을 때 배가 빵빵해서 가슴보다 더 높게 올라온다. 또 대변 모양이 토끼 똥처럼 동글동글하거나 냄새가 심하다. 불규칙한 식사로 위장이 쉬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몸속에 열이 쌓여 가슴과 등이 뜨겁다고 느낀다. 그래서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시원한 곳을 찾아 굴러다니거나 등이 가렵다고 보채기도 한다.
식적으로 인한 감기 증상의 특징은 밤에 기침이 심하다는 것과 아무리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소화기에 있는 만큼 소화기를 치료하고 식습관을 바꿔야 나아진다.

세 끼를 매일 같은 시간에 나눠서 먹어야 한다. 아이가 생후 7, 8개월이 되면 밤중 수유를 중단하고 이유식을 시작할 때는 씹는 훈련을 잘 시켜야 한다.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공복상태를 유지한다. 기름지거나 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으나 미국 음식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녹색 채소를 많이 먹으면 몸속 열을 내려주기 때문에 좋다.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아이라면 다 먹은 후 따뜻한 물을 먹여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위 사항을 명심한다면 아이의 감기 증상에 신종플루가 아닌가 하고 가슴이 내려앉을 일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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