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는 암은 정상세포가 변화해서 생겨난 것이지만, 그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정상적인 통제기능이 말을 듣지 않음으로써 제멋대로 분열·증식하는 일종의 무법자와도 같은 존재이다.
즉 암은 암세포의 증식이 무한히 계속되는 것, 그리고 그 증식이 정상적인 신체의 조절통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지나치게 빨리 발육하므로 정상세포로 공급되어야 할 영양물질을 빼앗고, 관이 있는 장기는 그 관이 좁아져서 내용물이 지나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혈관이나 림프선을 통해 떨어져 있는 다른 장기에까지 암세포가 흘러가서, 거기에서도 새로이 증식을 시작하므로 일어났던 것과 똑같은 일이 사방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암 세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정상 세포·비정상 세포의 첫 단계인 이형성 세포로 변화-자연퇴화(10개의 암세포는 정상의 면역기능으로 박멸할 수 있다)
2. 암의 초기단계인 상피내암종으로 변화-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예후가 아주 좋다
3. 국소적으로 진행된 침윤성 암-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4. 다른 장기를 침범한 전이성 암-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
이와 같은 상태는 패혈증에 걸렸을 때와 아주 비슷하다. 즉 몸 밖으로부터 침입해 온 균이 장기를 곪게 만들어 그것을 파괴하고, 차례차례 온몸에 퍼지는 것이 바로 패혈증이다.
그러나 암의 경우는 이와 같이 증식하여 퍼지는 것이 균이 아니라 원래 몸속에 있던 체세포가 그 성질을 바꾸었을 뿐이라는 점이 다르다. 즉 암에 있어서는 몸을 망치는 것이 원래 그 몸속에 있던 세포가 악성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특징이다.
패혈증과 같은 균의 경우에는 그 균에만 작용하는 약을 물리칠 수 있지만, 암세포는 체세포와 닮았기 때문에 체세포를 파과하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성질이 암을 근본적으로 퇴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백남선 /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