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항하는 청춘 (Youth in Revolt)

2010-01-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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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만점)


“머리속엔 ‘그’생각 뿐…”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어른도 즐길 코미디


여자하고 한 번도 잔 적이 없어 모든 생각이 섹스에만 집중돼 있는 14세난 소년의 성장기이자 인간 행동에 대한 관찰로 비록 얘기는 10대의 것이지만 어른들도 아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드라마다.


‘수퍼 배드’와 ‘주노’에서도 동정을 잃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회적으로 매우 어색한 소년 역을 잘 한 마이크 세라가 이번에도 비슷한 역을 맡아(그는 이제 20세가 넘었다) 섹스와 연애와 자기 정체에 관해 고뇌하는 아이의 모습을 연민과 공감이 가도록 묘사한다.

동화 같고 때로 환상적 분위기를 지닌 영화로 순진하고 사실적이며 위트와 유머를 고루 갖췄는데 세라 외에 레이 리오타 등 많은 좋은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와 과격한 인물들 노릇을 우습고 재미있게 하는 것도 영화의 큰 장점.

또 중간 중간 스톱 모션과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로 그린 만화를 삽입해 영화의 괴팍함을 잘 살려주는데 진행속도도 빨라 90분 상영시간이 아쉽게 지나간다.

더스틴 호프만의 출세작 ‘졸업’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작품이다. 문제는 섹스 때문에 등급이 R(17세 미만은 부모나 성인 동반 필수)이어서 영화의 표적인 10대들이 마음대로 볼 수가 없는 점.

영화는 14세난 소년 닉 트위습(세라)이 자위행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또래들로부터 놀림 받기 좋은 이름을 가진 닉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다 섹스를 하는데 자기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이혼한 닉의 어머니 에스텔(진 스마트)은 지극히 단순한 여자로 새로 집에 들여놓은 애인 제리(잭 갈리피아나키스)와 섹스를 즐기느라 정신없다. 닉의 아버지 조지(스티브 부세미)는 자기 딸뻘의 여자(아리 그레이너)와 데이트를 해 닉의 좌절감은 더 크다.

어느 날 닉이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유키아에 있는 트레일러팍으로 놀러갔다가 여기서 쉬니 손더스(포르티아 더블데이)라는 여자 아이를 만난다. 쉬니는 세상 알기를 우습게 아는데 어른들에게 일부러 겸손한 척 굴면서 어른들을 무시한다. 쉬니는 비처녀로 예쁜데 닉이 그에게 반할 것은 당연지사. 쉬니도 순진한 닉이 좋다.


둘이서 잠시 데이트를 즐기는데 닉이 하는 괜찮은 말들은 모두 읽은 책에서 빌려온 것. 말은 그럴 듯하나 그의 본능에 의한 행동은 닉이 덜 성장했다는 것을 잘 나타낸다.

가족이 집으로 돌아온 뒤 닉의 생각은 쉬니에게로만 달려가는데 이 때부터 닉은 쉬니와 함께 있기 위해 온갖 반항적인 일들을 저지른다. 어머니로부터 쫓겨나면 유키아로 가서 쉬니를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닉은 자동차를 훔치고 방화를 하고 또 여장을 하는가 하면 약물까지 사용하는데 닉의 이런 행동을 방조하는 것이 닉의 상상의 인물 프랑솨 딜린저(세라가 1인2역). 그런데 가느다란 콧수염을 하고 담배를 태우는 프랑솨는 프랑스의 코주부 명배우 장-폴 벨몽도에서 빌려온 것이다.
사실 닉의 궁극적 목적은 쉬니를 유혹해 자기의 동정

을 바치는 것인데 그의 이 목적을 위한 온갖 해괴한 수단방법과 노력이 밉지가 않고 가상하고 또 기사적이기까지 하다. 과연 닉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 얘기가 다소 에피소드적이긴 하나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즐길 만한 영화다.

미겔 아르테타 감독. Dimension.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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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은 쉬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갖 반항행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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