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젓한 겨울바다 둘만의‘Happy New Year!’

2010-0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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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남가주 새해맞이 명소들

한해가 훌쩍 지나가고 2010년 새해가 시작됐다. 힘들고 어려웠던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희망과 소망을 담은 신년계획을 세울 시기이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조용한 바닷가나 호젓한 산간을 찾아 복잡한 머릿속을 훌훌 털어 버리고 올 한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인지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자신과 약속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LA 인근에는 조용히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호젓한 산간지역과 해변들이 수두룩하다. 북쪽으로는 남가주의 알프스라고 할 수 있는 라이트우드 지역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끼고 도는 수많은 해변과 산간이 있다. 동쪽 사막지역 역시 신년 겨울 개척자들의 발자취를 느끼면서 방문해 보기 좋은 곳이다. 희망찬 신년계획을 세우기에 적합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LA 인근 산간과 해변 지역들을 소개한다.

▲편안한 해변-카핀테리아


남가주는 해변의 도시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비치들이 여기 저기 숨겨져 있다.

벤추라와 샌타바바라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카핀테리아(Carpinteria)는 남가주의 수많은 해변 중에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오랜 세월 이 곳 해변을 장승처럼 지키고 서있는 해송 사이로 오가며, 고운 모래펄이 잔잔한 파도와 잘 어울리는 결코 크지 않는 해수욕장이 한가로우면서도 운치가 넘친다.

전국 해수욕장을 직접 찾아가 기후와 수온, 해변의 형태, 모래의 질 등을 조사해 발표하면서 ‘해변 박사’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스테판 레터맨 박사가 선정한 미국 내 20대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인 카핀테리아는 샌타모니카, 베니스 등 남가주의 유명한 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방문객들에게 선사한다.

뜨거운 여름이 아니어도 겨울에 방문해 그냥 바닷가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면을 가르는 갈매기의 날개 짓을 보면서 사색에 빠질 수 있는 곳이다. 희귀 조류와 야생동물, 그리고 고래, 돌고래, 바다사자, 바다표범, 물개 등 다양한 해양생물도 쉽게 눈에 띈다.

교회에서 단체로 피크닉을 가도 좋을 만큼 넓은 피크닉장이 있는데 바비큐 시설이 완벽하다. 해변이 지루해지면 골동품 가게와 카페들이 몰려 있는 타운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자전거나 인력거를 빌려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해변마을인 카핀테리아 다운타운을 한 바퀴 돌면서 여유로운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

가는 길은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80마일 정도 가면 벤추라시를 지나서 카핀테리아에 도달하게 된다. 캐시타스 패스(Casitas Pass)에서 내려서 좌회전 타운에 들어서면 카핀테리아 애비뉴가 곧 나오고 이곳에서 우회전, 팜스(Palms) 애비뉴가 나오면 다시 좌회전해서 5블럭 정도 들어가면 카핀테리아 스테이트 비치 입구가 나온다.

공원 및 캠핑 문의: (805)968-1033, www. parks.ca.gov/page_id=599, 카핀테리아 상의(805)684-5479, www.carpcof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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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핀테리아는 남가주의 수많은 해변 중에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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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서 가장 높고 깊은 산간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앤젤레스 국립삼림의 정상에 위치한 라이트우드를 꼽을 수 있다.


아기자기 산길 오르며 저멀리 카탈리나 섬이…

▲채널 아일랜드-애나카파

신년에 관광도 할 겸 색다른 하이킹을 하고 싶으면 채널 아일랜드 국립공원의 하나인 애나카파(Anacapa) 섬 순환 트레일 하이킹을 권한다.

애나카파는 국립공원 채널 아일랜드 중 가장 작은 섬이지만 뭍에서 12마일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채널 아일랜드 중 방문객이 가장 많은 섬으로 뛰어난 자연절경으로 그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하이킹 트레일은 내륙의 트래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제공하면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끝없이 넓고 넓은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고독한 무인도인데 한 바퀴 도는데 1~2시간 밖에 안 걸리고 엘리베이션 게인이라고 해 봐야 고작 100피트밖에 안 된다.

그리고 전장이 2마일인 짧은 하이킹이지만 그 곳이 주는 분위기는 백문이 불여일견, 가보지 않고는 도저히 느끼기 힘든 아름답고 독특한 경치이다. 섬 위에 올라가서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바다 경치가 일품이다.

선착장에 내려서 153단이나 되는 긴 계단을 올라가면 섬 표면에 닿는데 올라가서 공원 전시관에 진열되어 있는 전시물을 잠시 둘러보고 레인저가 안내하는 대로 팀을 따라 하이킹을 해도 좋고 아니면 독자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혼자 하이킹을 해도 된다.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하이킹이 아니므로 쉬엄쉬엄 바다 경치도 감상하면서 하루를 즐기고 오면 된다.

바다를 접한 천길만길 낭떠러지 밑으로 보이는 해저동굴이며 게으른 듯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바다사자와 물개들은 모두 오염 안 된 자연 풍경 그대로이다. 섬 표면 전체가 아이스 플랜트라는 일종의 선인장으로 덮여 있다. 자연 그대로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문화 시설이 전혀 없고 쓰레기까지도 도로 갖고 와야 할 정도로 자연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섬 가운데 캠핑장이 있어서 원하면 하룻밤을 자고 올 수도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캠핑장 예약은 돌아오는 배편 예약이 되어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받는다.

애나카파까지 가는 배는 아침에 페리보트로 사람들을 섬에 내려놓고 갔다가 저녁에 데리러 온다. 페리보트 회사는 Island Packers(805-642-1393, www.islandpackers.com)가 있는데 벤추라와 옥스나드 항만에서 출항한다.

가격은 성인 1인당 45달러.
애나카파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국립공원 사무실 (805-658-5700, www.nps.gov/chis/planyourvisit/camping.htm)에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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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제공하면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애나카파 아일랜드. 신년 계획을 세우기 좋은 곳이다.


▲ 도심의 보물 - 샌타모니카 마운틴


LA 다운타운에서 비교적 가까운 샌타모니카 마운틴은 도심에 위치해 있다고 하기에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깊은 산골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짧게는 1마일에서 길게는 6마일에 이르는 다양한 등산로들이 여러 갈래로 산재해 있는데 산들이 부드럽고 포근해 여성적인 느낌을 준다. 나무도 많지 않으면서 나지막한 산들이 푸른 벨벳을 입혀놓은 듯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등산로 끝에는 여러 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샌타모니카 항만이 절경이며 특히 맑은 날이면 멀리 수평선 너머로 보일 듯 말 듯 펼쳐진 카탈리나섬의 경치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추억거리가 된다. 신년계획을 세우기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공원 내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등산로는 이스트 토팽가 파이어 로드(East Topanga Fire Rd.)로 왕복 6마일 코스 끝에 있는 피우마(Piuma) 오버룩이라는 전망대가 있어 말리부를 비롯한 남가주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독수리가 앉은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글록이라는 엄청나게 큰 바위까지 갔다 오는 코스는 비교적 쉽고 짧아서 초보자에게는 안성맞춤인 코스다.

가는 길은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웨스트를 타고 가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1번 도로에서 북상한다. 토팽가 캐년 블러버드에서 우회전 동쪽 방향으로 4.6마일을 가면 공원 입구가 나온다. 개장은 오전 8시부터 일몰까지이다.
www.lamounta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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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 보물처럼 위치한 샌타모니카 마운틴.


LA의 뒷마당 설경이 일품


▲라이트우드

남가주에서 가장 높고 깊은 산간 타운을 꼽으라고 하면 앤젤레스 국립삼림의 정상에 위치한 라이트우드(Wrightwood) 지역을 꼽을 수 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LA의 ‘백야드’(뒷마당)라고 부르는 샌개브리엘 산맥 깊숙이 자리 잡은 라이트우드는 해발 6,000피트의 하이 컨트리다. 높고 깊은 산속에서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싶은 사람들이 가 볼만한 곳이다.

지금은 라카냐다에서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로 가면 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고원지대지만 도로가 관통하기 전까지는 3일이 소요됐던 오지다.

인구 3,000에 불과한, 타운 내에 한 개의 신호등도 없는 작은 도시지만 10여개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타운 빌리지를 중심으로 모여 있으며 캐빈, 모텔, 콘도 등의 숙박업소들도 많이 모여 있다.

연중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데 겨울에는 단연 스키가 최고의 스포츠로 인근 마운틴 하이는 빅베어에 버금가는 스키 리조트로 유명하다. 캠핑과 낚시 그리고 하이킹도 즐길 수 있는데 겨울철 눈 사이로 만들어진 트레일을 걷는 맛은 해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가는 길 LA에서 2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210번 프리웨이 이스트로 갈아탄다. 210번을 타고 첫 번째 출구가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이다. 이곳에서 내려 산길로 북상해 약 1시간30분 정도 올라가면 해발 6,000피트 표시판이 나오고 라이트우드 지역에 도착하게 된다. 겨울철 눈이 올 때는 스노체인을 준비해야 한다.

숙박을 포함한 모든 문의는 wright woodcalifornia.com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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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놀이를 겸해 신년을 맞기 좋은 라이트우드 지역.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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