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인 (Nine)

2009-12-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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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섹시” 화끈한 뮤지컬

▶ 명화 ‘8½’ 이 원전… 배우들 춤 노래 솜씨 대단

★★★ (5개 만점)


스타일 좋고 섹시하고 속도감 있는 뮤지컬로 좋은 노래와 멋지고 화려한 춤 등이 있는 문화인들을 위한 고급 상품이지만 결점도 적지 않다. 오스카 작품상을 탄 뮤지컬 ‘시카고’를 만든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제2탄으로 오스카상을 탄 배우들인 대니얼 데이-루이스, 마리옹 코티야르, 페넬로피 크루스, 니콜 키드만 및 주디 덴치와 소피아 로렌이 나와 직접 노래하고 춤까지 추는데 노래 솜씨들이 대단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이긴 하나 서술방식이 일관성이 없고 부분 부분의 조각들을 짜깁기한 듯해 마치 에피소드의 모음집과 같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1963년산 명화 ‘8½’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이 원전. ‘8½’은 작품 구상이 안 돼 고뇌하는 감독(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자기 삶의 과거와 과거의 여인들을 회상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자기 성찰을 하는 내용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는 작품으로 꼽힌다.

영화는 처음에 이탈리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치네치타의 스튜디오 내 채 완성되지 않은 세트에 앉아 있는 이탈리아의 멋쟁이 천재 감독 귀도 콘티(데이-루이스) 앞에 그의 많은 여인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일종의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귀도는 아직 차기 작의 각본조차 쓰질 못해 고뇌한다. 물론 이런 그를 다그치는 것은 제작자.

이어 장면은 기자회견으로 바뀌면서 귀도는 기자들로부터 온갖 질문을 받는다. 기자들 중에는 귀도에게 교태를 부리는 미국인 여기자 스테파니(케이트 허드슨)도 있다. 후에 바닷가 휴양지 호텔 바에서 귀도에게 자기 방 열쇠를 주는 스테파니는 영화에서 역동적인 춤을 추며 과거 이탈리아 영화를 찬양하는 노래 ‘시네마 이탈리아노’를 부르는데 화끈하다.

귀도는 기자회견 중간에 회견장을 빠져 나와 자기 충전을 위해 해변 휴양지 호텔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영화와 많은 여자들 때문에 자기를 돌보지 않는 남편을 사랑하는 왕년의 귀도의 스타였던 아내 루이자(코티야르)에게 전화를 건다.

이어 귀도 앞에 나타나는 여자가 그의 욕정에 불타는 섹시한 정부 칼라(크루스). 칼라는 칼라대로 귀도가 자기에게 그의 전부를 주지 않는다고 앙탈을 하다가 급기야 자살소동을 벌인다.

영화는 귀도가 자신의 여러 여자들을 생각하면서 이 여자들이 노래와 춤을 통해 자신들의 개성과 특징을 묘사하고 또 귀도와의 관계도 얘기한다.

귀도의 의상 디자이너이자 조언자인 릴리(덴치), 귀도가 소년시절 돈을 주고 춤을 추게 한 해변의 창녀(가수 퍼기) 그리고 귀도의 어머니(로렌) 및 귀도의 뮤즈이자 주연 배우인 클라우디아(키드만) 등이 각기 노래로 자기 얘기와 귀도와의 관계를 들려준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들인 ‘테이크 잇 올’ ‘어 콜 프롬 더 바티칸’‘비 이탈리언’‘구아르다 라 루나’‘언유절 웨이’ 등이 모두 명곡들이다.


그리고 귀도도 ‘귀도의 송’을 부르는데 도저히 작품 구상이 안 돼 ‘아이 캔트 메이크 디스 무비’를 부르며 영화 만들기를 포기하나 결국은 이 여자들이 모두 뮤즈 구실을 해 “컷”을 소리치며 작품 연출에 들어간다. 노래와 춤이 위주여서 그런지 명배우들의 연기는 특별히 어필하지 못한다. PG-13. WTC.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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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귀도와 그의 두 여자인 정부 칼라(왼쪽)와 아내 루이자.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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