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드우드 숲 속으로 추억의 열차 달린다

2009-12-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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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옛 유적 감상… 삼림욕도 즐겨

샌프란시스코는 유명 관광지로 모르는 한인이 없겠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1시간30분 거리 몬트레이만의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인 샌타크루즈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빅토리아풍의 주택과 작은 가게가 줄지어 있는 이 곳은 30마일에 걸쳐 이어지는 백사장이 한가한 겨울 바다를 연출한다. 여름철에는 비치에서 해수욕과 낚시, 파도타기 등의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휴양객들로 붐비지만 가을에는 쌀쌀한 해풍을 얼굴에 맞으며 겨울 경치를 즐기려는 감상적인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또한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헨리 코웰 레드우드 주립공원(Henry Cowell Redwood State Park)은 샌프란시스코 북쪽 300마일 거리에 있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지구상 가장 키가 큰 레드우드를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주립공원에서는 하늘을 치솟는 레드우드 구경 외에도 삼나무 숲속을 가로지르는 증기기관차 여행도 할 수 있다. 샌타크루즈 레드우드 증기 기관차 관광과 샌타크루즈 인근의 주요 관광지들을 소개한다.


◆샌타크루즈 레드우드 주립공원 로어링 캠프(Roaring Camp)

‘풋 루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케니 로긴스는 자연주의 음악을 표방하는 가수이다. 그가 초자연에서 주기적으로 여는 숲속 음악회는 아름다운 지역에서 펼쳐지는 것으로 그 명성이 높다.


특히 로긴스가 앨범으로도 발매한 ‘아웃사이드 프롬 더 레드우드’(Outside from the Redwood) 콘서트는 그가 1,000명의 음악팬을 샌타크루즈 근교 레드우드 숲으로 초청해 일체의 인위적인 사운드가 가미되지 않은 어쿠스틱 연주를 들려준 음악회다.

숲속 음악회처럼 이번 레드우드의 방문은 감미로운 음악과 캘리포니아의 보물 레드우드 트레일 하이킹 그리고 증기기관차 탑승과 야외 바비큐가 어우러진 멋진 코스가 만들어졌다.

일단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레드우드 사이로 만들어진 하이킹 트레일을 밟으며 삼림욕을 즐기는 것으로 이날 스케줄을 시작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앞선 여행객들의 발자국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고요한 숲속에서 수백그루의 레드우드를 만나는데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젖혀도 나무 끝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이드가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심호흡을 해보라고 한다. 정말 폐 깊숙이 신선한 공기가 가득 차는 느낌을 받는다.

레인저가 직접 나와 레드우드의 생태계와 공원의 역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캘리포니아 중부에서 오리건 남서부까지 이르는 해안지대 해발 3,000피트 지역에서 자라는 레드우드는 토마토 씨보다 작은 씨가 자라 30여 층 빌딩보다 더 높게 자란다고 한다. 나무들에는 불에 그으른 자국이 많이 보인다. 이유가 있는 모습인데 레드우드는 산불 등으로 주변의 온도가 크게 올라가면 씨앗이 껍질을 벗고 비로소 땅에서 새싹을 키우기 시작한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섭리가 놀랍기만 하다.

1시간 정도의 네이처 하이킹을 마치고 오늘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증기기관차 관광을 시작한다.

증기기관차 여행은 쉽게 할 수 없는 관광 중 하나이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일부 관광지에서만 예전의 증기기관차를 짧은 구간에 한해서 운행하고 있다. 요세미티, 북가주 레드우드 지역 등 이들 관광열차 여행지는 특히 가을이나 겨울에 방문하면 좋은데, 기차여행의 낭만과 가을의 정취를 모두 함께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레드우드 주립공원의 로어링 캠프 증기기관차 여행은 공원 숲속에 나 있는 선로를 따라 1시간 30분 정도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이 선로는 1880년대 대형 레드우드를 벌목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 후 금광에서 원광석을 수송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기차가 곧 출발한다는 안내와 함께 관광객들이 차례대로 객차에 들어선다. 증기기관차는 뭐가 그리 급한지 1분마다 증기를 하늘로 뿜어대면서 곧 대륙을 횡단할 것처럼 연신 소리를 지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기차의 휘슬소리에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한다.

드디어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레드우드 숲속에 깔렸던 선로는 아슬아슬한 절벽길과 까마득히 높은 다리나무, 시원한 해안길을 연결한다. 수백명을 태운 기관차가 경사가 8도가 넘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마치 롤러코스터에 오른 기분인데 증기기관차 엔진은 낑낑거리면서도 가파른 언덕을 잘도 오른다.

중간 중간 이 지역 역사와 생태계 그리고 선로가 만들어진 과정 등이 설명되지만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 있는 관광객들의 귀에는 이런 저런 안내방송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모두 내려 다시 한번 간단하게 하이킹을 하면서 삼림욕을 즐긴다. 15분의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기차는 주립공원으로 향한다. 2.5마일의 협궤철도는 승객들에게 잊지 못할 기차여행의 추억을 심어주고 역에 다시 도착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주립공원 내에 있는 기차역은 유원지로 꾸며져 캘리포니아의 옛날을 회상시키는 여러 가지 유적들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무대에서는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흥겨운 컨트리 뮤직을 들으며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증기기관차는 매일 오전 11시, 주말 오전 11시, 오후 12시30분, 2시에 운행되며 승차료는 성인 19.50달러, 어린이 13.50달러.

*문의: (831)335-4484 www.roaringca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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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레드우드 사이로 난 하이킹 트레일을 밟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레드우드 주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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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우드 주립공원의 로어링 캠프 증기기관차 여행은 공원 숲속에 나 있는 선로를 따라 1시간30분 정도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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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은 유원지로 꾸며져 캘리포니아의 옛날을 회상시키는 여러 가지 유적들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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