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사의 계절

2009-1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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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남겨진 달력 속에 또 한 해가 저문다.

유독 환율의 변동과 부동산 등락이 심했던 해라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부동산은 일 년 중에서 가장 매매가 적은 후반기 임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지 않아 웬만한 매물들은 줄줄이 팔려 나갔다.


부동산의 핵심은 타이밍이라고 내년에 혹시 팔까하며 검토하는 셀러가 있다면 지금 앞당겨 보는 것도 좋은 지혜라고 할 만큼 대기 중인 바이어가 아직 많다.

해마다 그래도 땡스기빙을 며칠씩 챙긴 여유를 접을 만큼 지금 바이어들의 관심이 줄을 잇는다.

지난 4~5년 간 변동이자로 집을 샀던 사람들이 이제 다시 재융자를 할 경우 예상보다 훨씬 뛰어 넘는 높은 이자율이 되지 않을까 고심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아직도 좋은 이자율에다 한인들이 몰려 사는 지역엔 은행차압 매물이 많지 않아 감정도 잘 나오는 편이라 재융자에 성공한 케이스가 많다.

그래서 손해를 보면서라도 집을 정리하려던 이들이 재융자로 집을 지키면서 팔 매물이 없는 게 지금의 실정이다.

금년 봄부터 시작된 “연말엔 집 값이 더 내린다”는 소문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연 초에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선뜻 달려들지 않아 주위의 의견 듣지 않고 소신껏 집을 산 바이어들은 지금 여유롭다.


아직 기다리는 바이어와 셀러는 또 다른 희망이 있어 반갑다.

집값의 기복을 몇 년 간 보아 온 경험으론 가장 밑바닥과 꼭대기의 가격을 족집게처럼 맞추기 힘들다는 결론을 얻었다.

막연히 주변 여론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대로 살 집 가격과 다운페이먼트를 정한 뒤 최근에 팔린 시세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변에서 집값이 내린다고 해서 말 그대로 떨어져 주는 것도 아니고 모든 딜이 수요공급에 의해 이뤄지므로 매물이 모자라는 지금, 앞으로의 경제지표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함을 느낀다.

한 해를 감사로 돌리는 계절이 다가왔다.

미국사회에선 무엇보다 큰 명절이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몇 만 불을 더 준다고 매매하라고 해도 일 년에 어쩌다 한 번 흩어진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게 되는 명절에 집을 판 뒤 낯선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한다.

뚝 떨어져 사는 가족이지만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위해 애쓰는 그들이 있어 늘 감사하지만 그래도 추수 감사절엔 더 유난스럽다.

오렌지 카운티의 여러 집중엔 삼사십년 이상 살다 은퇴하는 집 주인들이 유독 많다.

신혼시절부터 찍은 사진과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서 액자에 빼곡히 넣어둔 모습을 보면 그 집에서 잘 살아 온 훈훈한 가족사를 보는 것 같아 방문객의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리모델 잘 한 집도 예쁘지만 고풍 그대로를 쓸고 닦고 잘 관리한 집에 더 애정이 가기도 한다.

감사의 계절이다.

금년에 유난히 힘들었던 가정들도 이젠 마무리 할 시간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어깨에 힘이 빠져 송년 모임에도 얼굴 보이기 싫은 이도 있다.
자꾸 폐쇄적으로 자신을 감춘다. 그러나 누구나 힘들다.
정도 차이일 뿐이고 내색을 안 하는 것뿐이다.
힘들 때 위로받고 나아지면 주위를 다독여 주면 된다.
돌고 도는 삶이다.

작은 선물 하나에 전화 한 통에 힘든 시기라 더 감사하다.
덜 힘들어서 감사로 돌릴 수 있는 그런 마음에 힘을 얻는다.
감사로 마무리 짓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덤으로 받는다.
무엇보다 가족이, 이웃이 내 모습 있는 그대로를 지켜줌이 가장 감사하다.

(562)304-3993

카니 정 /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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