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드 루테넌트: 기항항 뉴올리언스 (Bad Lieutenant: Port of Call New Orleans)

2009-11-20 (금)
크게 작게

▶ 검은 돈·마약·부패경찰의 횡포…

▶ 니콜라스 케이지 연기 볼만한 필름 느와르

★★★½(5개 만점)


아벨 페라라가 감독하고 하비 카이텔이 주연한 1992년작 컬트 무비 ‘배드 루테넌트’의 리메이크이지만 내용과 모양 면에서 모두 닮은 데라곤 찾아보기가 힘들다. 원작은 개인적 악마에 시달리는 형사의 양심의 가책과 가톨릭의 죄의식 문제 등을 심각히 다루고 있는데 새 것은 거의 블랙 코미디요 과장이 심한 만화영화처럼 좌충우돌하는 식으로 연출됐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과격하고 엉뚱한 분위기와 주연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의 산송장 같은 연기 그리고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코믹한 상황 및 마약과 살인의 영화이면서도 폭력이 극히 절제돼 뜻하지 않은 재미를 즐기게 된다. 원작과 같은 깊이는 없지만 마치 약물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이상한 필름 느와르다.


원작의 무대는 뉴욕이나 이번에는 카트리나가 지나간 지 얼마 안 되는 뉴올리언스로 장소를 옮겼다. 주제는 경찰 등 관료체제의 부패와 검은 돈과 흘러넘치는 마약 여기에 공권력을 사용해 마구 개인적으로 시민을 착취하는 한 부패 경찰의 횡포가 곁들여진다.

루테넌트 테렌스 맥도너(케이지)는 등이 아파 약을 상용해야 하는 중독자인데 그래서 늘 어깨를 움츠리고 다닌다(퀭한 눈을 한 케이지가 정장을 하고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면서 온갖 악행을 하는 연기가 정말 가관이다).

테렌스는 진통제 외에도 헤로인 등 온갖 마약을 즐기는데 스포츠 도박에 빠져 큰 빚을 지고 있다. 그의 애인은 창녀 프랭키(에이바 멘데스)로 프랭키의 테렌스에 대한 충성이 지극하다. 얘기는 테렌스가 마약매매 도중 살해당한 5인의 세네갈인 불체자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작되는데 테렌스의 파트너는 스티비(발 킬머).

테렌스가 마약 공급자인 빅 페이트(알빈 조이너)를 잡기 위해 빅 이지(뉴올리언스의 별명)의 후진 동네를 훑고 다니면서 갖가지 범법자들과의 대면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테렌스는 공권력을 마구 남용한다.

테렌스의 사건수사를 배경으로 하고 에피소드처럼 묘사되는 그의 행동이 마치 루니 툰스 만화영화에 나오는 대피 덕이 약 먹고 행패를 부리는 것 같아 우습다.

그는 클럽에 들어가는 세력 있는 집안의 방탕한 젊은 아들의 애인을 남자가 보는 앞에서 겁탈하고 범법자들을 마구 위협해 정보를 빼내고 또 살해당한 자의 돈을 슬쩍하는 범죄자들보다 더 못된 짓을 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테렌스와 그의 전 애인(페이루자 볼크)의 재회. 테렌스는 이 여자가 자기에게 맡긴 큰 개를 몸을 팔기에 바쁜 프랭키에게 맡기는데 이런 에피소드들이 웃긴다. 이 밖에도 감독 워너 허작이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극단적으로 가깝게 찍은 악어와 이구아나도 아무 의미는 없지만 영화에 얄궂은 분위를 주고 있다.


뜻밖에도 영화는 그동안의 분위기와 달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화처럼 끝나는데 영화는 드라마로서 응집력이 있다기보다는 산만한 편이다. 그러나 희한한 재미가 있다. R. Firstlook. 차이니즈, 랜드마크(310-281-8233), 브로드웨이4(샌타모니카), 타운센터6(어바인), 플레이하우스 7(패사디나).

HSPACE=5
부패형사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의 애인인 창녀 에이바 멘데스를 끌어안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