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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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버스, 탐험가인가 침략자인가

2009-11-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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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목사의 몽골체험기 (19)미 대륙 수난당한 동이족 인디언

1992년 유엔 총회 시 ‘컬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500주년’ 기념행사를 유엔의 이름으로 경축해야 한다는 의안이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제국에 의해 상정되었다. 이때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컬럼버스의 침략과 살인행위를 미화하는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운동을 전개했고 결국 그 의안은 부결되었다. <아메리카 인디안 투쟁사, 윤상환(尹相換), 2003, 메드라인사>

이것이 오늘날 유럽의 양심이며 서양 제국(諸國)의 철학이요 현실이란 말인가? 이것이 오늘 기독교 문명의 꽃을 피운 서양사회의 자화상이라는 말인가? 이것이 오늘 세계의 지성사를 움직이는 막강한 저력이 있는 서구사회의 가치관이란 말인가? 어떻게 원주인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은지 만 년 이상 된 이 땅을 발견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이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우리는 컬럼버스를 대단한 영웅인 것처럼 배웠다. 그랬다. 서양인의 안목으로 보았을 때는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미국을 조명해 보아야 한다. 침략자 백인의 입장에서 아메리카의 역사를 읽으면 안된다. 우리의 형제-비록 오래 전에 헤어져서 모든 것이 다르게 변했지만-들인 아메리카의 인디안의 입장에서 미국의 역사와 현실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과 함께 이 땅 미국에서 새로운 역사를 다시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결국 우리가 이 땅에서 백인들에게 당하지 않고 그들을 제압하며 혹은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살 수 있는 길이다.


텍사스 북부 아마리요(Amarillo)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넓은 평야의 하나인 팬핸들 평야(Panhandle Plain)의 중심도시이다. 이 평야는 유럽인들이 쳐들어오기 전까지 원주민들은 버팔로를 주식으로 반농(半農) 반수렵(半狩獵)의 생활을 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곳이었다. 그런 데 어느 날 갑자기 총과 대포를 든 유럽의 백인들이 이 땅을 점령한 후 원주민들은 모두 쫒겨나고 말았다. 지금은 백인들의 거대한 목장과 농장으로 변하고 만 이 끝없는 넓은 평야는 일출과 일몰의 경치가 장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코마를 지나 53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면 수니족의 거주지가 나오는데 1848년 뉴멕시코와 애리조나가 미국의 영토가 된 후 수니족은 그들의 땅 80퍼센트를 앵글로색슨계 백인들에게 강탈당하고 말았다. 당시 그들의 땅은 33,920 평방 Km였는데 그 땅의 80 퍼센트를 뺏기고 지금은 겨우 1,017 평방 Km, 36 평방 마일만이 그들의 땅인 것이다. 앵글로색슨계 백인들을 우리는 흔히 와습(WASP: White Anglo -Saxon Protestant)이라고 한다.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배 계급으로 여겨지는 앵글로 색슨계 백인 장로교회의 신도들이다. 원주민 인디언들은 조상대대로 살던 기름진 땅은 모두 저들에게 뺏기고 인간으로서는 살아가기 힘든 변방으로 쫒겨났다.

타오스 푸에불로 추장 폴 버나르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 연방정부는 우리의 토착문화와 종교를 파괴했다. 우리 동족을 상대로 학살과 강도질을 했다. 우리들은 과거에 광활한 대지 그 어느 곳이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었고 먹을 것도 풍족했다.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들의 대지는 모두 빼앗기고 지금은 이렇게 조그마한 땅에 갇혀서 살고 있다...
크리스토퍼 컬럼버스가 캐리비안 섬에 발을 내디딘 약 100년 후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의 침략은 중남미에서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인 동이족을 처음부터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야만인으로 멸시하여 인종의 절멸을 시도했다. 세균에 의한 집단 살육, 총칼에 의한 학살 등 인디언을 죽이는 일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남미의 잉카제국에서부터 중미의 아즈텍 왕국 그리고 북미의 모든 인디언들이 이들에 손에 죽거나 부족 전체가 멸절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인류사상 최대의 비극이 미대륙에서 자행되었다. 그것도 하나님을 믿는다고 자처하는 백인들에 의해서 ...

인디언 학살에 악명이 높았던 제프리 암허스트(Jeffery Amhurst)는 이런 소름끼치는 말을 남겼다.관대하게 다루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살아 온 많은 인종 중에서 가장 비열한 인종으로 지상에서는 말살되어야 하는 종족이다. 이들의 말살은 칭찬을 받을 것이다. 인디언은 없어져야 하는 인종이다. 이들을 없애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거나 세균을 사용하거니 상관이 없다. 중남미의 인디오들은 침략자 스페인과 그 후예들의 핍박과 멸시 속에 500년을 살아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미 페루를 비롯해서 과테말라 멕시코에 이르기 까지 원주민의 항거가 계속되고 있다. 페루의 경우는 연간 2만 명이 무력충돌로 희생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유능한 작가와 인권운동의 투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1992년 마야의 후손인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Rigoberta menchu) 여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페루의 작가 마리오 바가스는 화려했
던 잉카문명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북극의 에스키모들로부터 시작해서 북미와 남미 안데스의 잉카후예들에 이르기까지 전체 아메리카 대륙의 약 1억 명의 원주민 인디언들은 빼앗긴 땅과 문화를 되찾고 오늘의 비참한 생활을 21세기에는 기필코 청산해야 한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보인다고 아메리카 투쟁사를 출간한 윤상환 작가는 밝힌다. 이러한 남미적 상황에서 해방신학(解放神學)이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서 민중신학(民衆神學)이 나온 것이다. 미대륙에서 보여 준 유럽인들의 광기와 잔인함을 16세기 스페인의 선교사 라스 까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디오는 어린 양이다. 스페인은 호랑이요 탐욕의 늑대요 그리고 오랫동안 주린 굶주린 사자이다.

컬럼버스가 최초로 상륙했던 곳으로 알려진 바하마의 산살바도르(San Salvador)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후 스페인의 왕에게 편지를 보냈다.
폐하 맹세코 말씀드립니다. 세상에 이렇게 선량한 민족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웃을 자기와 똑같이 사랑하고 언사는 부드럽고 정겨우며 얼굴에는 미소가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비록 옷을 벗고 살지만 예의가 바르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컬럼버스가 그래도 말은 제대로 했다. 그들이 누구인가? 우리 한민족과 같은 천손(天孫)이 아니던가. 동방의 예의지국의 군자들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한 혈육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컬럼버스는 이 순진한 사람들을 짐승보다 더 못하게 대했다. 아라와크족의 남자들을
강제로 금광의 광부로 부려먹으며 책임량을 캐지 못하면 사지를 절단했다. 그리고 14세 이상의 남자들은 스페인의 노예시장에 팔았다. 또한 이들은 스페인인들이 가지고 온 전염병에 의해서 상상할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죽었다. 홍역, 천연두, 폐병, 매독 등으로 하루에도 수백 명이 죽어 나갔다.

프레이 바스롬 데 라스 카사스는 그의 저서 ‘인디언의 역사(Historia de las Indias)’에서 스페인의 잔인함과 야만성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스페인 사람들은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느냐? 목을 자를 수 있느냐? 창자를 꺼집어 낼 수 있느냐 내기를 걸었다. 엄마의 젖을 먹고 있는 아기를 발로 차서 찢어발기고 머리를 바위에 처박았다. 부녀자들을 능욕하고 죽였다.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13세 인디안 아이를 교살하고 심지어 장작 불더미위에 던져서 살아있는 인디언을 태워 죽였다. 나는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의 두 눈으로 그 증거를 확인했다.>

1498년 이 천인공노할 잔인함을 보다 못해 아라와크(Arawaks)족이 무장투쟁에 돌입하자 스페인 왕실은 컬럼버스를 체포하여 송환했고 다시는 아메리카 대륙에 가서는 안된다는 엄명을 내렸다.(아메리카 인디안 투쟁사에서 인용)
이제 우리 동이족인 한국계 미국인들이 주도하여 컬럼버스를 재평가하도록 미국의 여론을 움직여야 한다, 그와 그 시대의 잘못을 미국의 모든 교과서에 올리도록 여론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양심이 있는 자들이 할 일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이리 말했다. ‘이 세상의 대사건의 역사치고 범죄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이제는 그 잘못된 기록을 바로 잡을 때가 오지 않았을까?

(NJ Fort Lee 한사랑교회 담임목사)HSPACE=5
브라질 아마존의 인디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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