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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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윤봉춘씨 스모키 마운틴 등정기

2009-11-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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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형색색’ 굽이굽이 한폭의 동양화

옛날 같으면 감히 생각도 못하였던 백두산 등정을 중국이 개방한 뒤부터 우리는 민족의 영산(靈山)이라고 부르며 찾아간다. 백두산처럼 천지(天池)는 없지만 한국의 또 하나의 명산인 지리산은 산세의 웅장함이 등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지리산과 높이가 거의 비슷한 테네시 주의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내셔널 팍( 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 해발 6643 ft)은 동부지역을 북에서 남으로 향해 뻗은 아파래치 산맥에 자리 잡아 그 웅장함이 버지니아주의 쉐난도 계곡보다 더 장관이다.

뉴욕근교의 명산들이 가을단풍을 자랑하지만 미국 내에서 유명하다는 미지의 풍광을 제 때에 때맞추어 구경하는 것도 세월이 지나면 후회 할 일 한 가지를 줄이는 일이라 생각하고 3박 4일의 여정을 짜고서, 사정이 허락하는 이상철 사장의 내외와 의기투합하여 뉴저지에서 왕복 1500 마일의 자동차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항상 마음을 설렁이게 하기에 의복 몇 점과 간단한 세면도구로 여행 가방을 꾸려놓고 잠이 제대로 들 수가 없어 새벽잠을 설친 후 팰팍의 한인 설렁탕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장장 열 서너 시간 운전 끝에 스모키마운틴 산자락 첫 동네인 개틀린버그(GATLINBURG)의 예약된 숙소에 들었다.

심산유곡의 산장답게 실개천이 흐르는 개울가에 지은 객실은 난방이 잘되었고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면 개천위에 지은 목조 테라스는 운치가 제법이었다. 두 가족 일행을 위하여 양쪽 객실 중간 문을 열면 한 집안처럼 트인 방을 정하여 주어 알젠틴 멘도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이 사장이 준비하여 온 포도주를 잘 성숙한 치즈를 곁들여 들며 장시간 운전여독을 풀었다.스모키마운틴 국립공원은 노스캘로라이나에서 441 주도(洲道)를 타고 270마일을 북상하면 산
정상을 관통하여 테네스 주에 이른다. 산 밑 동네 개틀린버그를 지나 두어 마일 더 북상하면 피젼 포지(PIGEON FORGE)라는 제법 번화한 작은 도시가 441번 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있는데 밤거리의 화려함은 어느 관광지보다 현란하다.


플로리다주의 올랜도 인터내셔널 드라이브웨이보다 더 다양한 디너쇼, 다양한 식당, 즐비한 샤핑스토어가 셀 수도 없이 늘어섰고, 수많은 모텔, 호텔들의 네온 빛이 밤거리를 어지럽게 한다. 년 중 내내 끊임없이 찾아온 관광객의 규모
를 짐작케 한다.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이튿날 아침부터 질척한 가을비가 오락가락 한다. 다행히 내일부터는 날씨가 쾌청하리라는 일기예보이지만 비 좀 내린다고 천리 길 달려온 단풍구경을 호텔방 안에서만 뒹굴 수는 없는 일이라 일차 산행을 나섰다. 산행이라고 배낭을 준비한 것도 아니고 자동차로 산줄기를 넘는 드라이브이다. 우중충한 날씨지만 아름다운 단풍 숲의 고운 색깔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산을 넘어 인디언 보호구역 체로키족이 사는 지역에 들려 박물관을 구경한 후, 인디언들의 생활을 엿보는 마을로 들어가니 이틀 전에 시즌마감이라 더 이상 방문객을 받지 아니한다. 짐작컨대 한국의 민속촌쯤이라 연상하면 된다. 그들의 생활상이야 옛날 한국의 중고등학생때 많이
보았던 서부활극에서 그들의 면모를 보았지만 그래도 내 눈으로 현장 확인을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 나와서 그들의 선물가게에서 여기 온 김에 스모키마운틴에서 나온다는 산삼이나 몇 뿌리 사려고 몇 군데 상점을 들렸는데 이것도 시즌 마감으로 품절이다. 그들도 민간치료요법으로 한약을 사용하였는지 허발 스토아도 한군데 있다.

인디언 중에 혹시 마을 누가 그 산삼을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하며 추장을 만나면 알 수 있을 것 이라는 귀띔을 받고 추장의 위치를 물으니 일주일에 3일을 인디언 박물관으로 출근한다고 하여 이튿날 그 추장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산을 내려와 피젼 포지라는 곳에 잠자리를 정하였다, 불경기 여파로 예약 없이도 할인된 가격으로 적당한 숙소를 정하고 컨트리 뮤직 쇼를 구경하였다. 수 백 명을 수용하는 공연장은 외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가득 찼고 흘러간 팝송과 컨트리 음악은 입장료에 비하여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다음 날 저녁은 딕시 스탬피드(DIXIE STAMPEDE) 디너쇼를 선택하였다. 작년 이맘 때 플로리다 올란도에서도 이 쇼를 구경하였었는데 오늘은 일행을 위하여 두 번째 구경이지만 그런대로 시간과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관광지의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내기는 십상이다.

수 백 명이 먹는 음식이지만 따끈한 통닭구이, 삶은 돼지고기, 구운 감자, 말랑말랑한 식빵, 향긋한 크림 챠도우 후식으로 나온 달콤한 애플파이를 즐기며 남북전쟁을 주제로 한 남북군 병사들의 화려한 기마행렬, 마상묘기, 어린 새끼돼지들의 경주, 공중을 날아오르는 천사의 비상(飛翔), 매직 쇼,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성극(聖劇)이 가미된다.
파리의 밤거리에 흘러넘치는 밤의 꽃들, 태국에서 스치는 관광지의 여인들, 서울의 유흥가 길바닥에 흩어져 깔린 남성을 유혹하는 전단지 광고물들.....여러나라의 관광지를 가보면 비교되는 것이 미국의 관광지의 밤 문화가 참으로 건전함을 느낄 수 있다.

이튿날은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어제의 코스를 다시 시작, 오늘은 클링맨스(CLINGMANS DOME) 돔을 올랐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하프 돔처럼 천연 바위산이 아니라 스모키마운틴 꼭대기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이다. 미 동부에 자리한 거대한 애파라치 산맥의 웅장한 모습을 삼백 육십도 둘러 볼 수 있
는 정상이다.나흘째 이른 아침 뉴욕을 향하는 81번 국도를 타고서 한 참을 내려와도 스모키 마운틴에서 흘러내리는 안개자락이 한동안 도로의 굽이굽이를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 주며 우리를 전송하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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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주 스모키마운틴 내셔널 팍으로 동반여행을 떠난 수필가 윤봉춘씨 부부와 이상철 사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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