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2년, 지구종말의 날

2009-11-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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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만점)


롤랜드 에머릭 감독 특수효과 뛰어나

‘인데펜던스 데이’와 ‘내일 다음 날’ 등에서 백악관과 뉴욕을 박살내고 수장시킨 파괴 전문가 롤랜드 에머릭 감독이 이 두 영화 가지고는 성이 안 차는지 이번에는 아예 지구를 통째로 갈라 그 내장을 꺼내 내팽개친다. 땅이 갈라지고 뜨거운 운석들이 빗발처럼 쏟아지고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가 지구를 덮으면서 워싱턴 DC와 뉴욕과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베가스와 바티칸과 인도와 중국과 티베트 그리고 리우 등 온 세상이 불세례 물세례를 받는다.

경탄을 금치 못할 컴퓨터 특수효과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흥분을 즐길 만하나 순전히 가짜요 하나의 거대한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지진’과 ‘타워링’과 ‘포사이던 어드벤처’ 등을 두루 뭉실하니 짬뽕했는데 특히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와 방주 얘기를 빌려다 썼다.

제목은 마야 달력에 의해 지구가 종말을 맞는 해를 말하는데 정확히 말해 2012년 12월21일에 이 세상은 끝난다. 왜 2012년에 개봉할 생각을 안 했을까 궁금하다.

주인공으로 나와 죽을 고생을 하는 남자는 잘 안 팔리는 소설가 잭슨 커티스(존 큐색). 그의 전처 케이트(애만다 피트)는 두 남매를 데리고 나가 현재 의사인 고든(탐 매카시)과 동거 중이다. 잭슨은 먹고 살기 위해 LA에 사는 러시아 갑부 유리 카르포프(즐라트코 부릭)의 리모 운전사 일을 한다.

남가주의 땅이 흔들리고 지진이 나면서 정부 소속 과학자인 에이드리안 헴슬리(치웨텔 에지오포르)는 대통령 토마스 윌슨(대니 글로버)에게 열기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태양의 불기로 인해 곧 지구가 환골탈태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대통령의 비서실장 칼 앤허이저(올리버 플랫)는 엘리트들만 골라 위험에서 철수시킬 준비를 하고 대통령은 세계 주요 국가의 원수들과 영상 대책회의를 갖는다(한국은 포함되지 않음).

마침내 대지진이 LA를 덮치면서 땅이 쩍쩍 갈라지고 빌딩들이 무너져 내린다. 잭슨은 두 아이와 전처를 데리고 갈라지는 샌타모니카 거리를 리모를 몰고 초고속으로 달아나는데 여기에 동승하는 사람이 아마추어 비행사 고든. 잭슨 일행은 이어 RV와 자가용 비행기와 초대형 러시아 화물기 그리고 벤틀리 등을 번갈아 타고 미 정부가 비밀리에 건조 중인 철제 노아의 방주가 있는 중국으로 달려간다.

이러는 사이에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이 무너지고 리우의 거대한 예수 동상이 꺾어져 쓰러지고 티베트의 산꼭대기에 있는 절이 바닷물에 잠기고 초대형 항공모함과 유람선이 파도에 휩쓸려 가라앉는다.


정치인들의 수리수리 마수리와 함께 가족의 중요성 같은 진부한 얘기를 재난 특수효과 속에 집어넣었는데 너무 감상적이요 신파적이다.

마지막에 가서 공연히 얘기를 질질 끌고 가면서 상영 시간을 158분이나 되게 늘렸는데 너무 길다. 우디 해럴슨이 곧 화장될 옐로스톤에서 지구 종말을 예고하는 괴짜 라디오 방송인으로 나오고 탠디 뉴턴이 윌슨의 딸로 나오는데 뉴턴이 누구와 연애할 지는 뻔한 사실. 어쨌든 특수효과 하나만은 눈알이 빠질 만큼 아찔하니 대단하다.

PG-13. Sony.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hjpark@koreatimes.com


HSPACE=5

잭슨 일가족이 탄 경비행기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리는 LA 다운타운 빌딩 사이로 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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